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사회주의 운동 선구자
    2011년 09월 04일 11: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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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하고
몸을 죽이고 인을 이루었네
안중근이여, 그대의 일거에
천지가 모두 전율했소

1909년 10월 26일 제1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의 의거를 기리는 이 시는 놀랍게도 일본인의 작품이다. 이 위험한 시를 쓴 사람은 일찍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반군국주의, 반침략주의 운동을 펼친 혁명가 고토쿠 슈스이다.

아시아 사회주의 운동의 선구자인 고토쿠 슈스이(幸德秋水, 1871~1911)는 1907년에 일본의 조선 식민화에 반대한다는 위험한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문제적 인물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처형당하고 3개월 후인 1910년 6월 고토쿠 슈스이는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그리고 1911년 1월 24일, 비밀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후 불과 일 주일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른바 ‘대역 사건’의 전모는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사회주의자다』(고토쿠 슈스 지음, 임경화 엮음, 박노자 해제, 교양인, 28000원)는 사후 100년을 맞아 최초로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는 저자의 선집이다. 1901년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일본 지성계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불과 10년 동안 동아시아 전역에 최초로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민족을 뛰어넘는 민중 연대를 주창한 위대한 혁명가 고토쿠 슈스이의 치열했던 삶과 사상이 담겨 있다.

고토쿠 슈스이는 일본을 넘어 조선과 중국 지식인들에게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한 동아시아 최초의 사회주의자였으며,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비판하고 제국주의 전쟁의 본질을 꿰뚫어본 정치사상가였다. 그는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피지배 계급의 연대와 저항을 외친 국제주의의 주창자였고, 일제의 조선 병합을 비판한 양심적 지식인이었다.

『나는 사회주의자다』는 저자의 주요 저서인 『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 『장광설』를 비롯해 그가 <만조보>와 <평민신문> 등 여러 신문에 발표한 논설과 연설문, 선언문 등을 싣고 있다. 이 글들은 20세기 초 중국과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사상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끼친 역사적 의미가 깊은 문헌들이다. 사회주의 사상과 아나키즘에 대한 탁월한 이해,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한 비판, 러시아혁명 등 국제 혁명 운동에 대한 분석과 진단, 사형 집행을 앞둔 지식인의 철학적 고뇌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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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 : 임경화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에서 일본문학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근대 한국과 일본의 진보적인 문화 운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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