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조성, 이탈 협박에 굴복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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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02일 08: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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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회를 앞두고 한석호 동지가 기고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한석호 동지와는 조직 활동을 함께했고 지금도 같은 지역에서 당적을 함께하는 오랜 동지이며 벗입니다. 공개된 지면을 통해 한석호 동지의 글에 반론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분당 원인 해소될 것 없다

3년 반쯤 전의 일입니다. 한석호 동지는 민주노동당 분당에 앞장섰고 나 또한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서로가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습니다. 정세가 달라진다면 정치적 견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나간 3년여의 기간 동안에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한석호 동지는 민노당이 변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에 대한 비판 발언도 내놓았으며 과거의 패권주의를 성찰하는 발언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민노당이 분당의 두 요인이었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변한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진정성은 둘째 치더라도, 공개적으로도 변한 것 없습니다. 양당 대표가 서명한 공식 문서인 5.31합의문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관한 단 한 줄의 비판적 견해조차도 따옴표를 쳐서 대상화하고 그나마 존중하겠다고 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판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변한 것은 민노당이 아니라 굴욕적 합의문에 서명한 조승수 대표와 이에 동의하는 한석호 동지입니다.

패권주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한석호 동지도 인정하듯이 몇 마디 사과 발언이나 제도적 장치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한석호 동지는 대립구도가 변화했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자주파도 하나가 아니며 자주파와 국민파의 동맹도 깨졌다고 주장합니다. 자주파와 국민파 분할견인이 한석호 동지의 오랜 지론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석호 동지는 착시현상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이 현상은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민노당에 있던 시절에도 자주파 내에 분파 갈등은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심각한 수준의 분란도 있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는 자주파 다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자주파 일부와 범좌파가 동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기억나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예외 없이 결집해서 단일한 전선을 구축했습니다. 한두 번 겪어봤습니까?

한석호 동지가 오래 활동하신 민주노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파와 국민파의 대립이나 국민파 내부 갈등은 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결집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민주노총 선거 결과도 한석호 동지의 우려 섞인 예상과는 다르지 않았습니까.

민노당 내부 구도가 변한 듯이 보이는 것은 공동의 경쟁상대가 없어진 데 따른 상대적 현상일 뿐이지,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민노당으로 돌아간다면 과거의 구도는 어김없이 재현될 것입니다.

국민참여당 문제도 해결된 것 없다

어떤 이들은 이번 협상 결과가 우리 당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국참당과의 통합은 불가하다는 것이 우리 당의 엄연한 당론입니다. 이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합은 있을 수 없습니다. 창당대회 이후에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당론 위배이며 백기투항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의견이 관철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항복 선언이 관철되었다고 기뻐하는 꼴과 다를 바 없습니다.

최종합의문에는 국참 문제에 관해 ‘합의를 위해 노력하되 합의되지 않더라도 창당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있으나마나한 소리입니다. 국참 문제에 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문구를 근거로, 우리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국참과의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9월 4일 당 대회로부터 9월 25일 창당대회까지 불과 3주간에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추석 연휴기간을 제외하면 별로 의미 없는 기간입니다. 창당대회 이후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습니다.

민노당 주류와 비주류의 견해 차이는 단지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시기적으로 우선시하느냐 아니냐의 선후 차이일 뿐입니다. 국참과의 통합에 있어 궁극적 견해 차이는 없습니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창당 이후에 우리가 저지할 수 있다는 등의 입증 불가능한 억측을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한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에 관해 명확한 합의 없이 예측 불가능한 도박에 맡기자는 소리인 것입니다. 이런 공문구에 합의해 놓고는 우리 주장이 관철되었다고 우긴다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진보정당운동 소멸의 길로 갈 것인가, 현 정세를 돌파할 것인가

국참당과의 통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2012년 연립정부 수립이 저들의 전략노선임은 한석호 동지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진보정당운동의 명맥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 길에 우리가 휩쓸려 가야 합니까? 그걸 막기 위해서 지긋지긋한 당내 분쟁으로 세월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합니까? 무한대의 패권 경쟁에 의해 우리도 함께 황폐해져야 하겠습니까? 충분히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정세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진보정당운동 역사 속에서 중요한 권력재편기가 있을 때마다 위기는 늘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자유주의 정권에서 반동적 정권으로 회귀한 최초의 경험에 의해 진보진영에 가해지는 압박이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진보정당운동을 지켜내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쉽고 편한 길로 우회할 방법은 없습니다. 보수양당구도에 휩쓸려 소멸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 아니라면, 힘겹더라도 이 정세를 돌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석호 동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걱정하듯이, 진보신당의 독자존립이 평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으리라고 허장성세를 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앞날이 고단하리라는 것은 분당 때부터 각오한 일입니다.

한때 10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했던 화려한 시절로 속히 돌아가기를 바랐다면 도둑놈 심보입니다. 우리가 비록 기적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미약하나마 약진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선 창당 이래 최초로 고정기호와 선관위 토론 참가 자격이 주어집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성과지만, 진보정당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내년까지의 정세를 돌파한다면 우리에게는 도약할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나는 등대정당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정당을 지키기 위해 독자노선을 선택한 것입니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압도적 부결을

끝으로 대의원 동지들께도 호소합니다. 많은 분들이 당 대회 이후에 예상되는 분열과 혼란을 걱정합니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걱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열을 막고 혼란을 최소화할 길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필자.  

합의문이 당 대회에서 부결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3분의2 저지가 아니라 과반 미달로 부결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당 대회 결정이 힘을 받을 수 있고 당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당 대회를 앞둔 지금의 분위기는 이성보다 공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성적 설득보다는 당이 깨질 거라는 협박이 횡행합니다. 그 때문에 많은 대의원 동지들이 고뇌하고 있을 것입니다.

대의원 동지들께서 공포 분위기에 굴복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소신 그대로 표결한다면 합의문은 과반 미만으로 부결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기승을 떨치고 있는 공포와 협박은 결코 실현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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