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대통합, 진보혁신 마당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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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03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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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진한 합의안들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창당을 결정할 시한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창당은 9월 4일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합의안이 진보신당 9.4 당 대회에서 통과되고 9월말에 통합진보정당이 출범한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진보혁신의 마당이 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최근에 불거진 국참당 문제뿐만 아니라, 종북·연립정부 문제 해결은 여전히 미진한 실정이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기본소득‧풀뿌리민주주의‧자본 및 토지 공유화‧투기불로소득의 환수‧녹색사회 등 중장기적인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 방향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무상급식 투쟁에서의 승리를 제외하곤 정리해고‧최저임금 현실화‧핵발전 폐기‧4대강 개발‧반값 등록금‧포이동 마을공동체 투쟁‧전세 대란‧물가 폭등 등 현안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안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과정에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들이 진보신당 동지들로 하여금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들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중장기 과제에서 현안에 이르기까지 진보의 수많은 의제에 대해 진보신당 동지들과 소통이 부족했으며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과정에 진보혁신의 의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진보교연의 일원으로서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사죄드린다. 나아가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의 내용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 채, 진보대통합을 서둘러 진행했던 점에 대해서도 깊은 사죄를 드린다.

    진보혁신과 녹색신좌파 : 보완과 구체화가 필요하다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 방향에 대해 진보교연의 일원으로서 나는 녹색신좌파를 포함한 진보신당 당원들과 뜻을 같이 한다. 그리고 진보신당 당원들과 앞으로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앞에서 지적한 의제들을 풍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녹색신좌파가 주창한 반자본주의·불안정노동자정당·녹색·기본소득·노동시간 단축의 원칙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김세균 교수를 포함하여 진보교연의 성원들 다수도 필자와 견해가 같을 것이다. 단, 그러한 원칙이 이념에 그치지 않고 정세 개입과 실천 원리가 되기 위해서는 세밀히 재구성되고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은 좌·우파에 걸쳐 다양한 모델이 있다. 우리 진보진영에서는 노동소득세보다는 투기불로소득 환수 및 생태세, 그리고 토지세, 통화주조 차익 등을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통해, △정규직과 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계급과 함께 하는 기본소득운동을 실천하며 △생태세 도입에 따른 인플레에 대해 모두에게 생태기본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생태자원 절약과 대다수 인구의 실질소득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기본소득 전망을 세밀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하여 기본소득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는 김세균, 강남훈, 강내희, 이성백 교수뿐만 아니라 진보교연의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진보교연은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진보의 독자적인 재구성과 혁신에 적극적인 교수‧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나를 포함하여 진보교연의 다수가 생각하는 진보의 독자적인 재구성과 혁신은, 진보의 과제를 폐기함으로써 대중적인 지지를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혁주의가 아니며, 그렇다고 도의적인 수준의 원론적인 진보원칙을 고수하는 원론주의도 아니다.

    오히려 김세균 교수를 비롯한 진보교연의 다수는, 가장 급진적인 원칙이라도 현실의 경로에서 구체화된다면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민중과 함께 할 수 있으며 생각보다 쉽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급진적 원칙의 현실화

    아마도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은 한 가지 사례일 것이다.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민노당 시절에 처음으로 제기했고 일부 지역운동의 의제로 채택되었으며, 2년 전 경기도 진보교육감에 의해 전격 수용되어 사회적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개혁주의자들조차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친환경 무상급식은 불과 1~2년 만에 상식이 되었고 현실이 되었다.

    경기도 교육청이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을 채택한 것은, 사회당 및 진보신당 혁신파(녹색신좌파)도 주장하는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정신에 따른 것이었다. 이처럼 친환경 무상급식은, 기본소득이라는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진보정책을 교육청 단위에서 구체화한 것이었고 단기간 내에 진보진영과 대중을 함께 급진화시키면서 현실이 되었다. 진보교연의 강남훈, 최영찬 교수는 이러한 친환경 무상급식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입안한 분들이다.

    이외에도 새로운 진보혁신의 당은 물가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매년 수백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다. 따라서 원화가치 상승을 통해, 국제 원자재 및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인플레 압력을 크게 완화할 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3~4년 동안 원화의 가치가 오히려 떨어져서 국내물가는 폭등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수출을 늘리고자 원화가치 절하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평채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화를 적극 매입하여 미국의 국공채를 사들이면서, 인위적으로 달러가치 상승(원화절하)을 유도했다.

    그 결과 노동자와 민중은 높은 물가로 실질소득 감소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재벌들은 수출 급증으로 유례없는 순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인 외환·환율정책으로 민중의 눈을 가려 그들의 부를 수탈해서 재벌들에게 갖다 바치고 있는 셈이다.

    진보의 원칙과 민중의 요구

    민중들이 인플레로 고통 받는 지금, 진보진영은 이러한 사태를 비판하고 외환·환율정책과 연동된 물가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 방안은, 인위적인 원화절하 정책에 제동을 걸거나 아니면 재벌들이 원화절하를 통해 수탈한 이익을 환수하여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은 진보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진보교연의 성원들은 현안에 대해 이처럼 급진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대안정책을 개발하여 진보의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들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진보교연의 다수는 이처럼 대중적이면서도 급진적인 대안정책이 진보의 혁신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급진적인 진보의 원칙은 구체화될수록 현실이 된다. 왜냐하면, 진보의 원칙은 사회의 80~90%를 이루는 민중의 것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민중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민중들이 진보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보정치진영이 진보의 원칙을 구체화하여 실현가능성의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한국에서 진보정치의 한계는, 진보의 원칙을 구체화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을 뒤따라간 진보의 무능력에 있을 것이다.

    진보교연의 다수가 생각하는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은, 21세기 진보의 원칙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망을 폭넓게 열어젖히는 것이다. 그럴 때, 진보정당은 영원한 소수당이 아니라 급속도로 확장되는 우월한 다수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진보교연은 전문적인 정책연구 역량을 모아 이처럼 진보의 구체적인 전망을 열어젖힘으로써 진보신당 동지들과 함께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 및 확장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는 녹색신좌파의 진보혁신 의제를 보완하고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진보혁신 조직의 두 가지 길 : 독자적 혁신인가 진보대통합인가?

    그간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진보교연의 다수는, 진보신당에도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에 열의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과 진보의 혁신과 확장 그리고 집권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는 실로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많은 진보 교수 및 연구자들이 진보교연을 결성하고, 진보대통합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도 진보신당에 그런 분들이 많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에 적극적인 진보신당 당원들 중 녹색신좌파 등 상당수가 진보대통합에 주저하거나 반대하면서 진보교연을 비판하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진보교연이 진보의 재구성과 혁신의 비전을 진보대통합 과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 그리고 시한에 끌려 통합을 서두르며 많은 동지들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은 다시 한 번 사죄를 드린다.

    그러나 진보교연과 진보신당이 뜻을 같이하는 한, 통합진보정당은 순탄하지는 않더라도 패권주의의 장애를 넘어서서 끊임없이 자기 혁신하는 새로운 21세기 진보정당의 모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참당 문제는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 실례일 것이다. 북한·연정 문제로 인해 진보대통합은 논란으로 지새울 것이며, 진보정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결국 그 당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장석준 동지의 판단도 일리가 있다.

    지금까지 연석회의와 새통추 과정은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진보대통합당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합당에 그치지 않고 진보교연을 포함하여 수많은 진보역량의 결집체가 될 것이다.

    통합당, 진보혁신당 되도록 노력할 것

    그리고 수임기구회의를 통해 이미 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적 원칙이 합의되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진보교연은 진보신당 및 다른 진보역량과 함께 진보대통합당이 패권주의를 넘어서고 진보혁신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과거의 민노당이 아니라, 녹색신좌파처럼 끊임없이 진보의 원칙을 세밀하게 재구성하고 대중화할 수 있는 유능한 진보정당이 되도록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분명 강하다. 장애물을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능력이 있다. 이것이 내가 그 동안 진보신당 동지들을 만나면서 갖게 된 확신이다.

    물론 비타협적으로 원칙을 지키면서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확장해 가는 방식과, 장애물을 만나지만 원칙을 구체화할 마당을 넓혀가는 방식, 모두 진보정치의 방식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진보적인 동지들이 함께 간다면 그곳은 길이 되고, 진보 후세대의 자산이 될 것이다. 진보교연은 현재의 상황에서 후자의 길이 보다 많은 진보적인 동지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그 길을 택했다.

       
      ▲필자.

    더구나 새로이 알게 되면서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 준 진보신당 동지들과 함께 갈 수 있다면, 그 길에서 만나는 장애물들은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의 원칙을 끊임없이 혁신하고 그것을 넓은 마당에 구체화하여 펼치는 것, 그리하여 90%의 민중들에게 진보가 좋은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90%의 민중과 힘을 합치는 것, 그것이 자기 속에 머무는 것보다 진보의 혁신을 훨씬 강력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 동안 몸담을 곳을 찾지 못해 무기력했던 수많은 진보동지들과 90%의 민중이 다시 희망을 갖게 될 길을, 진보교연과 함께 열어가길 진보신당의 동지들에게 기대해 본다. 새로운 통합진보신당에서 나를 포함한 진보교연의 많은 분들은, 진보의 혁신에 진보신당 동지 여러분들과 마지막까지 함께 할 것이다.

    그리하여 진보대통합당을 진보혁신의 마당으로 만들 것이다. 진보신당의 동지들과 그동안 여러 회의에서 만나면서 함께 나누었던 감동을, 더 큰 마당에서 더 크게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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