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버스'에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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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23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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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참 많은 사람들이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희망의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다시 그런 희망의 버스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못 가니 형편이 안 되는 분들이 탈 수 있게 해달라는 수많은 후원이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적지 않은 후원금을 주유비로 내어준 분들도 많다. 호주에서, 독일에서, 일본에서, 미국에서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다.

    실제 희망의 버스는 그 자체로 ‘빵꾸’가 날 수 밖에 없는 고물버스, 허점투성이 버스다. 반값등록금 투쟁을 하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단순한 마음만으로 ‘반값버스’를 덜컥 진행하고, 아무리 빵꾸가 많이 나도 매번 다른 이미지의 스카프를 나눠주고 싶어했고, 아무런 대책 없이 밥은 먹고 살자며 5000인분의 아침밥을 맞추기도 했다.

    대책없는 사람들, 대책이 대준 사람들

    한진중공업에서 지금도 말 못하고 일하고 있는 1500여명의 비정규직들에게 양말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전국의 해고자 가족분들을 함께 모시자고 무료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장애인분들도 함께 가자고 전동휠체어를 실을 희망트럭을 운행하기도 했다. 모두 눈물겨운 일들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기백만원, 기천만원씩이 뭉텅뭉텅 적자가 나는 무책임한 버스, 비상식적인 버스였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지향만큼이나 우선 출발부터 하고보는 맹랑한 버스였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즐거웠고, 신이 났다. 돈으로, 경제적 관점으로 무엇을 먼저 꺾거나 미루지 않았다. 독점과 사유와 교환가치의 감옥에서 풀려난 무한한 상상력이 열렸고, 모든 일이 가능할 듯 했다.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고, 낙관이 있었다. 우리 자신들에 대한 용기가 있었다.

    85호 크레인을 향해 가자는 우리의 제안이 모두를 아프게 할 수도 있지만 기껍고 좋은 제안이라고 믿었고, 그 마음들이 통했다. 희망버스 승객들 누구나 한 가지씩은 사람들과 나눌 것을 가지고 왔다. 그 과정에서 리어카로 밥을 실어나르고, 5000인분의 어묵이 시위물품이 되어 고스란히 갇히기도 했다.

       
      ▲희망 약국. 

    여름 부채에 그림을 그려온 어린이책 작가들, 희망진료소를 운영해준 보건의료인, 혹여라도 인권침해가 있을까봐 달려 온 법조인, 인권단체 버스, 매회 새로운 율동을 준비해 오던 늘품약사회 분들, 파견 미술인들, 시 낭송의 밤과 거리강연회를 준비해 왔다가 판도 펼쳐보지 못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던 문화예술인들과 교수학술인 버스, 다름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당당히 보여주던 퀴어버스, 농민들, 철거민들 등등.

    보이지 않고, 전달되지 않지만 이 야만스런 사회에 대한 본질적 저항에 마음 한 줄기 보태겠다는 그 선한 의지들만큼 서로에 대해 큰 선물도 없었다.

    3천만원 적자, 보름만에 ‘억’ 소리 기적

    그 모두의 힘으로 희망의 버스가 5차까지 달려가고 있다. 3차가 끝나고는 결국 3000여만원의 적자가 나기도 했다. 잘 풀리지 않는 한진중공업 문제와 경찰의 탄압 등이 겹치면서 사실 모두 힘겨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게시판을 통해 간단하게 ‘빵꾸’ 사실을 알리자 여기저기에서 수리공들이 나타나 주셨다. 언론노조와 전국여성농민회, 시국대회, 화물연대 등에서 현장 모금을 열어주었고, 많은 분들이 선뜻 기름값을 넣어주셨다. 희망 승차권이라고 작은 표딱지 하나를 발행했는데, 이것이 실제 승차권이라 생각하시고 수천명의 분들이 구매를 해주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희망의 버스는 지난 운행 과정에서의 적자를 다 때우고, 5차 기름값 일부까지가 채워진 상태다. 근 보름만에 일어난 ‘억’(?) 소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4차의 기적 중 하나였다.

    그리곤 며칠 전 위의 ‘미래영겁’님께서 다시 후원기름값을 내주시겠다고 연락이 왔다. 알만한 분들이건만 부끄럽다고 이름과 책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 하신다. 기름 값도 기름 값이지만 글이 부족하다고 극구 부탁하니 글까지 써주셨다.

    희망의 버스는 이런 모든 분들의 참여와 연대의 힘으로 굴러가고 있다. 이런 모든 분들께 희망버스 차장의 한 사람으로 따뜻한 마음의 감사를 드린다.

    크레인 나무 찾아 떠나는 가을 소풍

    5차 희망의 버스는 10월 8일, 부산으로 85호 크레인 나무를 찾아 떠나는 ‘가을소풍’이다. ‘가을운동회’를 겸하자는 분들도 있었다. 모든 운동들의 운동회도 참 좋다. 그날이면 김진숙 님의 고공농성이 270여일이고, 사수대 4명의 농성 역시 100여일이 된다. 그 중 신동순 조합원이 단식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근 50여일차가 된다.

    그런데 소풍이라니 하며 나무라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우리는 아직도 너무 착하거나 평화롭거나 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우선은 다른 방법이 없다. 눈물을 속으로 삼키면서 가는 소풍이다. 분노를 꾹꾹 누르며 가는 소풍이다.

    김진숙 님이 평상심을 잃지 않듯, 너희들이 아무리 우리를 탄압하고, 사람의 마음을 잃게 만들려 해도 우리는 너희의 야만에 맞서 평화의 마음을, 폭력에 맞서 존엄함을 잃지 않겠다는 결의의 소풍이다. 언제던지 폭풍으로 돌변할 수 있는 경고의 소풍이다.

    소박함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보여줄 새로운 문화의 소풍이다. 성숙한 사람들의 힘을 보여줄 연대의 소풍이다. 김진숙과 그의 동료들이 건강한 몸으로 이 평지로 걸어내려 올 그날까지 결코 희망의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는 의지의 소풍이다.

    무엇보다 우리 서로 이렇게, 나눔과 연대를 실현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공동체 시공간이 5차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여름 바빴던 마음들을 내려놓고 영도 바닷가 바람을 느껴보는, 우리는 진정 어디로 가야 하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5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성숙한 사람들의 문화가 저 야만스런 85호 크레인의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리 사회를 한층 더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거라 믿는다. 우리는 조금씩은 더 행복해져야 한다. 너희들은 조금씩은 더 내놓아야 한다. 너희들이 움켜쥔 그 모든 부와 사회적 가치는 실상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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