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희롱' 강용석 구하려다…'돌 맞는 국회'
    By
        2011년 09월 01일 08:5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이 한마음이었다. 정확하게는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조간) 모두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31일 국회에서 벌어진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현 무소속) 제명안 부결에 대한 얘기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에 대해 무기명 표결에 붙였으나 부결됐다.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명, 무효 8명이었다. 국회는 대신 9월 한 달 강 의원의 국회출석을 정지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결과도 결과지만 신문들은 국회가 방청객들을 본회의장 바깥으로 내보내고 제명안을 부결시킨 방식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들도 밖으로 내쫓았고, 국회방송 화면도 꺼버렸다. 조선일보는 “숨기고 싶은 국회”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성희롱 강용석 구하기”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국회가 국민 성희롱했다”였다.

    다음은 9월1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류우익, 6월 북측과 비밀접촉>
    국민일보 <‘공공부문 정보화’ 대기업 독식 감사>
    동아일보 <한밤중 병실 앞에서 민노총 ‘꽹과리 시위’>
    서울신문 <뭐가 부끄러워서…>
    세계일보 <박태규 돈 받은 여중진 2명 우선 소환>
    조선일보 <박, 후보 단일화 직전 15억 요구 / 곽, 공소시효 이유로 지급 미뤄>
    중앙일보 <국회가 국민 성희롱했다>
    한겨레 <빚내 빚 갚기…벼랑 끝에서 우는 사람들>
    한국일보 <방청객 내쫓고 TV 끄고 성희롱 강용석 살린 국회>

    김형오 “죄 없는 자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지라” 궤변

    이번 국회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도가 지나친 제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 의원은 작년 7월 토론회에 참석했던 대학생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사모님 없었으면 번호도 땄을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중앙일보 9월1일자 1면

    강 의원은 이후 보도를 한 중앙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참석 학생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무고혐의까지 추가됐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명예훼손으로 강 의원을 고소했고, 지난 5월 재판부는 그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법부도 유죄를 인정한 사안에 대해 국회가 ‘30일 국회출석 정지’라는 생색내기용 징계로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제명징계안 표결에 앞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한 발언도 언론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김 전 의장은 성경까지 인용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이미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에게 또 돌을 던질 것입니까. (1979년 국회에서 제명된) 김영삼 (신민당)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할 겁니까.”

    김 전 의장이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절 정치적인 탄압으로 국회에서 제명된 김 전 대통령과 강 의원을 같은 처지로 둔갑시켜버리는 순간이었다. 김 전 의장은 “이 정도 일로 제명하면 우리 중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도 했다.

    더 황당한 건 언론들이 보도한 국회의원들의 반응이다.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발언을 마친 김 전 의장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잘 했어. 살신성인 했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의원들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경향신문 9월1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성희롱 의원’ 면죄부 준 국회의 자화상>에서 “‘그런 국회’니까 ‘그런 의원’도 나오는 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향신문은 “이번 제명안 부결은 걸핏하면 민심을 들먹이고 ‘비리 척결’을 외치면서도 제 식구들의 비리는 감싸는 우리 국회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해머까지 동원해 편싸움을 벌이다가도 자신들의 집단이기 앞에서는 쉽사리 한통속이 되는 저급한 정치문화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곽노현은 단일화 대가 몰랐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이 곽 교육감이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장기화에 접어들고 있다. 사건의 흐름도 변화가 생겼다. 초기에는 야당까지 사퇴를 종용하면서 ‘용퇴’ 여론이 우세했지만 박명기 교수 쪽이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갖고 곽 교육감에 상처를 내려는 모양새로 비춰지면서 ‘지켜보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가 1면에 단일화 대가요구가 곽 교육감 모르게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일보는 “곽노현 모르게 단순 실무자가 돈 협의” 기사에서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박명기 교수 측이 곽노현 교육감 캠프의 단일화협상 책임자에게 현금 7억원 등의 보상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곽 교육감 모르게 협상의 책임이 없는 회계담당 실무자와의 별도 협상을 추진한 뒤 무리하게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9월1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당시 곽노현 후보 캠프의 후보단일화협상 책임자였던 K씨는 “지난해 5월 18일 오전 양측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서울교대 총장 선거 지원이야기를 곽 교육감이 꺼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날 저녁 다시 만난 자리에서 박 교수가 후보 단일화 대가로 현금 7억원과 유세차량 인수 등을 요구해 곽 교육감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K씨는 이어 다음 날인 19일 박 교수 측 Y씨가 곽 교육감 캠프의 L씨를 찾아와 “곽 교육감은 돈을 안 줄 것 같으니 형님이라도 약속을 해 달라”고 말하며 비공식 협의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자리에서 L씨가 ‘같이 잘해 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지만, 정확한 약속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L씨는 곽 교육감 캠프에서 통장 인출업무 등 회계집행 업무를 담당한 인물로 박 교수 측 Y씨와는 동서지간이다. 결국 권한이 없는 L씨가 Y씨에게 일종의 약속을 해놓고 위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곽 교육감과 캠프 관계자들은 그 사실을 선거가 끝난 지 3~4개월 뒤인 지난해 가을에야 알았으며, 박 교수가 Y씨의 설명을 토대로 스스로 작성한 문건을 들고 교육감 집무실로 수차례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곽 교육감 측은 박 교수를 공갈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곽 교육감은 단일화 대가 제공 약속 자체를 알지 못했고, 계속되는 박 교수의 돈 요구를 거절하다 부인명의의 통장을 깨 2억 원을 마련해 줬다는 얘기가 된다. 곽 교육감은 “박 교수가 선거 빚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선의로 대가없이 돈을 주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곽 교육감에 후보단일화 대가 약속을 이행하라고 수차례 돈을 요구했던 박 교수는 곽 교육감에게 14억9200만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2004년과 작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진 빚 12억원 때문에 매월 이자가 7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돼 심한 빚 독촉에 시달려왔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공소시효가 끝난 줄 오판하고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넸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31일 곽 교육감의 부인 정모씨와 정씨의 언니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올해 2월22일 박 교수 측에 3000만원을 전달한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캐물었다. 부인 정씨는 검찰에 “언니의 도움을 받아 돈을 마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지난 29일 체포해 조사해온 강경선(58)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체포 48시간 만에 풀어줬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