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통합 원점으로 돌아가나?
    2011년 09월 28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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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9.25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되면서,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참여당 통합이 부결된 만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이하 새통추)를 중심으로 다시 진보대통합 노선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 주류 일각에서 독자노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정희 "당대회 부결 의미 깊이 새길 것"

장원섭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26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6월 당대회 이후 세 번의 당대회를 통해 여러 사안이 결정도 되고 부결도 됐지만 (이번 대의원대회 이후)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진보대통합 추진을 확정한 6월 당대회 이후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없었던 일’이 됐다는 의미다. 새통추 역시 의미가 없는 조직이라는 얘기다.  

이정희 대표는 28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대회 부결의 의미를 깊이 새겨 대의원 여러분의 뜻에 따라 성실히 일하겠습니다. 제 뜻 제 판단은 뒤로 미루어 두겠습니다."라고 밝여 대표직 수행을 계속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혔으나, 진보대통합에 관한 부분은 언급이 없었다. 

민주노동당 현역 의원 중 이정희 대표와 함께 참여당 통합에 찬성했던 김선동 의원은 당 대회 직후 페이스북에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되었습니다 반대를 선동해서 부결시키신 분들의 역사적 책임은 반드시 다하셔야 할줄로 믿습니다. 민중의 바다로 가기를 한사코 거부한데는 정파적 아집과 분파적 야욕이 점철되지 않았는지 돌아보시길 간구합니다."라고 말해 이들이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의 일단을 보여줬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최고위원회 등 공식기구에서 (향후 당의 진로와 관련된)부분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며 “(장원섭 총장의 발언과 관련해서)지도부 개개인을 확인한 바 없어 알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장 총장의 의견이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장 총장의 언급은 향후 노선에 대해 당권파들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당권파 측 한 관계자도 “당권파 측이 아예 5.31 합의문부터 부결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리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이 부결되고, 남은 것은 진보신당 통합파뿐인 이상, 당권파 측이 차라리 독자노선으로 밀고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당권파 얘기 앞뒤 안 맞아"

비당권파 측은 그러나 당권파의 이와 같은 전략이 당 대회 전과 당 대회 당시의 발언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원섭 총장은 25일 당대회에서 참여당 통합 안건이 부결될 경우를 묻는 대의원의 질문에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만 부결되어도 그 조건에서 진보대통합은 계속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장 총장은 “부결되면 참여당을 제외하고, 같이 할 세력들은 같이 모아서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진보대통합의 폭이 달라지고 조건이 변화되는 측면은 있겠으나, 다시 전당대회를 소집해서 2년 동안 추진해 온 진보대통합 노선을 폐기하지 않는 이상, 가능하면 어떤 식으로든 성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당권파 내부에서도 아직 당 노선 관련해 명확한 의견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권파 내 일각에서는 “관련 논의를 당 공식기구에서 진행해봐야겠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새통추가 살아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경이나 되어야 여러 의견그룹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권파 측이 진보대통합을 원점으로 돌리려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생각처럼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진영 내 여론을 봐서도 그렇고 당장 당 내에서 진보대통합 노선을 아예 폐기하는 것으로 가버리면 참여당 통합에 찬성했던 진영 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비당권파 측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비당권파 측 한 관계자는 “당권파들이 이번 당대회 결과를 바탕으로 5.31 합의문을 부정하고 진보대통합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것”이라며 “부결된 안건을 발의한 대표자들이 책임까지는 아니더라도 부결에 대한 입장 정도는 얘기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말했다.

진보양당 유사한 논쟁 구도

하지만 현재 당권파들이 명확한 입장을 제출한 것이 아닌 상황에다가, 비당권파 측도 마땅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당권파 측 관계자는 “이게 법대로, 규정대로 가면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 시간도 매우 오래 걸린다”며 “당권파 측이 알아서 판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대중조직들이 나서 정리해줘야 한다”며 “진보신당 통합파 등 통합연대도 빨리 조직을 정비하고 새통추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이 9.4 당 대회 이후 주요 리더들이 당의 공식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통합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어 탈당까지 하면서, 이를 두고 "당론 불복 해당 행위"라는 격렬한 내부 비난과 "진보정치의 전략적 경로에 관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견해가 충돌한 데 이어,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도 ‘탈당’론을 제외하면 유사한 논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 당권파가 애초부터 진보신당과 재결합이 중심이 되는 진보대통합에 반대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민주노총 등 대중 조직의 통합 압력에 마지 못해 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참여당 통합이 사라진 현실에서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안팎에서 민주노총에게 새통추를 중심으로 한 진보대통합 운동에 불을 지필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 때문이다. 진보대통합의 핵심 주체인 진보양당이 당 대회에서 결정한 ‘부결’들이 모아서 만들어낸 현재의 정세 조건이  통합 운동의 힘 있는 추동력을 만들어내는 데는 당분간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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