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 50인데, 감동에 눈물 흐를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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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25일 07: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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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보다 정의감이나 사회의식이 높지도 지식이 풍부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다. 이런 사람이 어느날 투사가 된 것처럼 보이고, 빨갱이라 불려지는 현실에 헛웃음만 나온다. 나같이 평범하고 소극적인 사람이 희망버스 1~3차에 모두 참여하게 만들어준 이 미친 정권과 자본에 이제는 감사를 표하고 싶은 심정이다.

평범한 소시민을 빨갱이로 만드는 사회

‘아! 세상이 이렇게 부패하고 자본이 이만큼 악랄하게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를 착취하는구나.’ 이런 사실을 알게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게 뭔지를 일깨워 준 ‘희망의 버스’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가 돈 버는 재주가 부족해 물려줄 재산이 없어 항상 미안하고 부끄러웠는데, 그나마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을 만들어준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도 고맙다. 진심이다.

   
  ▲부산역 광장 앞의 3차 ‘희망의 버스’  탑승자들.(사진=진보신당 경남도당)

이번 3차 희망버스에 참여하면서 나름의 감상을 적어본다. 초딩 이후로 일기조차 쓰지 않은 내가…나도 세상 따라 미쳐 가는 모양이다.

희망버스가 오기 전날부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노숙 준비를 하고 6시경 부산역에 도착하니 아는 얼굴들이 시커먼 피켓을 들고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얼떨결에 나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낼모레면 나이가 50인데… 피켓의 글씨와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수많은 카메라들… ‘아! 나도 이제 스타가 되나?’ 하는 유치한 상상 속에 부산역 행사가 거의 마무리 될 즈음 영도로 가기 위해 일행 몇 명과 함께 82번 버스에 올랐다.

우리가 탄 버스가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 영도대교 입구 정류장에 정차하자 허연 머리띠를 두른 영감들(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께서 버스를 막고 밖에서 물병을 던지고(심지어는 돌까지) 청문을 두드리며 욕지거리를 해댔다.

그리곤 몇명은 버스에 올라 영도 사람이 아니면 내려라, 신분증 보자 하면서 승객들을 끌어 내리고 멱살잡이를 하는데도 민중의 지팡이는 목발인 양 먼 산만 본다.(세금을 안낼 방법에 대하여 고민해봐야겠다) 두 시간 반을 차에 감금당해 있는데도 견찰들은 수수방관이다. 영감들이라 봐주나? 우리나라 민주경찰은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공경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감들의 행패와 희망의 불꽃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각 다시 영도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지만 얼마가지 못해 정권의 충견들의 제지로 예정에 없던 야간산행을 해야했다. 금정산 야간산행은 두어 번 해봤지만 봉래산 산행과 비교하면 속된 말로 ‘쨉도 안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발적인 안내인에, 산위에서 솟아져 내려오는 희망들… 하마터면 눈물을 솟을 뻔한 감동을 맛보고 도착한 수변공원, 그곳은 한여름 밤 축제의 무대였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희망이 함께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밤하늘로 올려보낸 희망의 불꽃들이 바람의 길을 따라 마치 오작교처럼 85크레인 위의 김진숙 지도위원과 우리를 만나게라도 해주려는 듯 그렇게 흘러갔다. 노래 부르고 토론하고 졸린 사람들은 마치 안방마냥 바닥에 아무렇게나 자고난 후(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노숙자로 만들려는지) 맞이한 아침.

그래도 모두들 기쁜 표정들이다. 모두들 머리에 꽃이라도 꽂은 마냥 즐겁다. 세상이 미치니 저들도 도는 걸까? 아니다. 이 미친 세상에 저들만이 온전한 정신으로 미친 정치와 악랄한 자본가들의 비참한 미래에 조소를 날리고 있다. 저들 속에 내가 함께 있다는게 다행이고 행복하다.

   
  ▲창원발 부산행 ‘희망의 버스’ 안의 모습.(사진=진보신당 경남도당)  

난 가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그때 아빠는 뭐했어? 라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때 "아빠도 그곳에 있었고 즐겁게 놀고 행복하게 노숙했었다"라고 말하리라. 세상의 모든 부모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식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비록 사회적 지위나 물려줄 재산은 없을지라도 비겁한 아빠는 아니고 싶다.

그 뜨겁고 습한 영도의 여름밤, 그곳엔 분명 희망이 있었고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이런 세상이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들이 모여 꿈꾸는 밤이었다. 마지막으로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이지만 우린 서로에게 분명 희망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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