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교체, 정치혁신 위해 진보통합"
        2011년 08월 16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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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3년 만에 재결합 논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 당은 애초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던 대북문제와 패권주의는 협상 테이블에서 생각보다는 쉽게 합의를 이루었다. 북한 관련해서는 각 당내 이론이 있지만 패권주의 문제는 실무협의 선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

    그런데 양 당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었다. 원인은 국민참여당이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의 합류를 주장하고 있고 진보신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진보대통합의 최대 난관이 국민참여당이 된 것이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이에 발맞춰 과거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적 결의문을 대의기구를 통해 통과시켰다.

    현재 정계개편 논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레디앙>과 마주앉았다. 유시민 대표는 인터뷰에서 진보신당에 대한 유감과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유 대표는 진보신당 내 국민참여당 통합을 반대하는 흐름에 대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했고 반박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왼쪽)와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사진=정상근 기자) 

    유 대표는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에 이유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정권교체, 장기적으로는 정치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합류해 바람을 일으켜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대표는 그러나 진보신당이 이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진보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며 유감을 표시하면서 그런 장벽으로 “어떻게 대중정당으로 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도 했다. “5.31합의문에 동의하는 세력과 함께 한다고 해놓고, 합의정신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유 대표와의 인터뷰는 14일 오전 국민참여당 대표실에서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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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직후부터 진보통합 검토

    -참여당 내부에서도 진보통합에 참여당이 합류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진보통합 주체들 사이에서 강력한 반대 입장이 있기도 하다. 현재 진행 중인 진보정당 통합 논의, 특히 진보 양당 협상 진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내부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도 진보통합의 당사자로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언제부터 그런 입장이 정해진 건가?

    = 당의 진로를 크게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나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없으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이견이 있고, 싸움이 나고, 너무 당연하다. 그건 우리뿐 아니라 모든 당이 다 마찬가지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능할 때까지 토론하고 또 각 조직이 가지고 있는 당헌당규나 의결 절차에 따라서 의결하고, 그렇게 해서 어느 방향이든 가는 것 아니겠나?

    (현재의 진통은)그러한 일반적인 과정이다. 특별히 이 문제가 당과 당 사이에 많은 긴장을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정당통합이라는 문제는 이 정도의 진통은 주는 것이다.

    참여당이 (진보대통합을)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방선거 직후다. 이론적으로 작은 진보정당으로는 민주당과 연합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진보통합 연석회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도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럼 한 번 대화해보자, 알아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게 작년 가을에서 겨울까지 상황이다.

    그리고 연초에 들어와서는 본격적으로 진보통합 연석회의 참여를 검토해왔고, 3월에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곧바로 시도당 위원장급이 참여하는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진보통합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4월3일 (연석회의)참가신청을 내고,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1년여에 걸친 내부 검토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해왔다.

    지방선거 때나 7.28재보선, 10월 재보선 등이 우리의 진로에 많은 영향을 주기는 했다. 우리가 해보니까 우리의 뜻이 좋아도 혼자 해보니 안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단기적으로는 2012년 정권교체를, 중장기적으로는 정치혁신을 바라고 있다. 이것을 혼자 하기 힘들다면 여럿이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얘기 아니겠나?

    민주당과 함께 하라는 말은 결례

    –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국민참여당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에 진행되는 통합 논의 과정에 장애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대중적으로 보나 이념, 정책, 정체성에 있어 참여당은 민주당과 가까운 것 같다. 진보통합의 단기적 목표가 권력교체라면 오히려 참여당이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더욱 도움 되지 않겠나?

    = 우리는 단기적 과제, 중장기적 과제 둘을 다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참여당은 이게 맞다고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치 주체들이 모인 것이 정당인데, 그 주체가 꿈꿔왔던 정당의 혁신, 창당정신을 다 버리고 민주당으로 가라고 말하는 것은 결례로 본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그리고 참여당 때문에 진보통합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진보진영 안에서 노선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하나는 집권전략을 세운 것이고 하나는 차별적 독자노선으로 가는 것이다. 그것이 참여당 합류 문제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지, 우리가 없는 갈등을 만든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국민들의 의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는 모든 야당들이 다 합치라는 의견과, 진보가 통합 하면서 민주당과는 연합하라는 의견이 비슷하게 있다. 우리는 그러한 의견들을 존중한다. 때문에 정권교체라는 단기, 정치혁신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다 안고 가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합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합치게 된다고 해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겠나? 나는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경우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 당원, 진보신당은 진보신당 당원, 그리고 그 지지층들의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 당 하는 사람들이 내 하고 싶은 대로 주관적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유권자들이나 당원들 속에서는 (참여당까지)합쳐서 가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외치는 투쟁만 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더 넓게 손잡고, 외연을 확대하고, 힘을 키워 영향력을 크게 만들어 입법에 영향을 주고, 이런 것을 바라는 사람도 많다.

    정치하는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많겠지만 대중들의 요구를 수렴하면서 가야 산다. 정치에서는 내가 옳다는 기준 하나로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린 국민의 요구를 최대한 살피고, 정치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각 당 당원들의 의사, 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살펴야 한다. 생각과 달라도 맞추는 것이 정치 아닌가?

    참여당, 민주당과 역사성 공유하지 않아

    – 규범과 당위성을 가지고 민주당과의 통합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당과 사람들의 역사성에서 판단의 근거를 삼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과 대중의 뜻을 얘기했는데, 그것에 대한 판단의 차이도 있을 수도 있다. 외치기만 하는 투쟁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나 원내에서 입법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외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며, 입법 과정의 경로와 방법도 중요하다.

    = 국민들이 진보를 믿지 않는다. 진보뿐 아니다. 참여당이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어느 당을 믿는가? 진보진영 지지율이 고작 2~5%인데, 이걸로 무슨 현실을 바꾸는 일을 도모 하겠는가? 왜 국민들이 진보를 안 믿어주겠나? 진보가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기)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안하고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는 당을 누가 지지해주며, 두 당이 합친들 그것이 과거 (구 민주노동당)에서 얼마나 벗어나겠는가? 국민의 눈에서, 대중을 바라보고 정치하는 것이 기본 아니냐? 참여당도 즐거워서가 아니라, 대중들의 요구를 받아 안고 실현하기 위해 굽히고 엎드리는 것이다. 소신이 있어도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역사성도 그렇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근본적으로 87년 대투쟁이 만들어 냈다고 본다. 그리고 민주당이라는 것은 그 이전, 이미 신민당부터 시작되는 보수 자유주의 야당의 역사를 승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은 2001년, 2002년이 기점이라고 본다. 다만 당시 선거제도나 정치 환경은 양당구도였기에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매개로 (민주당에)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거기(구 열린우리당)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가치의 실현을 막고, 당원들의 참여, 시민들의 참여를 막는 모습을 보았다. 지구당 당원대회를 평일 오후 2시에 하니, 이건 당원들 보고 오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그 당은 직업정치인들끼리 하는 것이지 당원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진보정당, 참여 문화 부족

    우리는 그 내부를 바꿔 해보려 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우리끼리 따로 오자고 해서 온 것이다. 그게 역사다. 열린우리당 4년 같이 했다고 너희 뿌리는 민주당이라, 우리는 이렇게 생각 안한다. 친노정당이라는 것도, 우리는 노무현을 숭배하는게 아니라 노무현이 시민참여 통해 탄생한 정치인인 만큼 우린는 그걸 잇자는 것이다.

    진보정당에는 참여의 문화가 부족하다. 편하게 들락날락거리며 당에 참여하고, 머리 아프게 이념논쟁하지 말고 순박한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당이 필요하다. 진보당은 너무 장벽이 높다.

    참여당만 해도 ‘너희는 진보가 아냐’라고 하니 우리가 그 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당을 같이 해볼 수 있고 안 되면 나갈 수도 있고, 그럼 왜 당을 나갈까?라고 생각하고 다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바꾸고, 그것이 정당이다. 진입장벽이 이렇게 높은데 당이 어떻게 대중적으로 가겠나?

    우리는 당 내에 참여민주 정신이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과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이것 때문에 민주당과는 안된다. 진보정당과 우리는 우선 당원제도부터 같지 않나? 이는 특정 정치현안에 대한 공통성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진보정당 하기가 이렇게 힘들다.(웃음) 장애물을 엄청 넘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더라.

    – 정당이라는 것은 공동의 이념과 가치, 정책을 현실에 구현해 집권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물론 당내 민주주의를 비롯한 문화도 중요하지만, 정당은 자기의 비전과 정책, 집권하면 국가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이 정당 통합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기준 아닌가?

    = 그렇다. 그래서 (5.31 최종합의문에)동의한 것 아닌가? 동의했으면 “그래 같이 와서 함께 하자”고 하는 것이 정당이다. 그런데 지금 진보신당은 같은 협의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 아닌가? 물론 너무 철벽같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으면 말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역에서는 선거연합해보고 행사도 같이 하니 함께 못할 게 없다는 정서도 있다.

    최종합의문 동의했는데 왜 거부하나?

    -연석회의 부속합의서1에는 “‘진보정치대통합으로 설립될 새로운 진보정당’이 보수세력, 자유주의세력과 구별되는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 발전”이라는 문구가 있다. 자유주의 세력이라고 특정한 것은 민주당과 참여당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참여당까지 포함된 ‘합당’은 진보통합당이라기보다 진보세력과 자유주의 세력의 정치적/국면적 필요성에 의한 동거체제라고 부르는 게 더 사실에 부합하는 설명 아닌가?

    = 부속합의서에 나오는 ‘자유주의 세력’은 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참여당 같은 작은 당을 염두에 두고 굳이 구분을 짓겠다고 그런 문구를 넣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참여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1/4, 1/5 수준이다. 그런 거 아니겠나? 우리의 세력이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보다 2~3배 많으면 문제가 될 것이겠지만 그런건 아니지 않는가?

    – 지방선거 전 5+4회의 과정을 돌아보면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오히려 민주당 보다 사유제한 등 부분에 대해 참여당이 더 강경한 입장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당세보다 정책과 입장을 볼 때 자유주의 정치세력이라고 본다.

    = 참여당이 그런 얘길 했나? 개인이 그런 얘기는 할 수 있다. 나는 사용사유를 강화한다고 했다. 그런 걸 두고 일일이 따지면 일이 잘 되겠나?

    – 꼬투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참여당이 정책 책임자가 선거 공동대응을 위한 야권 협상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한 발언을 안 믿으면 무엇을 믿어야 하나? 

    = 그럼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한 발언을 안 믿으면 어떻게 하나? 우리도 진보신당 내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얘기,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한 얘기 하나하나 짚어내면 통합 못한다. 통합은 난기류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 유 대표는 진보정당이 좀 넉넉해져야 된다고 얘기했다. 과거 권력까지 잡은 넉넉한 참여정부 시절의 노동 정책은 노동자들에게 매우 야박했다. 그런 축적된 경험으로 참여당에 대한 비판, 진보통합에 참여당 합류 반대 입장이 강하게 나오는 것이다. 단지 정책위 의장 말 한 마디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다.

    = 내가 노동부 장관을 했나, 참여정부 당시 노동정책 책임자였나? 맘에 안드는 것 다 집으면, 함께 해서 안  될 이유만 100가지가 넘을 것이다. 통합을 하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정권교체, 장기적으로 정치혁신 그 한 가지다. 우리도 반대할 거리가 없어서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이, 실제로 통합을 할 수도 없다.

    그 모든 차이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규범적으로 진보통합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각 정당이, 당원들이 각자 생각해서 받아들이면 하는 것이다. 못 받아들인다고 해서 악을 쓰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를 선악이나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단지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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