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렁에 빠진 진보신당, 어디로?
        2011년 09월 15일 11:48 오전

    Print Friendly

    진보신당이 9.4 당 대회 이후 분화의 유속이 빨라지고 있다. 통합연대가 당 대회 결정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9.4 당대회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진보대통합 노력을 계속할 것을 천명했고, 이에 맞서 일부 당원들은 통합연대에 서명한 당원들에 대한 ‘축출’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는 통합적 당 운영보다는 독자노선에 기초한 ‘마이웨이’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 지난 2008년에 열린 진보신당 창당대회 (사진=레디앙)

    일부 당원, 중앙당사 농성

    좌통합파와 진보대통합파 사이 벌어진 틈은 서로 상처를 내며 치유보다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진보신당이 전체적으로 수렁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당 내에서는 일부 독자파들의 강경 입장과 김은주 권한대행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 소수 당원들은 “통합연대 참여는 9.4 당 대회 결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해당 행위”라며 14일부터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표권한 대행이 식물화되어 해당 행위를 한 사람들을 단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되었다"며 "통합연대 참여 인사에 대한 즉각적인 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9.4 당대회 결정 이후, 통합연대 인사들의 진보신당 해체 주장에 동조하는 전국위원 및 각 단위 위원장 등의 인사에 대해 당권을 정지할 것을 요구"하고 “통합연대 인사들과 소통하는 당직자들이 있다면, 그들과의 소통을 즉각 중단하고 진보신당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이들의 행동이 전체 당원의 의사 전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세적인 통합파 ‘축출’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김은주 권한대행이 14일 “통합연대 인사는 비상대책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통합연대 소속 전국위원들에게도 “본연의 위치에서 당론에 따르라”고 비판한데 이은 일부 당원들이 행동은 진보신당이 ‘비상 체제’가 강경 모드로 움직일 것이라는 점을 예상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 독자파 쪽은 사태의 전개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조속히 비대위를 속히 꾸려 당 혼란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지만, 김 권한대행과 일부 강경 독자파들이 강하게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구 전진 출신의 한 독자파는 “김은주 체제가 통합력을 잘 발휘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일단 빨리 전국위원회를 열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세력 중심 비대위 구성은 당원 불안감 높여"

    그는 이어 “지난 주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비대위 구성에 대해 어느 정도 김은주 권한대행에 위임한 측면은 있지만, 어느 한쪽만으로 구성되면 당을 지켜보는 당원들을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합리적 안이 나왔으면 좋겠고, 통합파-독자파가 아닌 중간에서 이번 일이 잘 수습되길 바라는 당원들의 입장에서 더 이상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독자파로 꼽히는 이장규 마산당협 위원장도 당 게시판에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며 “통합연대의 행동은 당 대회 결정사항에 대한 불복이지만 명분이 있을수록 행동은 더욱 신중해야 하고, 명분이 있다고 해서 절차나 상식적인 일처리 방식을 지키지 않을 경우 도리어 스스로의 입지만 좁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합연대 축출을 주장하는 동지들의 실망과 분노가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잘 알지만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무리하면 일을 그르친다”며 “남아 있는 많은 당원들과 함께 당을 어떻게 새로이 건설해 나갈지를 고민해야지 ‘나쁜 놈들을 쫓아낸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일을 처리하다보면 당을 새로이 건설할 에너지도 소진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비대위 구성과 관련 김은주 권한대행은 당내 특정 소수 정파 회원을 중심으로 위원들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방적인 비대위 위원 구성에 대해 일부 광역 시도당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김 권한대행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대위 위원장은 김은주 권한대행이 아닌 다른 인사가 될 것이며, 김 대행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현재 광역시도 위원장인 A씨다. 

    "통합연대 길 바뀌지 않을 것"

    반면 ‘축출 대상’으로 지목된 통합연대 측은 담담한 분위기다. 통합연대 측 한 관계자는 “통합연대에 대한 독자파 진영의 비판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원래부터 서로 생각해 왔던 노선이 달랐고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서로 비판해 왔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통합연대의 길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8일로 예정된 진보신당 전국위원회 자체의 성립 여부도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통합파 쪽 전국위원들이 출당 촉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합파의 주요 인사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서로 더 이상의 신뢰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며 "진보신당을 빨리 정상화시켜서 녹색좌파 정당 노선을 걷든지, 좌통합을 하든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통합파 쪽 전국위원들이 현재 당 운영 모습이나, 자신들을 겨냥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회의에 참석하려는 의지가 생겨나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위원회가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국위원회 성원 여부, 비대위 구성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부 당원들로부터 "당을 떠나라"는 소리를 듣는 대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회의가 열리지 못할 수도 있는 진보신당의 모습은 현재 이 당이 처해 있는 어려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