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가게 주인, 전체주의 붕괴시켜?
        2011년 09월 13일 04: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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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와 부시 정권의 반테러에 대항해 어떻게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반전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 미국에서 하워드 딘의 성공, 나아가 버락 오마바의 대통령 당선과 티파티 운동의 성공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큰 답들이 존재한다. 전 지구적으로 전개된 군비경쟁과 자본주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 냉전의 종식과 함께 슈퍼 파워로 등장한 미국의 패권 전략, 신자유주의가 낳은 전 지구적 위기와 일상의 피폐함 등등.

    세상의 변화에 대한 다른 설명 방식

    하지만 이에 대한 또 다른 설명 역시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작은 것들의 정치’다. 『작은 것들의 정치: 혁명 전통의 잃어버린 보물』(제프리 골드파브 지음, 이충훈 옮김, 후마니타스, 15000원)은 이 모든 거대한 정치적 변화들 속에 공통적으로 숨겨져 있는 작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의 정치 속에서 한나 아렌트가 말한 바 있는, 하지만 아렌트 그 자신 역시 간과했던 “혁명 전통의 잃어버린 보물”을 발견함으로써 그 답을 제시한다.

    정치적 변화가 언제나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그것은 속삭임과 함께 시작한다. 구동구권의 전체주의 사회에서 식탁과 서점, 그리고 시낭송회의 속삭임, 채소가게 주인의 작은 실천들이 전체주의의 붕괴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무브온>과 같은 인터넷 운동과 가상적 공간에서의 속삭임은 미국 정치를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이런 혁명은 하워드 딘의 성공, 버락 오마바의 대통령 당선, 티파티 운동의 등장 등을 통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이런 일상적인 삶 속에서 공식적이고 지배적인 진리에 맞서, 사회에 대한 정치에 대한 그리고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재정의하고, 이를 공유하며, 함께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저자인 제프리 골드파브는 이와 같은 ‘작은 것들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작은 것들과 큰 것들을 넘나들면서, 그는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 내재한 권력의 차원을 밝혀낸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20세기와 21세기의 중요한 정치적 전환기와 운동, 그리고 제도들, 구소비에트 블록에서의 저항, 1989년 바르샤바, 프라하, 부쿠레슈티의 길거리, 9·11을 낳았던 테러 네트워크,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의 기독교 우파 운동과 인터넷 운동 등을 분석함으로써, 그는 전 지구적 무대라는 큰 정치와 테러주의, 반테러주의, 그리고 지구화라는 지배적인 서사들에 대한 대안을 구성하면서 어떻게 정치적 자율성이 발생하는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자율적인 공적 영역 구성과 유지

    이론적인 측면에서 저자는 미셸 푸코의 권력론, 어빙 고프먼의 연극적 사회학,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분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들 사이의 차이를 조명함으로써, 오늘날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작은 것들의 정치’의 함의를 살펴본다.

    이런 이론적 조망은 ‘작은 것들의 정치’가 가진 형식의 진정한 의미는 물론이고, 우파와 좌파 스펙트럼을 가로질러 나타나는 ‘작은 것들의 정치’의 내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비판적 성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할 수 있다.

    20세기의 전체주의 사회와 21세기 미국에서의 ‘작은 것들의 정치’를 반추하면서, 이 책은 어두운 시대 속에서 자율적인 공적 영역을 구성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그것을 통해 권력을 산출하고 대안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거대한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과 전환의 순간에 그런 권력과 대안을 바탕으로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담지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나 아렌트가 언급했던 “혁명 전통의 잃어버린 보물”(근대의 주요 혁명기 동안에 구성되었던 자유로운 공적 영역)은 현대사회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힘없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 속에 깃들어 있다.

                                                      * * *

    저자 : 제프리 골드파브 (Goldfarb, Jeffrey C.)

    1977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뉴욕에 있는 신사회과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동유럽과 미국에 초점을 맞추어 자유로운 공적 삶의 조건과 정치 문화, 그리고 그 결과들에 관한 비교 역사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폴란드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였던 아담 미흐닉과 함께 ‘민주주의 세미나’를 조직하기도 했다. 동유럽에 대한 그의 연구와 업적을 기려 레흐 바웬사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폴란드 훈장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 『글라스노스트를 넘어서』(Beyond Glasnost), 『냉소적인 사회』(The Cynical Society), 『붕괴 이후』(After the Fall), 『시민성과 전복』(Civility and Subversion), 『정치 문화의 재발명』(Reinventing Political Culture) 등이 있다.

    역자 : 이충훈

    현재 신사회과학원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비교 정치와 정치 이론을 전공하고 있으며 국제 이주와 관련된 다양한 정치적 측면들과 20세기 일본의 이주 정치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성공회대학교, 한서대학교 등에서 강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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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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