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참여 합당, 정치공학적 거래"
        2011년 08월 29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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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현장 곳곳에서, 그리고 김진숙 위원장의 크레인 앞에서 두 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필자는 새로운 진보의 구성을 위해 노력하시는 두 분께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두 분의 노력과 상관없이 필자는 현재 두 분이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의 구성에 대한 진정성에 본원적인 의문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 한 필자는 두 분의 노력에 진심 어린 동의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히 두 분에게 필자가 가지고 있는 의문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국민참여당과 민노당의 합당 논의가 정치공학적 거래는 아닙니까?

    민노당이나 국민참여당은 수구세력은 물론 민주당에 대해서도 정치공학적 행태와 밀실야합을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두당은 지난 4.27재보선에서 야권단일화를 위한 이른바 ‘4+4 연석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두 당만의 밀실협약을 하였습니다.

    국민참여당이 순천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민노당이 김해에서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당시 4.27보궐선거에 전남 순천시 국회의원으로 입후보 하고자 했던 필자가 당헌당규에 따른 정당한 예비후보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 중앙당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4+4 연석회의’에 국민참여당 협상대표로 참여했던 분에게 직접 들은 사실입니다.

    비록 당헌당규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예비후보 등록을 받아줄 수 없는 중앙당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그 이유를 밝혔던 것입니다.

    그 뒤 4+4 공식 테이블이 완전히 무산되고 나서야 필자는 겨우 미뤄졌던 예비후보 심사를 받을 수 있었고, 합법적인 선거운동기간을 8일이나 허비한 뒤에야 공식적으로 예비후보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국민참여당은 순천지역의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후보인 필자의 협상권을 빼앗아버렸습니다.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 대표 중에 민노당 전 시장후보가 있는가 하면, 예정된 단일화 협상회의를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등 민노당은 진정성 있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압박 속에 필자는 더 이상의 후보단일화 협상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칫 야권단일화라는 의미마저 퇴색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순천지역 연석회의에 백지위임장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지위임장을 제출하자 민노당과 시민단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수의 민노당원이 포함된 21명의 시민배심원단이라는 것을 구성하여 27만 순천시민의 야권단일후보를 결정하였습니다. 마치 전광석화와 같은 야권후보 단일화였으며, 하나의 잘 짜인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야권연대였습니다.

    하지만 선거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내용과 절차를 이해하거나 인정해서가 아닙니다.

    당시의 상황은 국민참여당의 시민단체 중재안 수용 거부로 전체의 야권연대가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었고, 순천에서 마저도 잡음이 들리게 된다면, 국민들 마음속에 타오르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의 촛불이 꺼질 수 있다는 절박감이 저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자는 정말 자신의 선거처럼 야권단일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야권단일후보의 당선만이 국민에게 더 큰 희망을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야권연대 단일후보인 민노당 후보의 당선을 위한 필자의 노력은 그 누구보다 순천 현장에서 직접 보신 이정희 대표께서 더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물어야겠습니다.

    야권연대를 위해 공식적인 ‘4+4 연석회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당원들의 이해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땅따먹기식 밀실협약을 맺는 것이 정당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이 새로운 정치고, 진보정치입니까? 이런 행태가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부정하려는 구태정치와 무엇이 다른지 필자는 알 수 없습니다.

    현재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와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대표는 공개적으로 양당의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4.27재보선 때 양당이 보인 모습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여기서 어떠한 진정성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또 묻고자 합니다.

    국민참여당 당원의 상당수는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또한 민노당 역시 통합의 조건으로 과거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며 국민참여당과 당원의 자긍심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자당의 동의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전제로 하는 정상적인 통합과는 거리가 멉니다. 과연 이러한 통합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시 야권연대를 명분으로 밀실야합을 했던 4.27재보선 때처럼 새로운 진보의 구성이란 미명 하에 2012년 양대선거에서 땅따먹기의 힘을 키우려는 정치공학적인 야합은 아닌지요? 아무리 봐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합당 논의에 이런 의문이 드는 사람은 필자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국민참여당이 진보통합 연석회의 대표자회의의 5.31 최종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동의한 것이 맞습니까?

    지난 7월 10일 국민참여당은 중앙위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국민참여당 7.10 중앙위원회의는 여러 절차적ㆍ내용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 결의문’입니다. 유시민 대표께서도 그 자리에서 진보정당 추진 결의문의 핵심내용이 “5.31 최종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동의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유시민 대표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했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합니다. “‘국민참여당 중앙위원회는 진보통합 연석회의 대표자회의 5.31최종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동의한다’가 결의문의 핵심이며, 20개 항목을 여기서 하나하나 축조심의를 하면 1박2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이 동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형식에 불과하고, 일단 논의 자리에 들어가서 우리의 내용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그러나 5.31최종합의문에 대한 동의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말씀입니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국민참여당 당원과 지지자에게는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며, 수개월에 걸친 논쟁 속에 이 합의문을 만들어낸 진보진영 당원과 지지자에게는 모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합의문이 나오기까지 진보진영의 각 세력이 이른바, 종북 문제, 2012년 대선 참여 문제, 패권주의 차단 문제 등을 두고 얼마나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했는가는 전 국민이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당이 논의 테이블을 떠나고, 때로는 테이블 자체가 깨질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 합의문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데, 논의 과정에 있지도 않았던 국민참여당이 후발주자로 참여를 요청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식으로 우리 입맛에 맞도록 고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5.31최종합의문에 대한 동의는 결코 결의문의 한 줄짜리 문구로 처리할 수 없는 중요한 안건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7.10중앙위원회 개최에 대한 공지와 함께 그 내용을 공개하고 국민참여당 전체의 조직적 토론과 당원의 총의를 모으는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당일 대회장에서 국민참여당이 동의해주어야 할 5.31최종합의문이 어떤 내용인지, 부속합의서라고 하는 20개 강령적 사항은 무엇인지조차 수록돼 있지 않은 중앙위원회 책자를 받아보면서 필자는 ‘이런 안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정당이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을 추구하던 국민참여당이 맞나?’라는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필자는 오히려 5.31합의문에 대하여 국민참여당이 치열한 토론 끝에 수정해야 할 내용을 진보진영에 보내는 것이 통합을 추진하려는 상대방에게 국민참여당의 진정성을 보이는 최소한의 예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새로운 진보의 구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러하건데 유시민 대표는 압도적인 당원들의 동의를 얻었으며, 합의서와 부속합의문의 문구를 토씨하나 고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두 대표에게 묻습니다.

    민주노동당은 5.31합의문과 부속합의서를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추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하위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그것도 정식 심의가 아닌 결의문의 한 문장으로 동의를 강제했습니다. 과연 이러한 5.31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대한 동의가 유효한 것이 맞습니까? 또 유시민 대표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5.31합의문과 부속합의서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가능합니까?

    이 질문은 이정희 대표께서 답변해 주셨으면 합니다.

    3. 2012승리와 2013희망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012년은 어떠한 보수세력과 손을 잡지 않더라도 오직 민주진보세력의 힘만으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은 민주진보세력이 협력적 관계보다는 경쟁적 관계를 유지했기에 불가피하게 보수세력과의 연대인 DJP연대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라는 우회로를 통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MB정권을 거치면서 민주진보세력은 6.2지방선거와 4.27재보선 등을 통해 연대의 힘과 가능성을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그러므로 다가오는 2012년은 민주진보세력이 하나가 되어 단일한 대오를 구축하여 한나라당과 1:1구도를 만든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12년은 한국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합니다. 2012년 양대 선거의 승리는 단순히 수구세력에게 장악되어 있던 국가권력과 의회권력을 되찾는데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진보세력이 협력적 관계를 통해 국가권력과 의회권력을 되찾고, 그런 관계 속에 권력을 안정적으로 경영한다면 수구세력을 결정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즉, 수구세력의 패권적, 분파적 권력 운영에 환멸을 경험한 국민들로부터 수구세력을 영구히 분리시켜놓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서울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진보세력은 더 큰 민주와 진보의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진보세력이 대통합되어야 합니다. 집권과 안정적인 국가 경영을 위해서도, 오랜 기간동안 우리 사회를 발목 잡아온 수구세력의 고립화를 위해서도 민주진보세력의 대통합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노동당 모두는 대통합에 매우 소극적입니다. 진보세력부터 먼저 소통합을 하고, 대통합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대표에게 묻고 싶습니다.

    2012년의 승리를 어떠한 방법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지요?

    대통합이 안 되어, 한나라:민주:진보라는 구도의 3분지계가 이루어져도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한나라당과의 1:1구도의 방법이 많다고 하는데, 필자가 아는 방법은 국민참여 경선, 시민배심원제, 여론조사, 지분나누기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통합정당이 안되었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다른 당끼리 국민참여경선을 하는 것은 현행 선거법상 불가능하고, 시민배심원제는 두 대표께서 사실상 사문화시키셨습니다.

    나머지는 여론조사 방식과 지분 나누기 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 좋을까요? 어떤 방식이 한 집에서 국민참여경선을 치루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또한 이 엄중한 시기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국민참여당 때문에 어렵다고 합니다.

    이정희 대표님!

    진보진영의 대들보인 민주노총이 현장 내에서 통합되지 못하는 것이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때문이라면, 그 과오는 유시민 대표가 먼지가 되든, 이정희 대표의 미래, 명예, 자존심을 다 쓴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진보통합 무산의 책임을 국민참여당에게 떠넘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당부 드립니다.

    필자는 꿈을 꿉니다. 2012년의 승리를 위해, 돈과 권력, 언론까지 거머쥔 수구세력 앞에서 6.10항쟁처럼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머리가 있는 사람은 머리로, 힘이 있는 사람은 힘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단일한 대오와 전선을 만들어 싸워서 이기는 꿈 말입니다

    그리고 필자는 또 하나의 꿈을 꿉니다. 2013년 희망에서 민주노동당 출신의 노동부 장관과, 진보신당 출신의 환경부 장관, 국민참여당 출신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함께 새로운 민주와 진보의 지평을 여는 모습을 말입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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