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의 '주적'은 군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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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05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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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섬, 세계 자연문화 유산, 국제 관광지, 국제회의 도시. 제주도는 이외에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 곳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이명박 정부가 계승하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이런 수식어들과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

       
      ▲강정마을 해군기자 반대 집회.(사진=장태욱)

    유엔 안보리 기후변화와 안보 최초로 다뤄

    사실상 사적 폭력 집단과 공권력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강정마을이라는 정치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충돌 상황이 새삼스럽지 않더라도, 국민 저항권이 표출되는 또 한 번의 사례로 이해해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안보, 환경,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오고가는 담론들이 풍성하다. 타지에서 기지건설 반대의 입장에 선 나로선 ‘불순한 좌파 배후세력’에는 못 끼지만, ‘녹색성장의 아버지’를 배출한 영토에서 생활하는 자연인의 신분에서 몇 마디 덧붙여야겠다.

    기후변화는 환경, 사회, 경제 분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지속가능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은 상식에 가깝다. 적어도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와 안보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개인안보, 식량안보, 경제안보, 에너지안보란 말들에 익숙한 걸 보면, 안보를 좁게 해석해 군사안보만으로 취급하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일 게다. 기후안보 역시 우리 사회에서 점점 유행할 날이 올 것이다.

    지난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처음으로 ‘기후변화의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영향’에 관해 다뤘다. 기후안보가 대세가 됐음을 방증하는 회의였다. 그 자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세계 안보와 평화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유엔 수장답게 경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무총장 안보리에 보고할 때 관련 정보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의장 성명이 채택됐다.

    ‘기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수단 다르푸에서의 ‘기후 종족학살’과 같은 ‘자원 전쟁’과 ‘기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주로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분쟁과 갈등은 이미 국가의 경계를 넘어 국제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2004년 영화 ‘토모로우’가 미국에서 개봉되기 몇 달 전에 작성된 미국 국방부의 ‘펜타곤 보고서’는, 미국이 당면한 최대 위협으로 테러 등의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비록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유엔 기후협약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에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최근까지 미국의 국가안보집단 내에서 기후변화를 다루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최근 제출되는 유엔과 국제연구기관들이 기후안보에 주목받는 것과 유사할 정도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추진정책에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차이점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코 “환경친화적 부대건설”를 꼽겠다. 이명박만큼 녹색을 사랑하는 대통령은 없었다. 2009년에 발표한 ‘국방 녹색성장 종합추진계획’에서 국방부는 3대 전략과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저탄소 에너지 절감형 국방운영, 녹색 작전 훈련 체제구축, 기후변화 대응체제 구축, 녹색 국방기술 개발, 방산분야 수출 확대, 군 녹색 기능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 병영생활의 녹색화, 녹색 국방환경 조성, DMZ 녹색성장 관리, 세계적 녹색군 브랜드화. 이 놀라운 작명 기법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이렇게 해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된 녹색기지”로 추진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의 ‘2010년도 국방녹색성장자료집’은 녹색 괴물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다.(자료집 63쪽)

    "녹색세탁의 아버지"

    태양광 전기로 저탄소 신무기를 생산하면 녹색일자리도 창출되고 녹색 군산복합체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재생에너지도, 그런 녹색일자리도, 그런 녹색산업도, 육군 군복 색깔에도 미치지 못한다. 4대강 사업이 녹색사업이라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하다.

    ‘개나 소나’ 다 녹색을 외치니, 국방에 갖다 붙이면 녹색국방이 되고 토건에 갖다 붙이면 녹색성장이 되는 것이다. ‘녹색성장(green growth)의 아버지’를 그렇게는 부르지 못하겠고 ‘녹색세탁(green wash)의 아버지’로 불러야겠다.

    조금 차분히 생각해 보면, 기후변화의 결과이자 원인으로서의 군사주의를 떠올릴 수 있다. 미 국방부와 유엔은 주로 기후변화의 결과로서 분쟁과 군사적 충돌의 위험이 가중된다는 얘기만 한다. 그러나 군사주의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데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역사에서 감춰진 사실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와 군사주의의 관계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배출 제한을 합의한 교토의정서에서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원인 군사 활동이 감축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탓에 전시, 비전시 군사활동이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와 환경에 큰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심지어 군사활동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보고, 취합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 등 국제적으로 인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축소돼 있거나 작성 방법에 오류가 있다.

    기후가 아닌 사회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기후정의’ 운동은, 펜타곤을 폐쇄하고 각국의 군사 활동을 중지해 배출량을 줄일 것을 주장한다. 군축비용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원으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또한 군사활동 축소․중지 자체로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평화 없이 녹색 없다

    이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기후안보 차원에서도 반대해야 한다.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에 동참해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생태․평화․연대․평등의 녹색 가치를 제 입맛에 맞게 편집해 녹색국방과 녹색기지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주국방’ 담론의 변형에 불과한 ‘녹색국방’과 ‘녹색국방성장’ 담론의 핵심인 군사주의의 녹색화와 ‘군대-생태 복합체’를 깨야 한다.

    우리는 강정마을에서 전쟁이냐 평화냐, 기후변화냐 기후안보냐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있다. 평화 없이 녹색 없고 녹색 없이 평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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