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 정파 갈등 기원과 종말
        2011년 09월 11일 0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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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내 파벌 갈등을 분석하면서 서로 갈라설 정도로 갈등이 격렬한 파벌들이 애초에 어떤 이유와 과정으로 민주노동당에 합류했는지를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갈등 관계에 있는 파벌들이 하나로 합류할 당시에는 상호 관계가 그만큼 나쁘지 않던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만한 잠재적인 요인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인지, 그 점을 충분히 고려해 파벌 간의 경쟁을 생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와 리더십을 구비하지 못했던 것인지 하는 의문들이 생겼다. (본문 25쪽)

    진보통합 협상 결렬의 뿌리를 찾아서

       
      ▲책 표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주 내용으로 하는 진보대통합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한때는 한솥밥을 먹던 두 진보정당이다. 그리고 협상이 깨진 자리에는 여전히 걱정스런 말들이 떠돈다. 그 자리에 남은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진보정당’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인 탓이다.

    『파벌-민주노동당 정파 갈등의 기원과 종말』(정영태 지음, 이매진, 18500원)은 이 ‘협상 결렬’의 근원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고 말하는 책이다.

    이미 한 차례 결별한 이력이 있는 두 정당이 다시 손잡으려 한다면, 어느 쪽에 서 있든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운동을 계속 고민하려 한다면, 또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가능하게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지난 시절의 경험에서 찾아보자는 제안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일했지만 정파 갈등에 무력감을 느끼고 당을 떠난 이력을 가진 이 책의 저자는 민주노동당 창당에서 분당에 이르는 정파 갈등의 역사 속에서 그 성찰과 반성의 길을 찾자고 말한다.

    민주노동당은 1980년대 사회주의 정치·사회운동에서 이어져온 다양한 정파 조직들이 연합해 탄생했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같은 꿈을 품고 손을 잡았지만, 창당 8년 뒤 결국 분당이라는 결말을 가져온 원인은 ‘파벌 갈등’이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조직 문화를 가진 이 ‘파벌’들의 동거와 결별. 이는 과연 필연적으로 파국을 내재한 동상이몽이었을까, 아니면 피할 수 있는 비극이었을까?

    창당 이전을 봐야

    이 책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민주노동당 창당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인 다양한 정파 조직들의 역사에서 거꾸로 정파 갈등의 단초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진보적 정치·사회운동의 양대 축인 민족해방 계열(자주파)과 민중민주 계열(평등파)이 학생운동권에서 어떻게 분화하고 또 시민사회로 퍼져나갔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정파 조직들이 조직 문화, 김대중을 중심으로 한 보수 야당이나 북한을 향한 태도 등 이념과 노선에서 어떤 차이를 품고 있었는지 주요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뜯어본다. 그리고 이렇듯 차이가 뚜렷한데도 큰 갈등 없이 하나의 정당으로 합류하게 된 시대적 배경 또는 양대 파벌이 갖고 있던 기대에 관해서도 지적한다.

    창당 이후의 갈등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면서 ‘자주파’와 ‘평등파’의 차이가 어떻게 서서히 파벌 갈등으로 격화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창당에서 2004년 총선, 2004년 총선에서 2007년 대선, 2007년 대선 이후 탈당과 신당 창당까지 세 시기로 구분해 파벌 갈등의 특징을 분석한다.

    창당 초기의 갈등은 주로 지역 수준에서 발생하고, 정치적 리더십의 중재로 무난하게 해결됐다. 취약한 조직 기반을 확대하고 선거에 대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원내 진출에 성공하고 몸집을 불려나갈 무렵인 두 번째 시기의 갈등은 좀더 본격화됐다.

    ‘정파 셋팅 선거’나 ‘일심회’ 사건, 열린우리당 ‘2중대론’, 북핵에 관한 태도 등 당내 제도와 각 파벌의 이념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이다.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운 두 파벌 간의 치명적인 차이를 조율하지 못한 채 당이 성장하면서 심각한 갈등이 싹트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07년 뜨거운 논쟁을 만나다

    2007년 대선 이후 몇 달 동안 벌어진 논쟁과 상호 비방, 탈당 사태를 낱낱이 기록한 대목에서는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수포로 돌아갔고, 분당에 이르게 한 ‘종북주의’, ‘패권주의’ 논쟁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재연되고 있는지 거꾸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공식 문서, 인터넷 신문을 포함한 언론 매체의 보도,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 당원들의 카페나 블로그 글, 그리고 주요 정파에서 리더 또는 브레인 구실을 한 인사들과 부산, 울산, 경기도 등 주요 지역의 당직자 인터뷰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민주노동당 정파 갈등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본문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은 방대한 양의 부록에 담았다. 풍부한 인용과 사건별, 시간 순으로 정리된 부록의 관련 자료는 당시의 정황을 생생하고 또 자세하게 기록한다. 이것은 그 자체로 한국 진보정당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충실한 사료이자 참고 자료다. 한국 최초로 원내 진출에 성공한 진보정당이 어떤 갈등과 뼈아픈 분열을 헤쳐 나왔고, 또 그 과정에서 어떤 말이 오가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하기를 요구하는 ‘비망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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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정영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집단 간의 갈등과 해결, 다문화 사회의 정체성 문제와 갈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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