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남는 장사' 김진숙에 투자한다"
    By
        2011년 09월 23일 11:4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절규를 실은 『소금꽃나무』가 출간된 그 해에 우리는 딱 100년 전에 이웃나라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국가권력에 의해서 무고하게 사형을 당한 한 혁명가를 한국 땅에 소개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틈틈이 번역 작업을 해왔다. 지난 8월말 드디어 책이 나왔다. 4차 희망버스가 시동을 건 바로 그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한진 노동자다." 물대포 맞고 자라는 희망버스.  

    "희망버스를 밀자"

    ‘100년쯤 후에나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누군가가 말해줄까’하며 사형장으로 끌려갔던 이 혁명가의 한 맺힌 절규가 허공을 헤매다가 이제야 유유히 흘러가는 빛의 흐름에 합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착취당하고 탄압받는 노동의 현실에 국경이 없듯이 자본의 폭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사투와 연대에 너와 나의 구별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이 그 혁명가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했으니, 그 빛이 어디에서 발했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래도 이 혁명가를 잘 소개하고픈 우리의 마음은 마음이고 잘 팔릴 책도 아니기 때문에 기대도 안했었다, 인세 같은 것은.

    그런데 조금의 돈이 나온다니, 이 돈(!)을 어쩌나. 그런데 우리 중 누군가가 희망버스를 밀자고 했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마음속에 요동치는 희망의 맥박을 진짜로 생으로 느꼈다. 세상에 희망에 투자하지 않을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알 일이다. 우리의 투자처가 여기 ‘희망버스’인 이유를 간단히 밝히겠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라는 김진숙 동지의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 노동자들과 우리의 자녀들은 모두 다 비정규직이라는 잠재적 실업상태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아무리 ‘고속’으로 달려도 내쫓기고, 그 어떤 ‘재능’이 있어도 내쫓기고, 무거운 철강을 거뜬히 물위에 띄우는 신의 손을 가져도 내쫓기는 현실을 두 눈으로 보았다.

    해고는 부당하다고 아무리 절규하고 애원해도 “청와대, 노동부, 국회의원 누구 하나 코빼기 내미는” 사람이 없다. 지금 운 좋게 버티고 있을지는 몰라도 ‘다음 차례는 우리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경제적으로 불안하니까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진다.

    제대로 된 투자처를 찾았다

    이 불안에 대비해서 우리의 미래를 지켜줄 곳은 어디인가. 우리는 진지하게 투자처를 물색해야 한다. 농담이 아니다. 그런데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니까 깨지는 거야!”라고 하던 김진숙 동지가 크레인 위에 조용히 깃발을 꽂자 노동자들이 거짓말같이 하나씩 둘씩 모였다.

    조금 지나자 다단계식으로 모여든다. 그러자 더 많은 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실어 나르자고 희망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릴 때마다 컨셉이 바뀐다.

    큰 흐름을 타야 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상식이다. 물론 선거에서 대통령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고, 국회의원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잘 듣는 투자처는, 저항하는 노동자, 연대하는 노동자, 우리의 각양각색의 불안에 ‘희망버스’라는 이름을 붙인 노동자 우리 자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국회의원들도 정치가들도 ‘희망버스’를 타려고 한다.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타려고 한다. 이 나라 사람도 타고 저 나라 사람도 탄다. 그뿐인가, ‘희망버스’는 거리로 거리로 내몰리며 신음하던 우리 노동자들을 서로 만나게 했고, 억울하게 죽은 자와 산 자를 만나게 했고 이 나라 사람과 저 나라 사람을 만나게 했다. 승객은 갈수록 늘어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악랄한 독점재벌의 착취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새로운 노동운동의 산실로 탈바꿈시킨 이 ‘희망버스’에 과감히 투자해서 나중에 보험금을 타보려고 하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영구불변할 것 같던 모 영화제작사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

    휴대폰도 자동차도 영원하지 않다. 강철도 영원하지 않다. 영원한 것은 ‘희망버스’라는 이름을 가진 깨어 있는 노동자의 연대, 이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100년 전 이웃나라의 그 혁명가도 “노동자가 자각하여 단결하면 이 단결에 대적할 힘은 세상에 없다”고 했다. 100년이 지나고 바뀌지 않는 진실이다.

                                                      * * *

    [안내]

    정리해고 ∙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5차 희망의 버스
    “가을 소풍” 부르릉!

    85호크레인 고공농성 276일. 사수대농성 104일째. 신동순님 단식 55일째.
    야만을 멈춰라! 조남호를 처벌하라! 정리해고 철회하라! 이명박 정부가 책임져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보물찾기!
    아름다운 이들의 가을 소풍, 가을 운동회!

    ■ 출발
    – 서울 : 10월 8일(토) 12시, 시청광장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 전국 : 각 지역별로 계획을 잡아 출발합니다.
    ■ 도착 : 부산, 6시 도착(장소 추후 알림)

    ■ 참가비 : 3만 원
    ■ 입금 계좌 : 국민은행 702102-04-052110 문정현(희망버스) / 서울 참가자만 받습니다.
    ※ 참가비와 참가비 입금계좌가 지역마다 다르므로, 지역 별 공지사항을 꼭 참고해 주세요.
    ※ 지역 버스 운행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까페에 관련 내용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문의 : 다음 까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070-7168-9194(서울), 메일 hopebus@jinbo.net, 공식트위터 twitter@hopebus85

    ■ 승차 관련
    – 각 단체, 노조, 모임, 커뮤니티 별로 5차 희망버스 참가를 논의, 결의해주시고, 참가자를 모아 일괄 신청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서울 승객들께서는 차량 대수 확정을 위해 9월 30일까지는 신청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 각 지역별로 논의를 통해 5차 희망버스 지역참가단을 모아 출발시켜주시면 좋겠습니다. 단체별, 노조별로도 참가단을 결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가을소풍’답게 각 지역, 부문별로 함께 나눌 프로그램들을 준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10월 8일 첫 만남의 자리 주인은 각 지역, 부문의 평범한 버스들입니다. 각 지역버스 별로 3분 내외의 간단하면서도 재밌는 인사들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희망버스는 참가자들의 힘으로 만들어집니다. 각 지역, 부문버스별로 대당 10만원의 5차 희망버스 운행비를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5차 이전에 희망버스 지역 이야기마당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요청해 주시면 만나고 싶습니다. 그 외 지역별 실천을 위해 북콘서트, 촛불문화제, 선전 및 홍보 등을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어린이들과 함께 레고로 대형 크레인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쓰시지 않는 레고들을 모두 가져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희망의 버스는 계속 달립니다.

    ※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전진(가안)
    – 일시 : 10월 22일(토) 오후 4시, 서울
    – 1부 :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
    – 2부 :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천만상상(100만 행진 및 사회헌장 선포식)

    ※ 비정규노동자 가을운동회
    – 일시 : 10월 9일(일), 연세대학교
    – 희망버스 타고 부산 다녀와 함께 합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