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시계 없는 착취와 욕망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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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16일 11: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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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만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사람들을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자본주의의 최대의 포식자 패션 아울렛. 패션 아울렛에는 창문도 시계도 없다. 진열된 상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눈부신 조명만이 존재할 뿐이다.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공간을 표류하는 물고기처럼 시간을 잊고 쇼핑에만 몰두한다.

내가 이런 징글징글한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생계 때문이다. 나이 서른 중반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이 정도다. 하루 열한 시간 꼬박 서서 일해야 하며, 주말도 반납한 채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그래서 번 돈은 120만원. 내가 계산에는 약하지만 시간당 4320×11×26(한 달을 30일 4일 휴무 기준)이면 1,235,520원이다. 점장 왈, "유통에서 초보의 기본 봉급"이란다. 직원식당 점심 밥 값 4,000원, 저녁 간식비 3,000원(유통에서는 저녁시간도 없다. 실제로는 저녁식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간식시간이라고 하여 30분만 준다. 악질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다).

밥값 20만 원에 차비 빼면 수중에 남는 돈은 얼마 안 된다. 참 유통이라는 것은 교묘하게 약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쉽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대학생들이나 나이든 아줌마를 고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엘지 계열사의 h 브랜드다.

도대체 그 놈의 개XX(h 브랜드의 로고 캐릭터)가 뭐가 좋다고 사람들은 환장하며 사간다. h는 골프, 남성 의류, 여성 의류, 신발, 가방, 지갑, 벨트, 양말 등을 총 망라한 종합브랜드기 때문에 창고 계단 곳곳에 박스 상자를 쌓아놓고 그것도 모자라 옥상에 컨테이너까지 설치해야 한다.

하루 종일 옥상과 손님들을 응대하다보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앉을 수도 없다. 내가 참 웃긴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모든 백화점, 홈플러스, 이마트, 아울렛은 앉는 게 금지다. 파리가 날리는 곳이라도 앉으면 안 된다. 그게 규정이란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참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 잡혔다. 얼마나 많은 청춘과 어머니들이 질식할 것 같은 하얀 조명 아래에서 시들어 갈 것인가. 요즘 일자리라는 것은 고작 이런 것들뿐이다. 그나마도 창고형 마트 형식으로 가고 있는 추세라 그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느 정당에서는 마트가지 않기 않는 운동을 한단다. 하, 웃기는 일이다. 마트는 자본주의에서는 하나의 삶의 형태다. 자본주의를 부수지 않는 한 기형적인 형태로 계속 거대해질 것이다. 나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마트 안 가기 운동보다 24시간으로 운영돼 어쩔 수 없이 노동자를 일하게 만드는 악질적인 운영 체제를 바꾸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모두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하고, 주말에는 쉬는 주 5일제 근무로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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