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자본주의 비밀 푸는 열쇠
        2011년 09월 25일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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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2007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를 예견하여 ‘닥터 둠’으로 널리 알려진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부채위기는 시장 실패에 해당하며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루비니 교수는 “자본주의체제 운영방식 자체에 자기파괴적 속성이 있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 위기는 바로 자본주의 최신 국면으로서의 금융자본주의의 위기에 해당한다. 힐퍼딩의 『금융자본론』(김수행 외 옮김, 비르투 출판사, 25000원)은 바로 이러한 금융자본주의가 어떻게 경제위기를 세계화하고 동시화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론』 제4권 또는 레닌 『제국주의론』의 모태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기획하면서 자본의 생산, 유통, 가격-이윤으로의 전형을 넘어 국제경제체제하에서의 자본의 운동을 구체화하고자 했으나 이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힐퍼딩의 이 책은 『자본론』 제4권으로 평가될 정도로 산업자본이 은행자본과의 융합을 통해 금융자본으로 전환함으로써 어떻게 그 시공간적 한계를 돌파해 나가며, 이와 동시에 경제위기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심화시켜 나가는지와 같은 세계적 차원의 자본운동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뛰어난 마르크스주의적 정치경제 저작이다.

    실제로 레닌은 『제국주의론』를 구상하면서 자본의 세계적 운동에 관한 부분의 경우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에서 통째로 빌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책은 한국경제의 중대한 경제정책적 화두 가운데 하나인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자본시장통합법 등의 정책 변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자본주의의 금융자본주의로의 변모 과정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이론적 지침서라 할 수 있다.

    힐퍼딩에 따르면, 금융자본의 형태에서는 자본의 실상을 항상 에워싸고 있는 신비성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되긴 하지만, 실제로는 반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금융자본이 자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금융자본의 독특한 운동, 이 운동이 취하는 다양한 형태들, 그리고 이 운동과 산업자본ㆍ상업자본의 운동 사이의 분리와 상대적 자립화 같은 과정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자본이 빠르게 성장하면 할수록, 그리고 금융자본이 현 단계의 자본주의에 대해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금융자본의 법칙과 기능에 관한 지식 없이는, 현재의 경제적 경향을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따라서 과학적 경제학 또는 정치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독일 상황에서 자본주의 장래를 보다

    이 책의 역자인 김수행 교수 역시 힐퍼딩이 당대의 구체적 경제상황에 의거하여 금융자본주의라는 고도의 이론을 펼쳐 나간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가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것은 무엇보다 힐퍼딩이 20세기 초기의 독일 상황에 의거해 자본주의의 장래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 사회와 경제의 역사적 발달을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여, 우리나라의 자본주의적 발달도 당연히 영국식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뒤따를 것이라고 미리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러나 힐퍼딩은 독일의 역사가 결코 영국식의 자유주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경제발전·국가정책·계급투쟁의 문제를 독일의 고유한 역사 위에서 고찰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편인 ‘금융자본의 경제정책’은 우리나라의 현상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후발국이고 독점세력이 강하며 정부의 개입이 심하고 대외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영국보다는 독일의 과거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 화두가 되어 있는 경제의 금융화, 산업과 은행의 유착, 일반대중의 궁핍화, 좁아지는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개척의 악순환, 자본의 해외수출, 국가와 대자본의 경제정책, 노동자계급의 경제정책 등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현실적 도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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