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재적 '내전' 상태, 격발 위해 통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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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01일 03: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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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현재 한국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목말라하고 있다. 2010년 6월 지자체 선거, 얼마 전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국 국민의 열망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고, 한국정치의 변화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선거는 2007년 대선에서 50%를 넘는 지지를 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 3년여만에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상급식과 같은 본격적인 복지 의제들이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보수의 암울한 퇴행의 시기’를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당의 지향과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 과거의 패권주의를 넘는 당내 민주주의의 방향 등 많은 과제들이 통합의 과정에서 우리들의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만들어냈다.

    통합을 거의 파경으로까지 몰고간 국민참여당의 통합 문제도 난항을 거듭한 끝에 진보양당의 호혜와 양보에 기초하여 그 고비를 넘었다. 8월 28일 민주노동당 당 대회에서도 통합이 원만히 추인되었으며, 이제 마지막 관문으로 9월 4일 진보신당의 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을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을 지적하면서, 강력한 진보정당의 통일을 바라는 노동자계급과 민중, 일반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함께 전진할 것을 호소하고 싶다.

    생태사회당적 지향은 통합정당 내에서 견결히 추구되어야 한다

    첫째, 통합논의 과정에서 ‘생태사회주의정당’이나 ‘생태사회당’, ‘생태사회민주주의정당’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제기되었던 노동자정치운동의 ’혁신‘의 과제는 분열된 소수정당 내에서가 아니라 강력한 통합진보정당 내에서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제가 단순히 구호로서가 아니라, 향후 통합된 진보정당 내에서 더욱 폭넓은 대중사업을 통하여 대중을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성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진보세력의 역사적 과제가 진보신당의 슬로건 속에서 그동안 적절히 표명되고 있었다고 생각으며, 현재도 진보신당의 독자적 추진을 바라는 염원 속에 여전히 강렬하게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강렬함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열린 공간 내에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이 단지 노동자정당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 생태사회당으로 발전해가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통합진보정당은 이미 ‘도로민노당’이 아니다

    둘째, 우리는 ‘도로 민노당’으로 회귀하여 과거와 같은 패권주의가 발호되고 ‘분당이 추구했던 긍정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동지들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분당 이후 일련의 통합 과정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분당을 거쳐 다시 통합진보정당을 가는 산고(産苦)의 과정은, 진보정당이 과거와 달리 노동자•민중진영의 더 큰 대표성을 갖는 정당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 되었다고 믿는다.

    김세균, 손호철, 강내희, 조돈문, 이성백 선생처럼 진보지식인의 상징성을 갖고 있었지만, 일선에서 진보정당에 참여하지는 않았던 지식인들이 ‘진보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이라는 깃발 아래 더욱 폭넓게 통합진보정당 통합 과정에 ‘연결’되고 통합을 위해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또한 분당과 통합 과정의 긍정적 효과라고 나는 믿는다.

    이미 통합을 눈앞에 둔 진보정당, 그리고 통합이 될 진보정당은 ‘분당 이전의 민노당’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또한 도로민노당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어떤 특정한 제도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통합 이후의 진보정당에서 참여자들이 담보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중도자유주의정당의 헤게모니를 넘어 진보정치세력화를 확대하기 위해

    셋째, 통합진보정당은 – 통합 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로 난관을 조성했던 바로 그 문제인 – 중도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헤게모니를 막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한단계 진전시키기 위해서도 불가결한 과제라고 하는 점을 다시 환기하고 싶다.

    반독재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추동한 중도자유주의 정부는 보수세력에게 집권세력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블럭 내부에서, 나아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진보개혁적 대중에 대해서도 헤게모니를 상실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중도자유주의정당의 헤게모니의 균열이 바로 노동자를 대표하는 통합진보정당의 대약진의 기회이기도 하다. 87년 이후 몇차례 전개되었던 진보정치세력화의 노력은 중도자유주의세력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기도 전에 번번히 좌절하고 말았다. 이번 통합진보정당의 출현은 바로 이렇게 좌절된 역사적 과제를 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된다.

    잠재적 내전을 현재화된 내전으로 전환할 주체가 필요하다

    네째, 통합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과 노동조합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과제이다. 자본의 공세와 국가권력의 공안적 탄압,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파국적 결과로 인하여, 한때 ‘마(魔)의 20%’를 넘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노조 조직률은 이제 10%대로 추락하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는 단지 조직률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양산, 공장의 해외이전 등 갖가지 이른바 노동합리화의 조치를 동반한 자본의 공세가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청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고 대학생은 88만원 세대로 그리고 ‘수험생’이라는 ‘위장된 실업자’로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나 고용불안에 휩싸이고, 그나마 정리해고를 막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노동조건을 확보하려면 김진숙 선생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크레인 고공시위를 200여일을 해야 해야 하는 이 상황을 ‘잠재적 내전(內戰)상황’으로 규정하고 싶다.

    이처럼 어려운 구조적 조건 위에서, 노동자계급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노동자정당이 분열해 있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열악한 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며, 자본의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확하다.

    노동자 정치세력이 분열되어 있는 경우 잠재적 내전을 현재화된 내전으로 전환될 역량은 더욱 축소될 것이 명확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과거 어느때보다도 진보정당의 통합을 바라는 노동조합의 독려와 참여가 컸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무조건 통합론자’는 아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는 반대한 ‘통합반대론자’임이 이를 입증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중도자유주의정당을 뛰어넘는 진보적·급진적 정체성을 갖는 통합진보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현재의 엄혹한 조건, 2011년의 독특한 남한이라는 시공간적 조건 속에서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시 역량이 배가되어 진보정당이 분립(分立)되어 ‘복수 진보정당’이 더 사회 진보에 기여할 순간이 오면 그때 과감하게 분화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진보정당과 진보운동의 노력으로 이제 복지 담론이 대중적인 담론이 되고 보수정당도 복지를 흉내내는 상황이 출현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보정당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투명성이나 절차적 민주주의로 상징되는 민주개혁의 과제들을 중심으로 한국정치가 움직였다고 한다면, 이번 선거는 진보정당의 활동과 깊숙히 연관되어 있는 복지 의제 혹은 사회경제적 의제가 본격적으로 정치의 의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복지 시대를 주도할 강력한 통합진보정당으로의 거보(巨步)를

    개인적으로 나는 90년대 중반 이후 약 10년 동안 진보적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이를 추동하는 역할에 참여했다. 그러나 정당운동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견지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까지도 통합진보정당을 바라고 호소하듯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한다.

    그것은 자본과 국가의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치열해지고, 보수세력의 과거회귀적 공세가 강화되는 속에서, 단지 진보적 시민운동 수준의 대응력만으로는 – 중도자유주의정당을 넘는 강력한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보편적 복지시대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은 더욱 ‘좌클릭’ 해야 하고, 노동조합운동은 정규직 노동운동으로 왜소화되는 것이 아니라 전(全)노동자 계급운동으로 자기재구성을 해야 한다. 더욱 MB 정부하에서의 절망 속에서 더욱 급진화되어야 한다. 이런 대중적 힘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단지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대중적 변화 과정이 중도자유주의정당은 넘는 강력한 진보정당의 견인과 대의 역할 속에서 가능하다고 하는 점이다. 서구 복지국가의 역사를 볼 때, 진보정당이 위력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국가를 포함하는 더욱 급진적 민주주의는 성립할 수 없다.

    복지의 시대로 이행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강렬한 열망을 고려할 때, 이를 담지할 진보정당의 성장은 절박한 국민적 과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제 한국에 진정한 복지국가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또한 지난 20년 간의 자유민주주의적 개혁을 뛰어넘어 자본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넘어 한단계 높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진보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이를 추동한 강력한 통합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MB로부터 실망하고 분노하는 국민들의 새로운 희망의 구심이 될 통합진보정당을 향한 역사적 거보(巨步)를 진보신당의 당원들과 대의원들, 여러 관련 참여자들이 내디뎌 주기를 진보지식인들을 대표하여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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