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근거 보고서 사실과 달라”
    By
        2011년 08월 17일 10:5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관련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 근거로 사용한 경영진단 보고서가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16일 학술단체협의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학계 3단체가 권영길, 정동영, 조승수 국회의원실과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회사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구조조정의 근거로 밝힌 2010년 6월 한영회계법인 보고서는 중형 컨테이너선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 놨었지만 실제론 2011년 초부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16일 국회 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학계 3단체가 모여 한진중공업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김상민)

    조 교수는 특히 최근 시장 변화는 중형 컨테이너선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한진중공업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컨테이너선이 최근 15개월 동안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태인데, 대부분의 국내 다른 대형 조선사들은 추가로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 조 교수는 “최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중형 컨테이너선 네 척을 수주한 배경에 이러한 시장 변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 선박부분의 경영실적이 정리해고를 해야 할 만큼 긴박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허민영 경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3년간 주요 조선업체 영업이익률 비교표를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영업이익률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보다 월등히 높았다.

    토론회에 참가한 권영국 변호사도 “한진중공업 사측은 △대주주에 대한 174억 현금배당 △임원급여 8천만원 인상 △타 법인 주식 취득을 위한 현금 150억원 지출 등 긴박한 경영상 위기를 맞은 회사가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 왔다”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부당함을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특히 “최근 진방스틸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인정한 대법 판례에 따르면 회사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할 절박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고용을 보장키로 한 특별단체교섭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며 신규수주가 없다는 회사 주장만 받아들인 부산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가 영도조선소에서 수주할 수 있음에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고의로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2010년 수빅조선소에서 수주한 선박 중 컨테이너 선 8척이 모두 영도조선소에서 건조가 가능한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7년 수빅조선소 물량 가운데도 영도조선소가 경쟁력을 가진 중형 컨테이너선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지난 3월 29일 IBK투자증권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보고서엔 “영도조선소는 중형도크로 구성돼 있고, 중형 컨테이너선 건조경험이 풍부해 타사 대비 작업효율이 좋다”고 돼 있다. 결국 국내 다른 조선소 보다 효율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수빅조선소보다 영업이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수주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인 셈이다. 이 역시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여서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