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 품으려면 전쟁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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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29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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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희망의 버스가 끝났다. 4차 희망버스를 앞두고, 2주 전부터 시작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의 12발 13일 광화문 노숙농성도 일단락됐다. 40도를 웃도는 서울 도심의 아스팔트 폭염도, 밤마다 쏟아졌던 소나기도,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 잠자리를 들쑤셨던 경찰과 싸우는 일도 끝났다.

    물론 희망의 버스도,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한진 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설움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경찰은 희망버스 무대와 엠프의 방향이 광화문 네거리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핑계삼아 경찰을 투입해 무대설치를 막았다. 노동자들이 나서서 간신히 무대 철거를 막았지만, 경찰버스가 청계광장을 감옥처럼 꽁꽁 에워싸고, 1만명의 경찰이 무장한 채 삼엄한 경비를 펼쳐 마치, 희망버스에 참가하는 것이 전쟁터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왕산과 안산 정사에 "정리해고 철회" 펼침막을 걸어놓았다.(사진=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경찰, 청계광장을 감옥처럼 에워싸다

    추석 명절 벌초 행렬로 인해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버스가 많이 늦어지고 있었다. 서울 참가단이 속속 청계광장으로 들어왔고, 부산 희망버스를 필두로 승객들이 청계광장을 메웠다. 기대만큼은 모이지 못했지만 7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4차 희망버스의 승객이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망의 배를 만들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며 청계광장을 행진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라 정리해고가 왜 살인인지, 그 가슴 아픈 사연들을 희망버스 승객들과 나누었다.

    만민공동회가 진행됐다. 국민을 겁박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호통치시는 백기완 선생님의 쩌렁쩌렁한 연설과, 제주 강정마을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나신 평화의 사신, 문정현 신부님의 열정이 무대를 달구기 시작했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가족들이 연단에 올라 재밌는 율동공연으로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정리해고 가족의 아픔과 절망과 슬픔을 웃음과 해학으로 만든 가족들의 깊은 마음이 가슴 깊이 전해졌다.

    1월 6일 새벽 35m 크레인에 올라 234일을 싸우고 계신 김진숙 지도위원, 이제 추석 명절과 네 번째 계절을 맞고 있는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청계광장에 울렸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수많은 시민들이 버스에 올라 연대의 마음을 표현한 것 뿐인데, 그는 희망의 버스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죄스러웠다.

    경찰의 철통 봉쇄 뚫고 도심으로

    청계광장을 감옥으로 만든 경찰을 뚫지 못하면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만민공동회를 열려던 계획은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희망의 버스 승객들은 평화행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청계천을 따라 내려갔다.

    청계천을 따라 내려가던 100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을지로 입구 출구로 나오자, 경찰들이 막아섰다.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계천에 갇혔다. 계단 아래에서 경찰을 밀고 올라오기는 어려웠다. 출구 입구에 있던 시민들이 경찰에게 항의하기 시작하더니, 경찰을 밀어냈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1천명의 노동자들이 을지로 입구 방면에서 4차선 도로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을지로 일대에 있던 경찰들이 무장한 채 도로를 막아섰다. 막히면 다시 다른 도로를 향해 행진을 했다. 을지로를 돌아 시청으로 향했고, 시청이 막히자, 다시 남대문으로, 서울역으로, 서대문으로 향했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김진숙을 지켜내자.” “이명박은 물러가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참가자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1천 명에서 시작한 행진은 경찰청과 서대문 네거리에 이르자 5천 명으로 불어났다. 왜 탐욕의 재벌과 이명박 정권이 물러갈 수밖에 없는지, 왜 희망버스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지 함께 나누었다.

    정리해고법, 비정규직법, 파견법을 만들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고통을 안겨준 지난 민주당 정권의 과오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지적했다. 그렇게 도심 행진을 거쳐 독립문 공원에 도착해 밤샘 난장을 시작했다.

    독립문 공원에서 벌어진 밤샘난장

    독립문에서도 첫 프로그램인 ‘희망의 토크쇼’가 시작됐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불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 김규항을 비롯해 노동자, 작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장소가 야외이다 보니 집중도 안 되고 주위가 산만하여 좀 민망하게 토론회가 끝났다.

    밤새 독립문공원 곳곳에서 토론과 이야기가 이어졌다. 새벽이 밝았다. 경찰의 봉쇄를 뚫고 새벽에 인왕산과 안산에 올랐던 사람들이 산 정상에 “정리해고 쵤회하라!”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너무 멀어서인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니 이명박 대통령이 혹시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정리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와대에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경복궁역으로 갔다. 지상에서도 아니고 지하 계단에서부터 출입을 봉쇄한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져도 막무가내다. 시민들의 통행권을 막는 불법을 저지르는 경찰들에게 아무리 항의를 해도 ‘소귀에 경읽기’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다 아시잖습니까? 저희는 할 말이 없습니다.”

    경찰이 하는 말은 이게 전부다. 그리고는 출입구마다 죄다 막아선다. 경복궁역과 청와대 일대는 마치 전국에 있는 경찰을 청와대 사수대로 가져다놓은 듯 촘촘히 막아놓았다고 한다. 전철역 벽면에 붙어 있는 ‘소금꽃이 핀다’는 글귀를 본 것으로 만족하고 결국 독립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간을 좀 당겨서 한진중공업 본사까지 행진에 나선다. 이번 4차 희망의 버스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탑승을 했다. 일주일 전 시국대회, 그리고 추석명절 벌초 기간임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전국 50개가 넘는 집회신고 중에 경찰은 딱 두 곳을 제외하고 모든 곳에 집회를 불허했다. 헌법과 법률, 교과서에는 집회와 시위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고 씌여 있지만, 대한국민 경찰에게는 ‘개 풀 뜯는 소리’일 뿐이다.

    우리는 서대문, 서울역을 지나 한진중공업 본사가 있는 남영동까지 행진했다. 경찰이 불법이라고, 해산하라고 귀가 찢어지도록 떠든다. 우리는 정당한 집회신고에 따라 행진을 했고, 경찰들의 방해 때문에 차선을 넘나들면서 행진했지만, 신고한 대로 평화적으로 행진을 마쳤다.

    서민 절규가 계속되는 한 희망버스는 계속된다

    한진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서 경찰이 또 차벽을 세웠다. 물대포차도 들이댄다. 그리고 계속해서 경고방송을 내보낸다. 정말 웃기는 경고방송이 나왔다.

    “지금 선동을 하시는 검정 옷에 안경 낀 분은 지금 즉시 선동을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급기야 행사가 한참 진행 중인데 물대포를 쏘아댄다. 완전히 물에 흠뻑 젖으면서도 희망의 버스 행사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이 되었다. 우리는 마지막 결의문 낭독까지 마치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4차 희망버스는 끝났다. 수만 명의 경찰병력과 버스, 물대포가 희망의 행진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희망버스 기획단과 참가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하겠다고 겁박하지만, 희망버스 승객들은 아무도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희망의 버스는 다시 출발할 것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설움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명박 정권 하에서 못살겠다는 서민들의 절규가 계속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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