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자 무급, 노동3권 침해하면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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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16일 01: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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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한 개정노조법 시행일을 2010년 7월 1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전임자 임금지급, 비전임자 처우 보장, 조합활동 시실편의 제공, 해고자 조합원 자격 유지 등에 대한 고용노동부 단협 시정 명령도 위법하다고 못박았다.

    인천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지난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한국펠저 지회 단체협약 시정 명령 취소 소송에 대해 지난 8일 이 같이 판결했다. 지난 5월 한국펠저 단협 시정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에 이어 본안 소송도 노조 측이 승리한 것이다.

    "비전임 임시 상근자 유급 위법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펠저와 금속노조가 지난해 6월 맺은 단협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아래 노조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9월 단협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타임오프 제도 시행일은 2010년 7월 1일이며, 그 전에 체결한 단체협약 효력은 인정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전임자 처우를 보장한 단협이 위법하게 되는 시점이 개정노조법 시행일인 2010년 1월 1일이 아니라, 타임오프 관련 법 조항이 시행되는 2010년 7월 1일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개정노조법 시행에 따라 노조법 24조 위반이 있더라도 단체협약 유효기간까지는 효력이 있다”며 “단협 시정을 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엔 개정노조법 시행일을 2010년 1월 1일로 보더라도 전임자 처우 조항이 노조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담겨 크게 주목된다. 법원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명시한 헌법 33조 1항을 판결문에 언급하면서 “노조법 24조 2항과 81조 4호에서 정한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 또한 노동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만일 이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헌법 위반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통해 획득된 것이라면, 오히려 기존에 지급되던 전임자 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것이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며 “전임자 급여 지급이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부당노동행위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펠저의 경우 회사가 노조의 조직 운영을 지배하고 개입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노조법 시행일 논란과 상관없이 단협시정명령은 위법하며 취소돼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법원은 같은 근거로 비전임자인 노조 임시상근자 활동시간 유급 인정과 조합사무실 관리유지비 제공 단협조항도 노조법 위반이 아니며,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비전임자 처우와 관련해 법원은 “노조법 24조 2항은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만 금지하는 규정”이라며 타임오프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이는 전임자 뿐 아니라 조합 활동 전반에 대해 타임오프를 적용토록 한 고용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 내용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해고 다투는 조합원 자격 시정 명령 대상 아니다"

    이 밖에도 법원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토록 한 단협 역시 시정 명령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는 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도록 돼 있는 단협 조항이 노조법 2조 4호 단서조항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선다며 시정을 명령한 바 있다.

    이 단서조항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전까지는 해고자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노조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가가 개입해 조합원에서 배제시키라고 시정을 명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펠저지회는 회사와 단체협상을 벌여 지난해 6월 전임자 처우 및 조합활동 보장을 명시한 단체협약을 현행 유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한국펠저 노사가 지난해 6월 체결한 단체협약 중 △유일교섭단체 △조합원 자격과 가입 △전임자 처우 △노조 시설편의 제공 △조합 임시상근자 처우 등의 항목이 노조법 위반이라며 지난해 9월 단협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유일교섭단체 조항에 대한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을 제외하고 모두 무효화 했다. 유일교섭단체와 관련해 법원은 “한국펠저지회는 기업별 단위 노동조합 또는 이에 준하는 조직이 아니”라며 복수노조 설립 허용일과 무관하게 노조 결성·가입이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한편 인천지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 6월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지법은 고용노동부가 경북지역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 무더기로 내린 단협 시정 명령이 적법하다며 노조 측 주장을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법원 판결, 파장 클 것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1심이긴 하지만 개악 노조법조차 확대 해석해 시정명령을 남발한 고용노동부의 현장탄압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원장은 특히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개악 노조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도 향후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타임오프가 도입된 상태에서 회사와 단협 갱신 협상을 벌일 때에도 노조 측이 전임자 처우 및 조합활동 보장 조항을 현행 유지하기 위한 유리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단협 시정 명령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은 총 4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30여 곳은 한국펠저지회처럼 단협 시정 명령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 이 기사는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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