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목은 들어가서 우리가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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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03일 01: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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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대회를 앞두고 많은 주장과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전 대의원도 아니고 딱히 활동가도 아닌 평당원일 뿐입니다만, 강력한 진보통합정당의 창당을 바라는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싶습니다.  

    1. ‘연립정부 문제’에 내내 발목을 잡힐 것이다. 

    맞습니다. 자주파 계열의 일부는 노골적으로, 다른 일부는 제한적으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과 연립정부 구성을 줄기차게 제기할 것입니다. 독자파 동지들께 묻고 싶습니다. 만약 진보신당이 통합진보정당에 몸담지 않고 외부에 존재한다면, 자주파의 이런 반계급적 시도는 좌절될 수 있습니까?

    되려 진보신당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의 힘이 더 약해졌으므로 보수 야당과의 통합, 연대는 더욱 사활적인 과제"라고 주장할 게 뻔합니다. 

    만약 민노당 당권파가 진보신당을 내팽개치고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 연립정부 구성을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다면 통합정당의 외부에서 그들을 비판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노당 내 좌파들의 노력, 민주노총과 전농 등 기층 운동세력들의 저항으로 민노당 당권파의 시도는 저지되었고, 공은 진보신당에게 넘어온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통합의 부결’이란 애초 진보신당보다 국민참여당에 치우쳤던 민노당 당권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일일 뿐입니다. 

    진보신당은 진보통합정당에 전 조직적 역량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적들과의 동침’을 통해 제도권에 진출하는 게 능사라는 잘못된 주장이 관철되지 않도록 막는 최선의 방책입니다. 우리가 저들이 제기하는 ‘연립정부 문제’에 발목을 잡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저들이 추진하는 ‘연립정부 문제’의 발목을 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들의 이념 때문에 자주파들이 진보정당에서 개별적으로 이탈, 신자유주의자들에게 투항하는 상황이라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들은, 지난 십수 년간의 진보정치 성과물을 모두 내걸고 신자유주의자들을 향한 구애를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우리에게 벽을 쌓고 문을 걸어 잠궈도, 그 벽을 넘고 문을 박차고 쳐들어가서 그 동거를 막아내야 할 판에, 당당하게 성문으로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이런 태도는 진보정치, 계급운동을 위한 태도가 아닙니다. 전체 운동의 성장이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정파의 ‘돋보임’과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태도일 뿐입니다. 

    2. ‘도로 민노당’일 뿐이다. 

    역사의 반동에는 하한선이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있습니다. 지금 이명박이 아무리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거 군사정권에서처럼 홀연히 사라진 사람이 공안기관에 의해서 의문사를 당한 채 발견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주파의 이념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과의 통합이 진보신당 창당 전과 ‘똑같은’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하나의 ‘신앙’입니다. 

    대표적 독자파인 김은주 부대표 님은 7월 14일 당 게시판에 쓴 글에서 "패권 방지를 이유로 민주노동당에 과도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신 바 있습니다. 요는, 현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규모와 영향력이 엄연히 다른데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에 요구하는 내용은 그런 점을 인정치 않고 있다는 것, "당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합의 결과는 어떻습니까. ‘부속합의서 2’의 협상과정에서 진보신당이 요구했던 내용들이 거의 전부 관철되었습니다. 

    정치 행위는 머릿속 이념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주객관적 요인, 해당 주체들의 노력에 의해서 이념은 얼마든 극복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진보진영의 단결된, 보다 큰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열의 빌미를 주는 일을 하는 것은 자주파에게 있어 자살행위와 같습니다. 진보신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양보한 것은 이런 정세의 반영입니다. 

    통합정당에서도 이런 압력은 마찬가지입니다. 진보신당이 전당적으로 통합에 참여하고 활발한 활동과 선명한 주장을 이어간다면 자주파의 입김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진보신당이 통합으로부터 이탈하고 자주파의 양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모든 분열의 책임은 진보신당에게 짐지워질 것이고 자주파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자신들의 정치행보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고삐풀린 망아지’를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회가 왔을 때 위험을 무릎쓰고 안장에 올라타, ‘고삐를 잡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얼쩡거려봐야, 망아지에게 걷어차일 뿐입니다. 

    3. 민노당은 북의 2중대, ‘노동자 계급의 독자세력화’가 중요하다. 

    ‘노동자 계급의 독자세력화’는 부인할 수 없는 지상 과제입니다. 독자파 동지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누가, 어떤 세력이 ‘노동자 계급’입니까. 민족주의 이념을 지지하지 않은 채, 사회주의/사민주의만을 지지하는 개인/세력만이 노동자 계급입니까. 자주파를 지지하지 않고, 평등파를 지지하는 개인/세력만이 노동자 계급입니까. 

    기발하고도 전투적인 투쟁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던 현대 하이스코 투쟁, 그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건 민노당 내 자주계열이었습니다. 지난 임시당대회에서 통합안의 승인을 주문한 건 이정희만이 아니었습니다. 77일간의 영웅적 점거투쟁을 벌인 쌍용차 노동자들도 진보진영의 단결과 통합을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노동자 계급이 아닙니까. 

    지난 군사정권과의 싸움에서 민족주의 세력은 가열차게 싸웠습니다. 저들의 끈끈한 구조와 인력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닙니다. 민족주의 세력은 ‘비판적 지지’를 내세워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탄생에 일조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지난 10년 간 벌어진 노동자 투쟁, 농민 투쟁, FTA 투쟁, 파병 투쟁, 핵폐기장 투쟁, 철거민 투쟁에서 했던 역할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설령 민족주의자들과 우리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고 해도, 그 차이가 국참당 등 신자유주의세력과 우리의 차이, 우리와 민족주의자들의 계급적/실천적 공통분모를 압도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일부 민족주의 이데올로그들이 북한의 독재 정권에 대한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현실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노동계급의 일원이고, 우리의 동지입니다. 

    전 이런 이유로 모든 차이를 덮고 대동단결로 나아가자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민족주의 경향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그들의 계급적 토대나 현실 속 운동과 모순되는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식칼테러를 자행한 재벌총수를 민족자본가로 추앙하는 것, 필요하다면 보수 야당이나 자본과도 타협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 아래로부터의 민중운동을 고양하기보다는 선거를 통한 집권에 치중한다는 것 등이 그런 점입니다. 

    우리는 이 모순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싸우고, 투쟁하는 동시에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운동의 과정에서 마주치게 될 그들의 사상이 지닌 맹점과 약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현실 속에서 입증 없이, 한 집단의 세계관이 알아서 바뀌길 기대하는 것은 몽상일 뿐입니다. 우리가 진정 민족주의의 약점을 극복하려면, 그들과 단결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실천 속에서 민족주의의 맹점을 드러내야 합니다. 

    극우세력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결을 두려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결은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 세력과 자본에게 크나큰 도전이며, 또한 극우세력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는 ‘진보세력은 종북세력일 뿐이다’라는 이데올로기 공세의 근본을 도려낼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낙인찍을 수 있고, 진보신당 등 좌파들은 소수로 고립되는 상황이야말로 극우세력과, 더 멀리 신자유주의 세력이 원하는 정치상황입니다. 

    우리는 저들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단결을 통해서 더 큰 저항을 실현하고, 당 내부에서의 치열한 정치투쟁과 실천속에서의 입증을 통해 북한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고쳐나가야 합니다. 민족주의자들은 절대 달라질 수 없다는 패배주의, 혹은 그들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니까 함께 할 수 없다는 고립주의로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대의원 동지 여러분, 통합을 부결시키는 건 단지 민주노동당 내부의 자주파들과의 결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주파들을 압박하면서 끝내 양보를 이끌어 낸 세력, 민주노총, 전농, 민노당 내 좌파, 그리고 이들을 지지한 개인들의 열망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통합을 하고서도 끝내 기만적인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야합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 때 최대한의 힘을 모아서 탈당하십시오. 노,심,조가 말을 뒤집고 연립정부를 지지한다면, 그 때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끝장내십시오. 그 때 우리는 저들의 명백한 실책을 무기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이 진보신당으로 넘어온 상황에서 비관적 전망만을 되풀이하며 공을 걷어차버리는 것은 패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자멸일 뿐입니다. 

    9월 4일 당대회에서 압도적으로 통합을 승인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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