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호 크레인은 건재합니다"
        2011년 08월 20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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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1번지라는 부산 영도 봉래산 자락 아래 조선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89년 부실 경영으로 넘어가는 대한조선공사를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아주 싼 값에 인수해 한진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한진중공업은 74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초의 조선소입니다.

    대를 이은 한씨 가문의 노조탄압

    규모로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다음으로 7번째 조선소이지만 컨테이너선 건조 기술은 세계 제일을 자랑합니다. 특히 특수선에서도 함포사격 명중률이 가장 높은 전투함을 건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술을 인정받아 도독함을 건조한 조선소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선박 건조 기술력을 가진 노동자들도 많이 배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의 타 조선소에 한진중공업 출신들이 많이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알짜배기 기업을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인수한 후 수많은 노동자들을 탄압했습니다. 한진그룹은 베트남 전쟁을 틈타 군수물자와 고철을 팔아 기업으로 변신한 그룹입니다. 1970년대에는 베트남 노동자의 노동력을 무지막지하게 착취하는 바람에 베트남 건설 노동자들이 서울 소공동 한진해운센터 건물 화장실을 난입하는 사건이 발생해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았던 그룹이기도 합니다. 이뿐이겠습니까?

    1989년 마산 코리아 타코마를 인수하면서 노조간부 전체를 해고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1991년에는 전노협과 대기업 연대회의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정권과 한통속이 되어 박창수 위원장을 옥중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하는 살인적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조중훈 회장이 사망하자 둘째 아들 조남호가 한진중공업을 이어 받아 경영하기에 이르렀는데 아들 또한 아버지 못지않게 노동자들을 탄압했습니다.

       
      ▲사진=금속노조

    꼴통 정치인들의 악덕기업가 옹호

    조남호 회장은 2003년 김주익 위원장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당시 김주익 위원장이 회사의 막가파식 노무정책과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며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조남호 회장은 노사가 잠정합의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건조 중인 선박을 강제로 진수하는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를 바라보고 있던 김주익 위원장은 결국 목숨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곽재규 조합원까지 목숨을 던졌습니다.

    8년이 지나 또다시 조남호 회장은 정리해고라는 칼날을 가지고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을 죽이려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은 이들 살인적 행위를 하고 있는 기업가를 정권과 한나라당 ‘꼴통 정치인’들이 옹호해주고 공권력과 극우 보수단체들은 용병을 자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쌍용자동차 자본이 그랬고, 유성기업 자본이 그랬고, 현대자동차 자본이 그랬고, 기륭자본이 그랬습니다. 이제 이들을 국민의 힘으로 응징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사회, 평등한 사회,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는 영영 만들어 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민과 활동가들이 모여 새로운 희망의 운동방식을 찾고 실천하는 모습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희망의 버스라고 생각합니다. 그 실천 무대는 바로 220일을 넘기고 있는 85크레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크레인입니다.

    1차 희망버스가 2차, 3차, 4차까지 이어지고 전국으로 확대되어 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투쟁의 힘도 천에서 만으로 이어지고, 4차 희망버스는 10만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85호 크레인은 건재하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회 마지막 철옹성인 85크레인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220일을 넘기고 있고, 85크레인 중간을 보금자리로 하고 있는 4명의 스머프 동지들도 50일을 넘기고 있지만 85크레인 전선은 이상무입니다.

    그동안 연대를 위한 수많은 동지들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던 동지가 있는가 하면, 휴가를 여기에서 보내는 동지들도 있습니다. 필란드로 이민 간 여성분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어 2주 동안 85크레인 건너편 도로에서 노숙을 하며 저희들을 사수해 주고 얼마 전에 출국했습니다.

    인천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농활을 85크레인 건너편으로 왔습니다. 학생들은 한달 동안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실천투쟁을 하고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폭우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함께 애도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은 이 땅이 양심과 인간미가 살아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신부님들의 설교는 투쟁의 메시지가 되어 85호로 날아옵니다. 보수 성향을 가진 원로 종교인 대표들조차 도 여기에 와서 노동자들 에겐 살인적인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조남호 회장이 얼마 전 부산시청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 호소문을 직접 낭독했다고 합니다. 호소문에는 정리해고 철회라는 문구는 없었습니다. 조남호 회장은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시청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날랐다고 합니다.

    겁도 나고, 두렵기도 하지만 끝까지 견딜 것

    85크레인은 그들의 기만적인 협박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장마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더 긴 투쟁을 요구한다고 해도 저희들은 끝까지 투쟁을 사수할 것입니다. 시실 처음부터 ‘나는 투사다’라고 규정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비굴하게 비켜가지 않고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투사는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어떨 때는 겁도 나고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헤쳐나가지 않고는 어떤 진전도 없다는 생각으로 고통을 견디고 단련해 나갑니다.

    우리들의 목숨은 자본과 연대 동지들의 힘의 역학관계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자본의 힘이 공권력을 동원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도래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용산 참사 또한 그래서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노동자 민중의 힘이 있다면 우리는 희망의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어떤 어려움이 덮쳐 온다 해도 85크레인을 끝까지 사수할 것입니다. 함께 합시다.

    * 이 글을 쓴 박성호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박영제 신동순 정홍형과 함께 85호 크레인에서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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