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정당, 우리들의 로도스 섬"
By
    2011년 08월 31일 07:29 오전

Print Friendly

저는 진보대통합이 간절한 청년학생입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진보신당 당대회, 어떻게 될까?"라는 <레디앙> 기사와 그 기사의 베플을 본 일입니다. 그 베플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대의원 동지들에게 호소합니다! 이번 당대회에서 올라오는 최종 승인의 건이 도로민노당이아니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새로운 진보정당입니까? 대의원 동지들! 다시한번 새로운 좌파정당 건설에 노력해 봅시다!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안건 부결시켜주십쇼!”라고 말입니다.

닉네임은 ‘학생’이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열성 청년 학생 당원들 중의 적지 않은 분들이 소위 말하는 강경 독자파, 민주노동당과는 함께 통합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 분들 중의 한 분이었을까요.

글을 전개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실 현재 당내에 있는 ‘학생’, ‘젊은 당원’의 의견들이, 학생이라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분들의 의견보다 뭔가 좀 더 순수해 보이고, 더 살펴봐야 한다거나 하는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의해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 이상으로, 청년 학생이라는 말을 덧붙여 마치 뭔가 색다른 관점인 양 – 사실 별로 남들과 다른 관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하는 것 또한 일종의 연령주의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평소의 지론은 이렇습니다만, 그 베플을 보고 제가 느낀 생각은, “나도 학생이다.”라는 말을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이 “통합파 청년 학생이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저는 제가 학생으로서, 20대로서의 위치와 입장 때문에 통합진보정당을 염원하고 있다는 말을 드리려 할 뿐입니다.

저와, 제 주변,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많은 또 다른 진보신당의 학생당원들은 진보대통합을 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세력이 되어야 한다거나,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살아남기 위한 선택 등의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우리가 학생이고 20대이기 때문에 진보의 대통합을 원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정당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리반, 카페 마리…그리고 손낙구”

진보신당의 많은 청년학생 당원들, 그리고 당원이 아님에도 진보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라면 두리반이라든가, 명동 마리를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동 마리에는 아직 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늘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런 곳들에서 우리의 진보신당 당원들은 정말 많은 나날동안 투쟁을 해왔습니다. 자랑스럽고, 또한 많은 시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재개발로 인한 주거권의 침해는 분명히 우리 자신들, 20대의 문제입니다. 뉴타운, 재개발의 광풍은, 어쩔 수 없이 “in 서울 대학”을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서울에 와야 했던 많은 20대들을 주거 대란으로 몰고 가기 때문입니다. 두리반과 카페 마리는 그런 의미에서 세입자 권리에 대한 진보진영의 연대였으면서, 20대 주거권에 대한 상징적인 연대와 투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그러한 두리반과 카페 마리에서의 노력들이 투쟁 이후의 정책적 대안, 재개발과 그에 따른 20대 주거권의 관계에 대한 연구 보고 등이 미흡했거나, 대부분 대중들에게 퍼지지 않았다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인적 아쉬움이, 진보 대통합 최종 합의의 소식을 듣고 한 인물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손낙구 보좌관입니다. 이제는 심상정의 보좌관이 아니라 손학규의 보좌관이 된 그 분이 그리웠습니다. 분당 이후 결국 그 분을 품을 수 없게 된 이 진보신당이 통합이 된다면, 민주당 보좌관 손낙구를 다시 통합 진보정당의 손낙구로 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와 바람.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20대 주거권에 대하여 청년 학생들이 활동하고 대안을 내놓는 데에 있어서 커다란 조력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운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동과 정치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리움과, 설레임.

진보의 대통합을 통해, 2012년의 양대 선거에서 진보의 정치적 시민권을 인정받는다면 저는 통합진보정당이 분명 손낙구 전 보좌관을 품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반지하 월세방에 사는 제가, 그를 품을 수 있는 통합 진보정당을 강력히 염원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최순영-홍은광 콤비, 다시 짝을 이룰 수 있다면…”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8년 2월 3일 민주노동당의 혁신안을 찬성했던 최순영 의원이 분당 이전에 학생인권법안을 발의하고, 등록금 상한제 법안을 발의했던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최순영 의원의 보좌관으로 진보신당 관악갑 지구당의 홍은광 전 위원장이 함께 했던 것도 같이 기억합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토마토’라는 당내 좌파 학생 운동을 할 때 최순영 의원실의 자료들이 꽤 튼실해서 많은 쓸모가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나 제 친구들에게는 YH사건의 최순영이 아니라 학생인권법안과 등록금 상한제 법의 최순영으로 기억됩니다.

3불정책에 대한 논란에 있어서 아예 대학평준화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짰었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본부는 당시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20대의 주거권 문제는 결국, ‘in 서울’ 대학에 대한 반강제적 학벌체제가 굉장히 큰 원인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학평준화 운동, 입법화를 힘 있게 해나갈 수 있는 정당, 함께 할 수 있고 도와 줄 수 있는 선배 활동가들은 제게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그가 현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란 이유만으로 독자노선을 이야기하는 분들에게 “저쪽에 있으니 NL이다, 국민파다.” 등등으로 폄훼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진보의 대통합을 통해 최순영-홍은광 콤비가 다시 짝지어질 수 있고, 통합 진보정당의 많은 청년학생들이 함께 교육을 고민하고, 운동하고, 정치로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송태경이라면 어떤 입법을 할까?”

분당 이전의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 운동본부를 기억하고 계시는 이가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 많은 고리채/사채의 피해자 분들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경제민주화 운동본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했던 2006년에 있었던 가계부채 SOS운동이, 가계부채 1000조를 눈앞에 둔 지금에 와서야 새삼 더 생각이 날 뿐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보편적이 된 상가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그 법들이 각각 권영길 의원과 조승수 의원이 대표발의할 때, 그 뒤에는 언제나 경제민주화 운동본부의 송태경 정책실장이 있었습니다. 가끔 당무에 틈이 나는 시기에는 무료로 자본론 강의도 열어서 함께 자본론을 강독했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그 송태경 실장도 지금 진보신당에는 계시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이중당적을 한때 갖고 계시다가, 결국 양쪽 모두에 함께 하지 않으셨(혹은, 양쪽 모두에 버려지셨)습니다. 분당 이전, 경제민주화 운동본부가 전진과 NL의 정파다툼에 비껴 서서 늘 중간에서 묵묵히 ‘민주노동당의 유일한 생산적 활동들을 했던’(주대환, 『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중에서) 때는, 이제 옛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의 경제위기, 가계부채 위기, 그리고 20대 신용불량자의 증가일로에 있어서 진보진영은, 그리고 우리 20대들은 송태경이 필요합니다. 그가 말하는 ‘대출천국의 비밀’을 파헤쳐나가며, 최근 부각되고 있는 수많은 대학생들의 대부업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따른 피해를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통합진보정당의 학생당원들이 이런 일들을 해내려면 반드시 송태경 실장의 조력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20대의 일, 그리고 20대 신용불량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입법과, 통과를 위해선 민생연대의 송태경 실장과 그의 노하우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진보대통합은 이 땅의 청년학생들을 위해 진실로 간절합니다.

부디 ‘제주 맑스’의 자본론 강의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많은 청년학생들이 들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NL학생들한테 조직력으로 안 된다는 말만 하지 말고, 우리들 스스로도 통합진보정당에서 여러 가지 컨텐츠를 통해 학생들을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 중 하나가 자본론 세미나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통합 진보정당, 우리들의 로도스 섬”

3년 전, <레디앙>에 “분당? 의석제로, 빚잔치, 그리고 소멸”이라는 홍기빈 선생의 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민주노동당 혁신에 지극히 공감했고, 당연히 그 글에도 대부분의 동의를 표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고, 지금도 생각나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비대위, 우리들의 로도스 섬’이라는 부분 말입니다. 자신이 정말로 그럴 배짱이 있다면 바로 여기서 뛰어야 한다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바로 우리의 로도스 섬이니 분당 이전에 이곳에서 모두의 주장과 논쟁을 하고 전체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저는 통합진보정당이 바로 우리들의 로도스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물리적 결합 이외에, 새 당의 출범은 분명히 양 당 이외의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해낼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뿔달린 늑대들이 사는 당이 아닙니다. 3년 전까지 동지였고, 지금까지 함께 연대해온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 당입니다.

진보대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저는 앞서 이야기했던 일들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20대 주거권, 학생인권, 등록금, 대학 평준화, 20대 신용불량… 등의 문제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게 시위밖에, 운동밖에 할 수 없는 정당이 아니라, 시위를 하고, 정책을 짜고,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정당의 청년학생 당원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의원 동지 여러분! 저는 이번 최종승인의 건이 “도로 민노당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로 민노당’도 ‘도로 진보신당’도 아닌, 정치와 운동이 선순환되는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눈물 흘리며 절박하게 외쳐봅니다. 당 대회 안건을 만장일치로 승인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