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상의 기록 또는 기도
        2011년 08월 21일 10: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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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불가능한 공사 일정을 소화하느라 인명 사고를 내면서까지 속도전을 벌인 4대강 공사 현장 곳곳이 마비되었다. 하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우리는 곧 강을 잃은 시대, 강의 길과 논과 밭을 메워 깊게 파낸 수로만 남은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강을 잃고 수로만 남아

    이것은 단순히 강의 정취가 달라진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가에서 자라는 습지 생물과 물고기들이 고인 물속에 잠기게 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정신에 대해 강이 끼쳐왔던 근원적인 것이 소멸된다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인간다운 삶, 인간 영혼의 붕괴인 것이다.

    이러한 시대라면 우리 문학도 함께 물 속에 잠기게 된 것이 아닐까. 게다가 문학과 출판계 내에도 시장의 거대한 손길이 뻗쳐와 부와 빈을 나누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학은 어제도 오늘도 평온한 시대의 노래가 아니다. 문학은 검열이 한창이던 식민지 시대에도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전쟁 중에도 군사정권의 폭압 속에서도 작은 삶의 공간을 다루며 꿈을 현실화하려는 꿈을 꾸었다.

    왜냐하면 좋은 문학은 삶에 대한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진정한 문학은 몽상의 기록이자, 일종의 기도(祈禱)라고 할 수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 이런 캄캄한 상황에서 문학은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 무엇을 할 것인가』(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엮음, 동녘, 13000원)는 영어 파시즘에 희생당하는 사람들, 노동자 계급 안에서도 타자가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4·19와 5·18 등 역사의 제물이 된 사람들 등 시대의 아픈 곳을 되짚으면서 문학이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그들로 하여금 삶의 위기를 이겨낼 수단이 되기를 자처한다.

    문학은 위로해줄 수 있나?

    그렇기에 이 책을 닫는 윤수종 교수의 강의는 아주 인상적이다. 장애인이라는 속성들이 나에게서 나타날 때, 여성의 속성이, 비정규직의 속성이 내 자신에게서 나타날 때 우리는 개개의 소수자가 되어 소수자 운동을 펼치고 자신의 자유를 꿈꿔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수자 운동은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주체 변화를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문학마저도 시장이 지배하려는 무참한 시대에 우리 가슴에 ‘진정한 부(富)’를 채워주게 될 것이다. “품격 있는 글이란 암흑 속에 머리를 들이밀 줄 알고, 허공으로 뛰어내릴 줄 알고, 문학이 기본적으로 위험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 * *

    편자 :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는 작가회의 모태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실천적 전통을 잇기 위한 한국작가회의 산하 실무 조직이다. 현실과 함께하는 문학활동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사업을 주로 하면서 현실의 변화와 문학의 변화를 동시에 꾀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문학은 현실에서 시작되지만 현실을 다른 층위로 변환시키는 정치적 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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