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주의 '경비견' 이스라엘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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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06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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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내내 아랍 지역을 강타한 ‘사회적 지진’이 마침내 아랍에서 제국주의의 ‘경비견’ 역할을 하던 이스라엘의 지각판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9월 3일 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집값과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최대 45만 명 규모의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 8월 6일, 30여만 명이 참가한 종전의 시위 참가 기록을 거뜬히 갈아치운 것이다.

    45만 명 시위, 왜?

    이미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몰락하고나서 하루 뒤인 지난 2월 12일에 필자는 "중동, 세계 차원 보편적 저항에 합류, 이스라엘 향한 확산 가능성 주목해야"라는 글에서 당시 언론들이나 전문가들이 무바라크 퇴진 이후 사태 전개의 하나로 이스라엘로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한 것을 비판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아랍 전체가 격동에 휩싸이는 상황에 대해 자족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랍 세계를 강타한 사회적 격동이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있는 상황이 이스라엘에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오직 이스라엘만은 이 와중에도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유일하게 안정된 ‘섬’으로 남아 서방 제국주의에게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이미 필자가 관련 글에서 썼던 바와 같이 이는 단견임이 드러났다.

    지난 7월 14일, 8명의 이스라엘 학생들이 너무 비싼 주택 임대료에 항의하기 위해서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 아비브의 로스차일드 대로 주변에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그러나, 소수의 학생들이 시작한 이 저항은 놀랍게도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 매주 토요일마다 개최되는 대중 집회로 발전하더니 급기야 지난 8월 13일엔 유대계와 아랍계 이스라엘인들간의 연합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투쟁에 대해 이스라엘인들 가운데 90%가 지지를 표시했다)

    이 운동의 규모와 지속성은 이스라엘 건국 이래 전례없는 것인지라 이스라엘 엘리트 지배계급과 대중들 모두에게 심대한 정치적 충격을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구호로는 "민중들은 사회적 정의를 요구한다!", "사유화에 대한 대안은 혁명이다!","시장은 자유로워졌지만, 우리는 노예가 되었다" 등이다.

    그 외에도 복지국가에 대한 요구나 간접세를 줄이는 대신 부자들에 대해 소득세같은 직접세를 늘리라는 요구들도 있다.

    이집트 투쟁에 영향받는 이스라엘 대중들

    또한, 이번 이스라엘의 대중시위는 이집트에서 벌어진 투쟁에서 영향을 받은 바가 컸다. 실제 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즐겨 외치는 구호 가운데 하나가 "무바라크! 아사드! 네탸냐후!"이고, 또 하나가 "타히르 광장은 이스라엘의 도시에도 있다!"이다.

       
      ▲지난 9월 3일 밤, 약 23만명으로 추산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 아비브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번에 대중 시위를 벌이는 이스라엘인들은 그동안 아랍 대중들이 보인 용기에도 존경과 감탄을 보이고 있는데, 한 이스라엘 언론인은 "마침내 우리가 아랍인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웠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로스차일드 대로에 만들어진 텐트촌에서 이집트 무바라크 독재 타도 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틀어주자 참여자들은 환호하면서 "민중은 사회적 정의를 요구한다"와 같은 구호를 연호했던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번 대중 시위는 다른 부문들의 투쟁을 흡수하면서 진행되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예컨데, 노조 지도부의 양보 교섭에 불만을 가진 사회복지사들이 이 투쟁에 동참하고 있으며, 지난 8월 26일 5개월여의 파업을 끝낸 의사들 역시 젊은 인턴들 중심으로 로스차일드 대로에 다시 커다란 텐트를 세웠다. 이번 이스라엘의 대중시위를 특징짓는 분위기는 평등주의와 자율적 활동, 풀뿌리 직접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제국주의의 아성인 이스라엘에서 이처럼 전례없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지난 1970년대 이후 이스라엘이 겪은 사회-경제적, 정치적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 이전 이스라엘은 국가가 엄청난 보조금을 사회에 배분하여 경제를 지탱하는 구조를 지녔다.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대규모 자본들

    국내 자본 축적은 미약한 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대규모 자본 유입이 이를 가능케했다. 이런 자본 유입 가운데는 미국에서 유대인 민족주의(시오니즘)를 지지하는 집단들이 ‘자선’이라는 명목으로 모은 자금이나 독일의 배상금도 있었지만, 더 중요하게는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여 미국이 제공하는 각종 대부와 공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서방측에서 흘러나오는 자금들은 각각 사적, 공적 부문에 배분되어 대중들의 생활 수준을 지탱해왔는데,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당시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노동 부문을 포함한 이스라엘 사회는 이스라엘 국가가 아랍에서 행하는 제국주의의 ‘경비견’이라는 역할에 포로가 되어있었다. 이러한 점이 국가 건설 이후 아랍 국가들과의 연이은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보인 ‘무적 신화’의 국내적 동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 처방이 도입되면서 사유화가 대폭 확대되었는데,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상징이자, 집단 소유와 생산의 모델로 여겨지기도 했던 이스라엘 집단농장(키부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중들의 복지에 대한 지출도 급격하게 축소되었는데, 반대로 국내의 자본 축적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의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점차적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이스라엘 사회를 갈라 놓았으며, 그 결과 현재 이스라엘 경제의 40%가 10여개 남짓의 부호 가문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었다.

    불평등 국가 이스라엘

    소득분배 역시 최악으로 치달았는데, 한 사회의 불평등 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지니계수로만 평가해도 이스라엘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지수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소득 분배 상황은 0.39를 기록했는데, 놀랍게도 이는 이웃 국가인 이집트의 0.34보다도 높은 것이다. 스웨덴의 지니계수는 0.25, 영국이 0.36, 미국이 0.4이다. 이스라엘의 지니계수가 빈부차이가 극심한 미국에 근접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니계수가 0.4를 넘어서면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실이 아직도 믿기 어렵다면 다른 측정치를 참조할 수도 있다.

    즉, 상위 10% 층의 평균 소득을 하위 10%의 그것과 비교한 것인데, 이 부문에서 이스라엘은 13.4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이스라엘 상위 10% 층의 평균 소득이 하위 10%층의 13.4배에 이른다는 것인데, 이 부문에서조차 이집트는 8을 기록했을 뿐이다. 스웨덴은 6.2, 영국은 13.8, 미국은 15.9를 기록했는데, 역시 이스라엘은 미국에 근접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이런 과정이 이스라엘 국가와 사회의 응집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려왔고, 이것은 지난 2006년 레바논 침공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이스라엘의 군사적 패배를 낳은 한 요인이기도 했다.

    물론, 이스라엘은 여전히 자신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지원 가운데 미국이 매년 30~40억 달러씩 지원하는 군사원조는 민간 경제를 우회하여 이스라엘 군사비와 팔레스타인 식민화에 쓰이는 중이다.(군사 부문이나 식민화와 관련된 민간 부문은 이런 지원을 통해 일정하게 혜택을 보기도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투쟁 불러

    이에 반해 이스라엘 노동자, 민중들 가운데는 가속화되는 경제위기 상황 때문에 더는 자신들이 누리던 삶의 질 수준이 이스라엘이 아랍 지역에서 수행하는 ‘경비견’ 역할이나 식민주의적 모험과 일치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 내부에 필요한 사회적 지출을 희생한 댓가로 팔레스타인 식민화나 이들 지역에 이주한 유대계 정착자들을 지나치게 지원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이스라엘의 정치 혼란이나 이스라엘이 아랍 지역에서 보이는 동요와 무기력은 단순히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비겁함이나 능력 부족에서 온다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 구조 개혁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모순관계의 충돌 증가로 인한 국내적 압력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집값과 물가 인상에 항의하여 행진 중인 이스라엘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시위의 전망에서는 고려해야 할 장애 요인이 분명 존재한다. 즉, 유대 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간의 갈등 문제가 투쟁에 미칠 영향인데, 대중 시위가 점차 격화됨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 애국주의를 이용하여 대중 시위의 촛점이 된 경제적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금년 9월 20일은 매우 중요한데, 이 날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유엔에서 자신들의 독립국가 자격을 인정받으려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여러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팔레스타인의 각종 풀뿌리 조직들이 독립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기 위하여 이 날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점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이스라엘판 색깔론, 팔레스타인 변수

    물론 이들 시위는 대개 비폭력 시위로 계획되어있는 듯한데,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의 평화적인 시위에조차 잔혹한 진압을 가할 수 있다는 데 있다.(사실 어떤 면에서는 이스라엘 국가는 고의적으로 이들 시위를 폭력적인 양상으로 바꾸려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스라엘 대중들 사이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기존의 적대적 감정과 경계의식을 자극하여 운동을 분열시키는데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9월 20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점과 시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이스라엘 엘리트 지배계급들의 두려움을 자극한 모양이다. 여기에는 이번 이스라엘 시위가 처음에는 시위대 내부의 분열을 우려하여 이스라엘이 안고 있는 사회-경제적 요구들과 이보다 더 폭넓은 정치적 문제들, 예컨데,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과 식민화 문제를 연결짓는데 주저했던 사정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스라엘 시위가 발전하고 있던 지난 8월 4일에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그런데, 이런 안보 위기 조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시위는 그렇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자, 그로부터 2주 후인 지난 8월 18일엔 여덟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시나이 반도에 있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선을 넘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며 가자지구로부터 무려 250킬로미터를 이동하여 이러한 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입증할 증거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변수 영향력 감소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해 훨씬 더 대규모의 치명적인 공격을 가자지구에 퍼부었고, 늘 그랬던 것처럼, 팔레스타인 투사들은 이스라엘 도시 쪽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이스라엘 정부의 의도는 성공한 것일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스라엘 시위대들은 이런 사건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예정한 8월 20일의 시위를 취소하지 않았다. 8월 18일의 사고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가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던 점과 이 사고가 발생한 시기적 타이밍은 시위대들 사이에서 정부가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민족주의, 즉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만 깊어지게 만들었다.

    대신에 시위대들은 지난 8월 18일의 의문투성이의 사고에 의해 사망한 이스라엘인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압도적 다수의 동의로 이날 시위는 횃불을 든 침묵시위로 진행했다. 그리고 애초의 정치적 쟁점을 연결짓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운 대응에서 벗어나 이 날 시위는 이전의 경제적, 사회적 요구뿐만 아니라, 반전구호와 "유대인과 아랍인들은 적이 되기를 거부한다"와 같은 슬로건도 내걸었다.

    이날 시위에서는 현재 이스라엘 시위가 어떤 발전 단계를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있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날 소규모 극좌파 성향의 단체 회원들이 전쟁과 군수사업체들에 반대하는 슬로건을 외쳤는데, 이들에 대해 시위에 참여한 많은 좌파 급진주의자들뿐 아니라, 참여한 사람들 대다수가 짜증섞인 반응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이 이들 소규모 극좌파 성원들의 선동에 짜증을 냈던 것은 이들의 주장에 포함된 내용이 아니라, 애초 이날 침묵시위를 벌이기로 한 합의를 이들이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외친 슬로건의 내용 자체에 대한 반대는 몇몇 우파 성향의 시위대들에 국한되었다.

    의미심장한 변화

    또한, 행진이 끝난 후 열린 정리집회에서도 의미심장한 일이 있었다. 이날 연사 가운데 한 명은 갈릴리 지방에서 온 아랍계 이스라엘인이었는데, 그는 같은 날 아랍인들이 모여 사는 아라베라는 도시에서도 이날 대중시위에 연대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말해 시위대의 환영을 받았다.

    이어서 그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이 이스라엘에서 겪는 차별 문제도 지적하면서 이 문제 역시 이번 대중시위의 한 부분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에서 참다못한 우파성향의 시위대들 10~15명이 그에게 다가가 발언을 제지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시위대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들 우파 성향 시위대들을 가로막았고, 시위대들 가운데 5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제히 "유대인과 아랍인들은 적이 되기를 거부한다!"를 외쳐서 연사는 자신의 발언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는 그동안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수주의적인 대응과 함께 유대계 이스라엘인들과 아랍계 이스라엘인들 사이의 분열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통치체제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비록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이스라엘 지배체제에 일정한 파열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발전임에 틀림없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서 텐트를 치고 정부에 항의중인 이스라엘인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이는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 북부의 국립 공원이 위치한 메론 산맥 경사면엔 후르페이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엔 이슬람 소수 종파인 드루즈교를 믿는 사람들이 약 6000명 정도가 살고 있다.

    정부 조치 분노한 소수파 아랍계 이스라엘인들

    이들은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주민들 가운데서도 8%정도를 차지하는데, 일반적으로 이스라엘내에서 아랍계 주민들이 받는 차별보다 더 심한 차별을 받는 주민들에 속한다. 그런데 지난 8월 8일, 국립공원 당국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경찰이 이 마을에서 허가 없이 지어진 건물들을 철거하라는 명령문을 전하러 왔다가 마을 젊은이들에게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정부의 조치에 분노한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이 마을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를 막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기도 했는데, 이 도로가 다시 정상화되기까지는 무려 4시간이 걸렸다.

    이 소란은 마침 이스라엘 전역에서 집값과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던 와중이었는데, 애초에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의 시위로 시작되었던 것이 아랍계 이스라엘인들로 확대된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들도 자신들의 마을 광장 한 가운데에 다른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이 그러하듯이 텐트를 설치하고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이스라엘 전국을 강타한 시위가 주로 주택 가격 인상에 대한 것이지만 이들의 요구는 그나마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형편없는 주택 철거에 반대한다는 점 뿐이다.

    이 지역의 땅 대부분은 수십 년 전에 당국에 의해 몰수되어 주민들의 불만이 컸는데,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몰수의 이유로 제시한 자연 보전과는 달리 부분적으로는 몰수한 지역에 유대인 마을을 건설하려 했던 것도 주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그 때 이래로 이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남아있는 비좁은 땅에서 정부가 가하는 각종 차별적인 건축제한에 저항해왔는데, 이런 사정 때문에 이 마을은 이번에 전국을 강타한 주택 문제를 둘러싼 시위에 처음으로 참여한 아랍계 마을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유대계-아랍계의 연대

    그동안 이스라엘 내의 아랍계 주민들이 받은 차별과 배제 때문에 이들은 쉽사리 정치적, 경제적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이스라엘의 시위는 이들을 행동에 나서게 한 자극제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의 전국적인 대중 시위는 그동안 분열되어 있던 유대계와 아랍계-팔레스타인과도 연계가 있는-간의 연계와 아랍계의 차별에 대해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이 더욱 더 진중하게 귀를 기울이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하이파에 사는 일부 아랍계 주민들은 지난 8월 4일, 이웃한 유대계 주민들의 시위에 참여한 뒤, 자신들도 아랍계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텐트를 쳤다. 이후 두 지역은 상호 연결과 지원을 교환했는데, 이들의 이런 협력은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이 평등을 요구하는 아랍계 주민들의 투쟁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보통 각 도시가 대중시위의 전국조정회의에 한 명의 대표만을 보내는 반면, 하이파의 유대계 이스라엘인 활동가들은 자기 도시의 경우 아랍계를 포함하여 두 명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이스라엘의 전국적인 시위를 지도하는 지도자들이 작성하여 배포한 문서들을 봐도 알 수있는데, 일부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축소하라는 부분에 ‘민족별’ 불평등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인구 가운데 20%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계 아랍인들에 대한 차별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스라엘 정부가 획책하려는 군사적 모험 시도가 향후 이들 대중시위를 잠재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시도들은 이전처럼 인상적인 성공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 지배계급에 타격

    이보다 더 확실한 점 하나는 이스라엘이 더는 사회적으로 고요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며, 사회적 투쟁이 이스라엘 사회에 의제로 떠오르면서 이스라엘 지배계급의 국내 통치력과 주변 지역에 대한 헤게모니 모두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넓게 본다면, 이스라엘이 ‘아랍의 봄’의 태풍권으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이스라엘이 ‘아랍의 여름’이라는 절정을 대표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서방 제국주의의 아랍 통제력에 더 한층의 원심력을 낳는 것이다. 또한, 서방의 개입에 의한 카다피 축출이라는 굴절된 사태 전개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랍의 봄’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랍의 정치, 지정학, 전략에서 이스라엘이 가지는 중요성은 리비아의 그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가 없다. 이 점에서 제국주의자들이 리비아에서 잠시 항아리 뚜껑을 닫아놓을 수는 있었다 해도, 아랍 지역 최대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가 불안정에 빠지는 것은 이보다 더 큰 항아리가 통째로 깨지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랍의 봄’은 끝은 커녕, 이제 막 중반을 지났을 뿐이며, 이스라엘의 사회적 지진은 해당 지역에 또다른 성격의 여진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어쩌면, 서방 제국주의는 방망이로 두들겨도 계속 머리를 내미는 두더지 잡기 게임을 기약도 없이 숨가쁘게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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