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vs 러시앤캐쉬, 비교해보니
    2011년 08월 29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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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대부업의 그 엄청난 폭리는 과연 어느 정도이고, 그것은 또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더 나아가, 그로 인해 빚이 빚을 더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사람들이 정부 추정치만으로도 328만 명에 이른다는데 이 엄혹한 현실은 왜 방치되고 있을까?

새로나온 책 『대출천국의 비밀-내 빚더미에 감춰진 진실』(송태경 지음, 개마고원, 13000원)은 대부업에 대한 정체를 해부하고 ‘고리대금공화국’이 탄생하게 된 원인, 고리대금공화국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있다.

대한민국 가계빚 1000조 원 시대, 그리하여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국민이 각자 2000여만 원의 빚을 이고 있는 시대, 온 세상이 빚 천지인 시대다. 그래서일까? 사방에서 대출 권유가 넘쳐난다. 오늘도 케이블 TV에서는 유명 탤런트가 중독성 있는 CM송으로, ‘친구처럼’ ‘간편하고 쉽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고 꼬드긴다.

고리사채 덫에 갇힌 328만명

그런데 어째서 돈 빌리겠다는 사람보다 돈 빌려주겠다는 곳들이 왜 저리도 더 극성인 걸까? 저 정도 호들갑이면 아주 좋은 조건에 돈을 빌려 썼다는 사람들이 넘쳐나야 정상인데, 그런 소리는 도통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빌린 돈과 관련한 험한 소리들만 난무한다. 도대체 왜 이런 모순이 벌어지는 걸까?

이 모순을 푸는 실마리는, 바로 대부업이 황금알을 낳는 기적의 업종이란 데 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일단 대출만 이뤄지게 하고 나면 엄청난 폭리가 ‘보장된’ 사업! 그러니 대부업자들로선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고객’을 가릴 이유도 없다. 벌이가 없는 대학생들이 4만 명이나 대부업체를 통해 무려 800억의 돈을 빌리고 있는 현실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업의 그 엄청난 폭리는 과연 어느 정도이고, 그것은 또 어떻게 가능한가. 더 나아가, 그로 인해 빚이 빚을 더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사람들이 정부 추정치만으로도 328만 명에 이른다는데 이 엄혹한 현실은 왜 방치되고 있는가.

대부업자들이 과연 얼마나 폭리를 얻고 있는지는 업계의 두 성공신화를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IT 붐을 타고 급성장한 국내 대표적 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대부업체의 대표격인 러시앤캐시가 각기 지난 10년간 이뤄낸 성취를 간단히 비교해보면 이렇다.

‘다음’이 자본금 306억 원을 2095억 원으로 키워냈을 때 ‘러시앤캐시’는 133억 원을 5723억 원으로 늘려놨고, ‘다음’의 순이익이 89억 원에서 311억 원으로 커졌을 때 ‘러시앤캐시’의 순이익은 23억 원에서 무려 1194억 원으로 성장했다.

대부업체들이 이렇게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법으로 보장된 이율이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대출업자들은 일반적인 사업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연 수십%의 수익을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다.

한국의 모든 대부업자(사채업자)는 황금빛 꿈을 꾸며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다! 무슨 그런 황당한 장담을 하냐고? 결코 그렇지가 않다. 법 규정의 변화에 따라 어쨌거나 합법적으로 연66%, 연49%, 연44% 등의 엄청난 고리대가 보장되어왔고, 따라서 빌려준 돈에 대해 원금과 이자가 어떻게든 회수만 된다면 대부업자의 그런 확신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본문 13~14쪽)

무등록 대부업체 평균 금리 연 217%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러시앤캐시나 산와머니와 같은 대형 대부업체는 그나마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활동을 하지만 대다수 대부업자들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 행동한다. 금융감독원의 2007년도 조사 결과에 의하면 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금리는 연181%이고, 무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금리는 연217%였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런 ‘고리대금공화국’이 된 것일까? 그 시작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우리나라는 IMF의 고금리 요구에 따라 1997년 12월 22일 이자제한법상의 최고이자율을 연25%에서 연40%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곧이어 1998년 1월 13일 이자제한법 자체를 폐지했다. 이자제한법을 폐지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IMF 지원의 조건 이행”이라며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도모하고자 최고이자율을 정하고 있는 현행 규제를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고상한 명분을 덧붙였다.

사채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다. 고율의 이자 부담과 가혹한 채무 독촉은 기본이고, 가계 파산, 온갖 형태의 사기와 속임수, 협박과 폭력, 가정 파괴와 인간관계의 파탄, 실직과 노숙, 야반도주, 각종 형태의 이행각서 강요, 소송의 폭증, 성매매 강요와 인신 구속, 심지어 생명보험 가입과 자살 강요, 살인 및 살인 교사, 기타 고리 사채와 연관된 수많은 범죄들의 일상화! 반면 사채업자들에게는 극단적 화폐 물신(money fetish)·황금 물신(gold fetish)을 너무나 손쉽게 충족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었다.(본문 80쪽)

지독한 고리대의 피해가 계속되고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2011년 6월 27일부터 법령 최고이자율이 연44%에서 연39%로 하향 조정되었고, 올 10월에 연30% 범위 내에서 이자제한법이 시행될 예정(단, 등록 대부업자와 금융기관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이라지만 현재도 여전히 사채·대부업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리대금공화국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적정한 수준에서 법령 최고이자율을 정해야 한다.

첫째, 이자율의 최고 한도가 지나치게 낮아서도 안 되고, 과도하게 높아서도 안 된다. 둘째,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법령 최고이자율을 위반한 자를 적절히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초과 이자가 생겼을 경우 이를 되돌려주게 하는 등 채무자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부당한 빚 독촉을 조장하는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현재 부당한 빚 독촉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공정채권추심법이 있다지만 이 법률이 담고 있는 독소적인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또 대부업법에서 추심업을 허용한 것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채권추심 행위는 오직 채권자나 ‘허가 받은 신용정보업자’만 할 수 있은 일이었지만 대부업이 인·허가 제도에서 단순 등록제로 바뀌면서 이제는 “누구나 쉽게” 다른 사람의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받아내는 채권추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빌린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엉뚱한 사람에게 돈 갚으라는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에 대한 법률 재정비가 시급하다.

고리대를 대신할 여러 유형의 대체 공급 수단을 발전시켜야 한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사회보장을 확대하고 국가가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 또는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공적 금융을 발달시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안이다. 또 사회연대은행이나 신나는 조합과 같은 대안은행도 고리대금을 대체하는 시장적 차원에서의 대안이다.

하지만 이런 대안은행이 현재의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처럼 고리대금 기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전제되어야 한다.

                                                  * * *

저자 : 송태경

현재 민생연대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사채·대부업 관련 무료 법률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 정책실장을 역임했으며 마르크스의 『자본론』 연구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자유인들의 연합체를 위한 선언』(1993), 『소유문제와 자본주의 발전단계론』(1994), 『산업순환 현상』(199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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