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당, 남루하고 초라한 거 안다 참여당 포함 통합, 국민여론 요동"
        2011년 08월 17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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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상근

    신자유주의자 평가 비민주적

    – 그건 ‘빨갱이’ 딱지 붙이기와는 다르다. 신자유주의자라는 평가는 참여정권 집권 시기 집행한 정책에 대한 평가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 빨갱이들이 무엇인가? 친북 아닌가? 북한과 친하게 지내자는 것이다. 그럼 아무 근거 없이 종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대북정책을 펴는 도중 식량지원을 했고, 그것이 군용 등으로 전용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전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진보가 펼친 그런 정책을 놓고 종북이라고 딱지 붙이는 것 아닌가?

    당시 정책 중 신자유주의 정책 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역량도 부족했고 어쩔 수 없던 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 친북이고 종북이 아닌 것처럼 순수한 형태에 ‘ism’이 어디있는가? 대통령이 국민 일부에만 맞는 정책 패키지를 선택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책에 대해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을 우리는 인정한다. 그런데 ‘당신은 신자유주의다’는 얘기를 들을 때 나는 극우주의자들에게 ‘빨갱이다’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 든다. 나보고 책임을 묻는 것은 내 죄가 참여정부 국무위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자다, 신자유주의 추종자다라고 한다면 곤란하다. 어느 신자유주의자가 장기보험을 도입하고 노인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제에 동의하나? 신자유주의 추종자라는 것은 사상적으로 어떤 사람에 대해 심판을 내리는 것이다. 아주 비민주적이다.

    "청와대 비서관 한 명 추천 못했다"

    – 정책적 평가와 사상적 심판은 다르다. 정권의 주요 정책의 성격을 토대로 평가되는 것이다.

    = 우리가 인정하는 건 그런 요소가 있고, 비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정책 중에는 어떠한 상황에 의한 것, 우리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 있다. 그러한 여러 요소들을 인정한다. 그런데 지금도 ‘너희는 좌파 신자유주의자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슬프다. 타인을 마구잡이로 단죄하고 심판하는 것이 진보인가? 충분한 논쟁거리이긴 하다. 하지만 어떤 인간을 ‘ism’으로 모는 것은 굉장히 난폭하다.

    – 그렇다면 국민참여당의 정체성은 참여정부 때와 다른가?

    = 참여당에 참여정부 실세가 있는가? 나는 ‘노무현의 경호실장’이라는 얘기도 듣고 실세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청와대에 비서관 한 명 추천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참여당은 참여정부의 책임 계승할 정당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많은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 특정 개인에 대한 사랑으로 모인 정당이라면 친박연대와 다를 게 뭔가?

    = 그런데 왜 진보진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터부시하는지 모르겠다. 이념에 대한 사랑은 높으면서 그 이념을 실천하고 실행하는 사람에게 진보진영은 비아냥거린다. ‘~빠’라고 하면서, 친박연대는 직업정치인들의 모임이다. 여기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친박연대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정말 당혹스럽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비아냥거리는 건지, 참여당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이 경찰에 소환을 당한 날 버스 앞에 꽃잎을 뿌리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누군가를 숭배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좌절당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현상, 배경 생각 좀 해봐야"

    – 친박연대와 같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특정인에 대한 사랑으로 모인 것이 정당이라는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진보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터부시한다기보다는 지난 어려운 시기부터 운동을 해온 사람들로서 조직과 구조를 중시하고 개인을 내세우지 않는 측면은 있는 건 사실이다.

    국민참여당 합류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국민참여당이 말로만 잘못됐다고 하지 말고, 상당 기간 정치적 실천을 통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함께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나?

    = 나도 그렇게 본다. 그것도 반대하는 100가지 이유 중 하나로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당은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당이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각자가 노력해야 한다. 일방의 노력으로 안 된다. 우리도 말 몇 마디로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통합이 안 되면 열심히 살다가 다음에 하면 되는 것이다.

    – 문재인 전 실장에 대한 대중적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 같다. 손학규, 유시민 대표 등이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였는데, 지지율 이동 현상이 보이는 것 같다. 사람들의 문재인 전 실장에 대한 기대의 근거가 무엇이라고 보나?

       
      ▲유시민 대표 

    = 나는 문재인 실장에 대한 대통령 후보로서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되더라도 야권에서 그런 분들이 나와야한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나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 혼돈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오락가락 하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의 소위 ‘좌클릭’ 움직임이 눈에 띈다. 선거를 겨냥한 거라 하지만 의미는 있을 것 같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의원이 여권 대선 후보로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나?

    = 한나라당은 좌클릭이 불가능한 당이다. 그건 사기지(웃음). 물론 선거 때 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나쁘게 볼 수는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좌클릭을 할 수 있는 당이 아니다. 거기는 극우정당이고 독재정당의 후신이고, 틈만 나면 독재하려는 당이다. 그건 불변의 진실이다.

    그리고 결국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는)박근혜 전 대표가 되지 않겠는가? 지난 번에 당내 경선에 나와서 아슬아슬하게 패배했고, 지금도 국민적 지지율이 높다. 박근혜 전 대표 말고는 없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좌클릭은 사기"

    – 진보통합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범야권의 총선승리를 위해 후보 단일화, 유 대표가 얘기하는 1 : 1 구도의 형성이 중요한데, 현실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해야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 방안이야 이미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방법이 없어서 못하는 건 아니다. 나는 참여당을 포함하고 시민사회가 합류하는 진보통합당이 이루어지면 이것이 잘 풀릴 것으로 본다. 그게 안 되면 잘 안 풀릴 것이다.

    우리 당 독자파들은 만약 우리가 혼자 가야 하면 모든 지역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비례대표만 내고 돌파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야권단일화 요구에 복무하기 위함이다. 다른 당 후보가 없거나 한나라당이 분명히 당선될 곳만 내고 경합지역 양보하자는 무조건 연대노선이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만,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참여당까지 포괄한 진보정당이 탄생하면 실무적으로도 몇 개의 당이 해야 하는 것을 한 당이 하니 간편해진다. 또한 국민의 여론이 요동치고 변화하면서 형성이 되면 정치인-정당들은 외면하지 못한다. 국민 속에서 대중적 흐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어렵다.

    – 대선에서도 진보진영의 경우 독자적 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공동 정부 구성을 매개로 대선 후보 단일화를 얘기하는데, 이는 민주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선에서 범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물론 (민주당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하지만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이건 하나의 ‘딜’이라고 본다. 단일화를 안 하고 선거를 치르면 진보나 보수를 떠나 국민들에게 맞아죽는다. 야권에서는 정권교체 여론이 있는데 그걸 외면하면 진보정치든, 민주당이든 돌 맞는다.

    – 진보정당은 지금까지 독자후보를 내세우며 발전해왔다. 

    = 각자 자기 잘났다 해서 자기 소신대로 하면 국민들은 ‘아 저기는 먹고 살만 한가보다. 편한 사람들인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당장 죽을 것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의 지난 10년 동안에도  국민들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 지난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어떤 분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답이 없다.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10년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치 지고지순함을 기준으로 현실을 보면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분명 변한 것이 있다.

    "진보정당 독자노선 이룬 게 뭐 있나?"

    – 변화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극화나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부분은 오히려 안 좋은 쪽으로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 물론 해결되지 못하거나 악화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독자노선을 해서) 뭘 이루었나? 대중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어떤 것을 이루었나? 물론 임대차보호법 같은 것들은 역할을 했다. 이것은 국민 여론에 다수당이 수락한 측면이 있다. 무상급식의 대중화에 역할도 했다. 그것도 진보정당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노력도 있었다.

    그런데 너무 더디지 않는가? 100% 사회정의에 대한 확고한 리더십으로 정권을 잡아 해치우는 지도자 있으면 좋지만, 정작 50~60점 밖에 안 된다. 흔들리고 부패를 저지르고, 그런 지도자들이있고, 그런 가운데 세상이 이렇게 변해왔다. 진보는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단숨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난한 과정을 가는데 훨씬 지혜롭게 타협하면서 때로는 굴욕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 진보통합을 얘기하는 사람들 중에는 참여당, 민주당과 함께 가는 길은 제대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다. 더디가도 제대로 가야 된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다.

    =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니 노동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 물론 참여정부 때도 노동자 중 구속자가 많았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는 누군가 단식을 하고 오랫동안 투쟁을 하면 민정실에서 가서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어떤가? 그냥 ‘너희 다 죽어’ 아닌가? 노조가 보기에 우리에 대한 원망이 많을 수 있지만 보수나 수구가 집권하면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넘어 노동3권을 부정하는 양상을 띤다.

    큰 불이 나서 난리인데, 좀 더 우아하고 고상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진보에 그런 탐미주의적인 열정이 있다고 본다. 누더기가 아닌 새로운 것, 좋은 것을 바란다. 물론 그것은 나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지 못한다. 나는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저 사람들 정말 살만한가보다라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이 판국에 폼나고 멋진 것만 추구하니까.

    – 진보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어렵기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중심에 놓은 정치를 해나가려 하는 것을 두고 탐미주의라든지 폼 나는 일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건 매도로 들릴 수 있는 것 같다. 같이 하자는 상대이기도 한데. 물론 진보가 잘 하는지 평가와는 별개 문제다.

    = 나는 그것을 욕구로 이해한다. 그런데 남루하게 사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남루하게 살겠나? 욕먹어 가면서. 나는 그 부분을 조금만 더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구질구질하다는 거 안다"

    – 진보정당 당원들과 <레디앙> 독자들에게 통합 국면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 

    = 내가 구질구질하다는 거 안다. 국민참여당, 남루하다. 안다. 지금 이 상황, 국민참여당이 얼마나 초라하나? 초대받지도 않았는데 와서 문 앞에서 ‘들어가면 안될까요?’ 그러고 있다. 구질구질하고 멋없다. 당원들은 ‘대표, 왜 그러고 다니냐?’ 물어본다. 왜 가서 ‘죄송합니다’하고, 왜 매일 그러고 다니는지 묻는다.

    정치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빛나는 이상을 추구하지만 속살을 보면 구질구질하고 남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게 왜 이렇게 초라하고 남루하고 구질구질하냐면,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인간이란 존재가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모두 불안정하고 모순덩어리다. 국가권력을 두고 다투는 정치라는 사업은 그 속에서 하는 것이다. 내가 탐미주의를 얘기한 것은 그냥 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그런 기질이 많았고, 진보로 올수록 그게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정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요하면 자존심을 굽히고, 던지고, 때로는 속으로 갑갑해도 뭔가 일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면 자기 입장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사람들 속에서, 장터에서 저자거리에서 정치 못한다.

    나보고 왜 교활한 보수가 진보로 위장하냐는 소리를 한다. 그렇게 볼 수 있다. 매사 자기 이익을 도모한다고 한다. 그런 얘기 많이 듣고 있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진보통합당으로 우리 국민참여당 당원들과 가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는가? 거기 무슨 멋있는 일이 있고 정치적인 이익이 있겠는가?

    그런 점을 잘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정치하는 사람도 다 그러한 이유가 있다. 그 점을 진보가 살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 속에서 진보를 할 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칼 같이 자르고, 평가하고, 판단해버리면 이루어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폼 안 난다, 솔직히.(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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