• '박원순 바람'에 놀란 보수언론, 검증칼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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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04일 09: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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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선출됐다. 야권과 여당의 후보가 각각 결정됨에 따라 본격적인 서울시장 후보 선거전이 치러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시민정치가 정당정치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평가를 두고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1개월된 시민후보에 제1야당이 무릎을 꿇었다거나 민주당의 굴욕이라며 원색적인 혹평까지 나왔다.

    앞으로 치러질 본격 선거전에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여당과 보수언론의 검증 또한 예고되고 있다. 10년간 140억 원을 모은 것에 대한 논란과 함께 박 변호사가 과거 기고문에서 국가보안법 등을 비판한 전례가 거론되기도 했다(조선일보).

    한편, 박 변호사는 한국일보가 후보 선출 직후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9%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다음은 4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국사회, 사회계약 다시 쓰자>
    -국민일보 <‘아동·장애인 성범죄’ 법원·검, 너무 봐준다>
    -동아일보 <1개월 된 시민후보에 제1야당 무릎꿇다>
    -서울신문 <야 단일후보 박원순 여 나경원과 맞대결>
    -세계일보 <성폭력피해 장애인 특수성 외면 ‘법대로’ 법원이 두 번 울린다>
    -조선일보 <감사원, 영장없이 민간인 계좌 29개 추적했다>
    -중앙일보 <민주당의 굴욕>
    -한겨레 <“시민 선거혁명으로 이명박정부 넘겠다”>
    -한국일보 <박원순 47.1% vs 나경원 38.0%>

    시민정치가 정당정치 이겼다

    박원순 변호사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시민정치가 정당정치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박 변호사는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야권 통합후보 경선에서 최종 득표율 52.15%로, 45.57%를 얻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민주노동당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2.28%였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당과 박 변호사 등 시민사회는 이날 공동 정책합의문을 채택하고 초·중학생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 전시성 토건예산 삭감 및 보편적 복지예산 대폭 확대 등 10대 핵심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서울시를 시민참여형 민주정부로 공동 운영하고, 박 의원과 최 소장은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범야권이 총력전을 펼치며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47.1%, 나경원 38.0%”

    한국일보가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을 대상으로 가상 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일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변호사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9% 포인트 가량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야권 단일 후보가 선출된 3일 오후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자 대결에서 무소속 박 변호사는 47.1%의 지지율을 얻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38.0%)보다 9.1% 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4.9%였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전 대변인까지 출마하는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야권 단일 후보인 박 변호사는 44.8%의 지지를 얻어 35.3%를 얻은 나 후보를 9.5% 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지 전 대변인은 1.3%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고, 모름∙무응답은 18.6%였다.

       
      ▲한국일보 10월 4일자 1면 

    연령별로 보면 박 변호사는 20~40대 젊은층에서 나 후보를 앞섰으며, 나 후보는 50대와 60대에서 박 변호사를 제친 것으로 조사됐다. 거주지역 별로는 서울 시내 전 지역에서 박 변호사가 고른 우세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7일 실시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박 변호사(50.0%)와 나 후보(31.7%)의 지지율 격차가 18.3% 포인트였다”며 “2주 가량의 시차를 두고 양측 지지도 격차가 다소 좁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투표율이 승부 갈라

    이날 3일 열린 장충체육관 국민참여경선에서는 모두 1만7891명이 참여해 59.6%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시작 3~4시간까지는 중장년층 등 박영선 후보 쪽 지지자들이 많았으나 낮 12시를 넘기면서 배낭을 매거나 유모차를 끈 20~30대가 점점 늘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경향신문은 이번 경선에 대해 “박 변호사의 ‘바람’이 민주당의 ‘조직’을 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장투표에서 박 변호사가 총동원령을 내린 민주당 박 의원에게 불과 4.77%포인트 차로 졌다는 게 단적이라는 것.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변화 요구를 보여준 셈이라고 경향은 평가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박원순은 하나부터 열까지 보통시민이 만든 후보”라며 “통합과 변화는 2011년 서울의 시대정신”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제까지 서울시장의 일은 도시의 외관을 바꾸는 것이었지만, 앞으로 서울시정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바꾸는 10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운동 넘어선 갈등조정자로서 능력 보여줘야

    이번 경선을 두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시민사회의 승리이지만 역으로 정당정치의 패배이기도 하다”며 “한 달여 전 불어닥친 ‘안철수 현상’과 그로 인해 촉발된 ‘박원순 바람’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의 표출이었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구였다”고 평가했다.

    경향은 “그러한 흐름이 일과성 바람이 아니라 엄연한 실체로서 확인된 셈”이라며 “당초 민주당이 의도한 것처럼 조직 동원만으로 민심을 뒤엎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은 그러나 박 변호사에 대해 “이제 시민운동가를 넘어서 행정가로서의 비전과 갈등 조정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비후보 시절에는 권력 비판이나 정치권 성토만으로도 설자리가 있었으나 더 이상은 아니라는 것.

    경향은 “자신의 이념이나 철학을 ‘박원순 표’ 정책이나 정견으로 재구성해 시민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박 변호사가 이러한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시민사회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동아 “1개월 된 시민후보에 제1야당 무릎꿇다” 중앙 “민주당의 굴욕”

    시민정치가 정당정치를 이겼다는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제1야당 조직력의 패배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1개월 된 시민후보에 제1야당 무릎꿇다’였고, 중앙일보의 제목은 ‘민주당의 굴욕’이었다.

    또한 동아는 3면 머리기사에서도 “제1야당의 조직 동원력은 의외로 무기력했다”며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시민참여경선은 정당의 조직 동원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투표 독려 운동에 무릎을 꿇는 자리가 됐다”고 혹평했다.

    조선 “정치적 보호성, 재벌 모금 논란”

    박 변호사가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자 보수언론에서 서서히 그의 이념·재산 등의 문제를 도마위에 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서울시장 후보 연구-박원순’에 대해 쓴 3면 머리기사에서 “그는 그간 기고문 등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용공(容共) 조작의 도구’라고 했고,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며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해 ‘친일 부역자들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또한 “재벌 모금 문제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벌일 본선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라며 불을 지필 기세다.

    아름다운재단 재정 자료에 따르면 ‘그가 아름다운재단을 하면서 2001년 이후 대기업으로부터 기부받은 돈이 140억원이 넘는다’는 점을 들어 조선은 “참여연대가 비판하면 대기업들이 돈을 갖다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며 “이 외에도 검증 기간이 짧았던 탓에 가족 관계, 재산 관계를 비롯,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아직 많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특히 사설에서 지난 10년간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10곳으로부터 140억원을 기부받았다는 논란에 대해 “한 손에는 채찍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후원금을 받는 걸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박영선 후보의 지적 등을 들어 “이 논란은 야권 내와 시장 본선거에서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박 변호사가 대기업 사외이사직을 맡아 고액의 보수를 받았던 사실도 도마에 올라 있다”며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으로 뭘 할 것인지에 앞서 지난날 뭘 해왔나를 먼저 밝혀야 할 처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박 변호사는 이제 뒤편에 모습을 숨겨도 되는 ‘재야의 실력자’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설명하고 검증을 받아야 할 공적 인물”이라며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에게 소상히 답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 “서울시장 본선은 박원순 청문회, 검증 거세질 것”

    중앙일보도 여야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된 이상 철저한 검증 정국을 예고했다.

    중앙은 “이미 박 변호사는 야권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영선 의원의 검증 공세에 당혹감을 드러냈었다”면서도 “그러나 한나라당의 2차 검증 공세는 야권 내부 경선보다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앙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어 “정책과 도덕성 양면에서 검증대에 오르지 않은 박 변호사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정치권 밖에 있었던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으로서의 도덕성과 자질, 정책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는 국회 인사 청문회 수준의 검증을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국철, 신재민·박영준 금품수수·접대 자료 검찰에 제출

    이국철(49) SLS 회장이 3일 검찰에 재소환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줬다는 10억 여 원과 관련된 증거자료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술접대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썼다는 SLS 해외 법인카드 사용 명세서와 차량 렌터카 비용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이 ‘안국포럼’ 운영비 명목으로 신 전 차관에게 억대 금품을 제공한 시점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캠프 역할을 한 안국포럼(2006년 7월 설립)에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신 전 차관의 요청에 따라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었다. 만약 신 전 차관이 안국포럼 운영비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오간 돈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3일 이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두 번째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이면서 이 회장을 상대로 신 전 차관에게 안국포럼 운영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위와 시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안국포럼 운영비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전달한 시점은 2006년 10월 이전”이라고 진술했다. 이 회장 주장대로라면, 신 전 차관이 이 회장에게서 안국포럼 운영비를 받아간 사실이 있더라도 정치자금법 공소시효(5년)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그러나 이 회장의 진술과 달리 2006년 10월 이후 신 전 차관에게 안국포럼 운영비를 건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2006년 10월을 전후한 시점에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을 찾기 위해 창원지검에서 넘겨받은 SLS그룹 및 이 회장의 금융거래 내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이처럼 안국포럼 운영비에 주목하는 것은 대가성 입증이 필요한 다른 성격의 자금과 달리 돈이 오간 것 자체로 사법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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