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참여당 통합진보로 총결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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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13일 07: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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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보조국사 지눌 스님)

    진보대통합에 기초한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포기할 이유는 없다. 희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망이 남아 있다면 그 가능성은 어디에 있고, 그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

    구민주노동당에서 현재의 진보신당이 분당해 나온 이후 진보대통합을 가장 강력하게 주창해 온 단체는 민주노총이었다. 진보정당들의 분열이 노동운동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어 민주노동당 역시 진보대통합을 제창했고, 작년 말 진보신당 지도부가 진보대통합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함으로써 진보대통합을 위한 진보진영 연석회의가 올해 1월부터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남아 있는 가능성 어떻게 현실화?

    양당 협의가 아니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단체들과 진보교연 등도 참여하는 연석회의 형태로 진보대통합을 논의하게 된 것은 진보대통합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그만큼 컸음을 가리킨다.

    그런데 그간의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들은 크게 보아 대북 문제, 이른바 ‘패권주의’ 문제, 그리고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였다. 그간의 논의 과정에서 대북 문제는 5.31 합의가 나오기 직전까지 논의를 결별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서로 한발씩 물러남으로써 일정하게 해소될 수 있었다.

    패권주의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안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패권주의를 막을 제도적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는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애초에는 은밀하게, 5.31 합의 이후에는 공공연하게 추진함에 따라, 5.31 합의 이전에는 합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다가, 그 이후에는 통합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최대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나 진보신당이 거부하는 한 국민참여당의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안을 민주노동당이 수용함으로써 합의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근 8개월에 걸친, 치열했지만 지루하기도 했던 논의의 결실인 통합안은 민주노동당에서 통과되었지만, 진보신당 9.4. 당대회에서 대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의결정족수인 참석 대의원의 2/3 찬성을 얻지 못함으로써 부결되었다.

    진보신당 부결 이유는 무엇?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 부결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통합안이 대북정책 합의 내용을 제외한다면 진보신당이 중요하게 여겨온 사항들을 거의 수용한 안이므로 ‘통합안의 미흡성’ 등은 부결의 표면적인 이유들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주된 이유는 진보대통합이 대중적 요구로 제창되는 정세 속에서 통합 논의에 참여하는 것까지는 거부할 수 없었지만, 이전에 함께 활동한 경험이 가져다 준 상처와 당세의 상대적 취약성 등으로 인해 어떤 경우이든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거부하겠다는 대의원들이 적지 않았던 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국참당의 새통추 참여를 추진할 의사를 계속 밝힌 것도 부결의 주요 원인이 된 것 같다.

    통합안이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 부결된 이후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불씨를 다시 지펴보기 위해 진보신당 통합파 주요 인사들 및 통합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인사 90명이 지난 9월 8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이하 통합연대)’ 건설을 제안했다.

    통합연대는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일시적인 조직이다. 그런데 진보신당에서 통합안이 부결된 이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9월 중에 열기로 한 당 대회(또는 당원 총투표)를 통해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이에 발맞춰 국민참여당은 10월 1일 전국 당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비참여당 통합진보 건설로 진보진영 결집해야

    진보신당이 통합을 부결했고,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을 강행하려 하는 이런 정세 속에서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무엇이 행해져야 하는가? 나의 견해로는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로 진보진영의 힘을 결집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자.

    우선, 통합연대가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기치를 선명하게 드는 것이 관건적 중요성을 지닌다. 진보신당이 통합안을 거부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물론 진보신당이 이 기치를 지금이라도 든다면 통합연대가 통합을 주도할 필요성은 사라진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당 대회와 국민참여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안이 통과된다면, 민주노동당도 함께 하는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은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민주노동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들을 최대한 결집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겠지만 진보신당 역시 이 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운동이 힘 있게 추진된다면,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당원들도 대거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으로 민주노동당 참여 통합진보정당 건설은 불가능해졌지만, “보수세력과 자유주의세력과 구별되는 진보세력의 독자적 발전과 승리”가 진보대통합 추진의 근본 정신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진보대통합의 정신은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에 의해 올곧게 계승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당 대회 결과와 선택 가능한 길

    이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되면 민주노동당에 들어설 새 지도부와 함께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즉시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진보신당 독자파들 중 이 대열에 참가하길 거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들을 설득해 통합 대열에 참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진보신당이 통합을 끝내 거부한다면 새 통합진보정당은 진보신당 참여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후일의 과제로 미루고, 총선 등에 대비해 우선 진보신당과의 전략적 연대 내지 진보정치연합의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진보대통합, 난관이 조성되고 있지만 결코 타개할 수 없는 과제는 아니다. 이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우선 통합연대가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기치를 선명하게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통합진보정당 건설 운동이 국민참여당까지 참여시키는 이른바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내지 ‘자유주의-진보 연합정당’ 건설을 뒷바라지하는 역할 이상을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나는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단 건설에 민주노동당이 합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진보신당 역시 통합파 대 독자파의 대립 구도를 넘어 이 대열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물론 새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방향은 9월 중에 있을 민주노동당 당 대회의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결과에 상관없이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하고, 민주노동당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그 결과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당 건설 운동을 마무리지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오는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등이 있는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진보진영 공동대응체제 구축에도 나서야 한다. 이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일 역시 현재로써는 통합연대가 맡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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