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이런 노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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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29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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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원에 가면 인코케미칼이라는 회사(http://incochem.co.kr)가 있다. 지정폐기물 처리 전문업체다. 폐유기용제, 폐유, 페인트 및 폐락카, 폐드럼 수거 및 재생처리와 재생유기용제, 박리제 생산 등이 주 업무라고 한다. 한마디로 폐기물을 수거하여 처리하고, 또는 재생하여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 96년 폐기물 재생 처리 허가를 받은 이후 10여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회사다. (주)럭키화학으로 창업하여 2001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공장장과 이주노동자가 한 노조 조합원

    이 회사의 운전기사 5명이 노조를 만든 것은 지난 7월 26일이다. 전체 직원은 14명인데 생산직을 제외한 기사 전원이 조합원이 되었다. 회사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은 노동조합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노조에 대한 철저한 무시였다. 2차례에 걸친 교섭 요구에 사측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그래서 노조는 지난 8월 4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가입을 통보하고, 노조 차원에서 교섭을 요청했다.

    “아, 그러면 노동부 방침에 따라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겠습니다.”
    “아니, 뭐 꼭 그럴 필요야…”

    그런 통화를 할 때까지만 해도 회사가 노조를 별도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노무사를 선임한 회사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공고하는 한편 공장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복수노조를 만들고 있었다.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5명은 전원 조합원이 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아무런 탄압도 없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주 노동자라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그들이 회사가 싫어하는 민주노조로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회사는 우리가 만든 (주)인코케미칼 노조에 맞서 (주)인코케미칼 사원노조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는 지난 8월 24일 떡 하니 두 개의 노조를 명기한 회사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사진)

    “아니, 왜 공장장이 위원장으로 되어 있는데 노조 설립증을 교부했습니까?”
    “현장에 가서 공장장도 만나고, 회사도 만나서 사용자의 지위가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그럼 직접 일하는 노동자나 아니면 기존 노조도 만나보았습니까?:”
    “……”

    복수노조 시대 풍경 예고편

    청원군청에 가서 담당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생산라인에서 업무지시를 하고, 관리를 도맡아 하는 공장장도 노동자란다. 우리가 문제를 제기할 때를 대비하여 최근 회사는 한 명의 운전기사를 채용했다. 그도 조만간 저쪽 조합원이 될 것이다.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가 현장에서는 이렇게 진행 중이다.

    다수노조가 되지 못하면 교섭권도 파업권도 없다. (주)인코케미칼이 시작일지도 모른다. 조만간 조합원 2명 대 3명의 복수노조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민주노조가 탄생 직후부터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 보장을 근거로 노조법 3조5항(복수노조 금지)의 철폐를 주장해왔다. 

    이제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해준다는 복수노조 시대가 열렸다. 세상 일은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복수노조 시대가 누구한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노동이나 자본이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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