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국무회의 주재 중 받은 문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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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25일 09: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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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4월 국무회의를 주재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문자 하나를 받았다. “000 팀장입니다. 최저이율 대출, 고객님께서는 최고 3000까지.” 보안을 요하는 대통령의 휴대전화조차 사채업자들(대부업자들)의 영업의자유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문자를 통해서였지만, 어쨌든 그들은 철통 같은 보안을 뚫고 대담하게 대통령에게 직접 대출을 권했다… 대통령조차 대부업자의 대출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본문 P.70)

       
      ▲책 표지 

    분당 이전의 민주노동당 시절, 과자 한 봉지만 있으면 자기 컴퓨터 의자 위에 두 다리를 고스란히 쪼그리고 모아 놓은 채 경제정책이 됐든, 재벌정책이 됐든 비수같은 대책과 입장을 내놓던 송태경이 대출천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을 향해 채찍질 같은 책 한권을 내놓았다.

    “악마와 내통한 자들”을 고발하다

    송태경은 대통령도 받으셨다는 이른바 ‘대출문자’가 사실은 대부업법 등을 통해 대부중개업자와 대출모집인이라는 이름의 합법화된 영업 행위임을 지적하면서 대한민국이 소위 ‘사채업자’, ‘대출사기꾼’들의 천국으로 전락했음을 통탄하고 있다.

    몇 년 동안 대출 관련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접한 구체적이고 비참한 사례들을 통해 이자제한법의 폐지와 사채업에게 달아 준 합법화라는 날개가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기고 있는 지를 지적하면서 그 과정에서 부역한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을 향해 “악마와 내통한 자들!”이라고 소리 높여 꾸짖고 있다.

    송태경은 그의 책 『대출천국의 비밀』(개마고원)에서 빚더미에 올라 앉은 이들, 사채를 쓰고 인생의 벼랑 끝에 서게 된 이들이 결코 그들의 무능력이나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주요 케이블 방송사의 광고 열 편 중 두 개가 ‘돈 갖다 쓰라!’는 허위 과장 광고라는 사실을 파헤친다.

    그리고 ‘고려 경종이 980년에 최고이자율을 원금의 1/3(연 33.3%)로 정한 이후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는 이자제한법이 1018년 만에 역사적 종말을 맞은 덕분에 유럽사(史)에서 가장 높은 법령 최고이자율을 기록했다는 12세기 취리히의 연 43.33%보다도 훨씬 높게 이자율을 책정할 수 있는 나라가 된 덕에 국민들은 사채-대출업자들의 약탈행위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사회적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쩐의 전쟁‘ 문제에 대해 실사례를 바탕으로 이렇게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처음이다.

    “송태경의 실사구시 진보 노력의 성과”

    진보진영의 대부분이 조직적 동원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집중하고 있을 때, 송태경은 정책적 집중력과 실사구시하는 현장 중심의 해법을 바탕으로 우리사회 곳곳에 말기 암처럼 퍼져있는 자본주의 최말단의 사회악 구조와의 싸움을 끈질기게 해왔던 것이다.

    진보진영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문제와 강정마을 문제, 한진중 문제 등에 집중하고 사회적 해결을 주장하는 것이 소중한 만큼 송태경과 그 동지들이 벌여 온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 투쟁’, ‘이자제한법 투쟁’, ‘개인파산에 대한 무료법률지원’ 등은 진보진영의 역량을 강화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데 무척 중요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무언가 근본적이고 과격한 구호로 선명함을 주장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당장 찢어진 상처를 꿰매고, 부어오른 종기를 짜고 덧나지 않도록 치료하는 행위로 민중의 고단함을 더는 것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송태경과 그 동지들의 실사구시 하는 진보의 모습은 모두의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고 나 스스로 세운 진보정치의 원칙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고맙다.

    “가장 싸게 먹히는 정책생산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송태경을 생각했다. 진보정당 창당의 계기가 된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만난 그는 ‘괴짜’였다. 맑스의 ‘자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미 수십 차례 강의를 펼쳐왔던 그였지만, 맑스를 신봉하고 ‘자본’의 구절을 암송하며 폼을 잡는 운동권들과 달리 실물 경제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찾아내는데 적극적이었다.

    그러는 한편, "IMF 구제금융을 받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물으러 갔던 나에게 무려 한 시간 넘게 ‘IMF란 무엇이고, 어떤 역사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구제기금을 받은 나라가 각각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설명하려 했다.

    ‘반대한다!’ 한 마디를 써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묻고자 했던 나에게는 지나친 친절이었다. 그의 맑은 눈 앞에서 "콕 찍어 필요한 것만 달라!"고 말할 수 없었던 나는 그 한시간 내내 강의를 견뎌야 했다. 나는 당시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아무리 복잡한 경제문제 대해서도 당사무실 소파에 의지해 밤샘작업 중노동을 통해 대안정책을 만들어 내던 그였기 때문에 현재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 이재영 씨로부터 "밤샘할 과자 한 봉지만 있으면 정책이 나오는 진보정당에서 가장 저렴한 정책생산소"라는 격찬(?)을 받았던 사람이다.

    제주에서 짐보따리 싸들고 올라와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국민승리21 사무실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면서 진보정당 하나 만들어 국민의 고단함 삶의 무게를 좀 덜어주어야 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온 몸으로 실천했던 사람이다.

    서평을 부탁해 오면서 그가 내게 물었다. “진보신당은 이제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어떻게 해야 해?”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그 ‘어떻게’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진보정치세력이 오래된 “독자정당-독자수권”의 그림조각이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현명한 진보의 태도는 그림조각을 들고 엉뚱하게 현실을 질타하는 옹고집을 피울 게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노동자 민중과 약속한 정책과 노선을 실천할 수 있는 실사구시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거창하게 말한다면 그것이 진보주의자 대부분이 신봉한다는 유물론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송태경은 이미 그 실사구시의 진보를 보여주고 있고, 가장 훌륭하게 진보정치의 영역을 확장해 온 사람이다. 그의 책이 그의 실천을 증거하고 있고, 그의 실천이 한국정치의 비루함과 한국자본주의의 잔인함이 결탁해 만들어진 지옥 같은 ‘사채업 시장의 그늘’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노력에 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그의 책을 산다. 그리고, 그의 책을 읽고 우리가 ‘큰일이다!’라고 말하기만 하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소홀했던 문제에 대한 송태경의 고단한 노동의 소중한 결론에 귀기울이는 것으로 송태경의 실사구시 진보에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이 사채업자들의 비인간적 빚 독촉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가 친절하게 부록으로 달아 놓아 ‘피해사례와 대처법 상담’ 코너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경우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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