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당 논란, 잘못된 논의 필연적 귀결노선 좋은데, 왜 안 되는 쪽으로 가나?
        2011년 08월 16일 01: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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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수임기관 당원 사업단은 지난 10일~11일 이틀 동안 ‘조직 진로에 관한 연속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른바 독자파와 통합파가 하루 각각 2명씩 발제자로 참여하고 다른 입장을 가진 토론자가 4명씩 나와서 토론을 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진지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아래 기사는 토론회 둘째 날 진행된 ‘녹색신좌파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토론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발제는 장석준(전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김선아(진보신당 경기도당 부위원장)가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강상구(진보신당 대변인), 우한기(진보신당 당원), 이봉화(관악정책연구소 ‘오늘’ 소장), 정경섭(진보신당 마포구 당협 위원장)이 참석했다. <편집자 주>

    참여당 쟁점, 잘못된 통합논의의 필연적 귀결

    녹색신좌파 노선을 강조하는 장석준 전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이날 토론회 발제를 통해 조직 중심을 사수하고, 노선 중심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가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라며, “참여당이 합류할 경우 이를 진보정당으로 부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당과 함께 할 경우 진보적 순수성의 상실이라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서, 손학규 문재인 등 민주당 성향 후보 중심의 차기 권력 만들기 운동에 진보가 (종속적으로)참여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석준 전 실장은 이어 ‘참여당 쟁점’은 “갑자기 튀어나온 돌출적 장애물”이 아니고 “잘못된 통합 논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귀결이 가시화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보통합 협상 과정에서 모든 현안은 합의를 봤으며, ‘참여당 합류’ 사안만 최종 쟁점으로 남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종북과 패권 문제”라며 이 문제에 대한 진보신당 대의원들의 불안감이 당 대회에서 ‘높은 통합 조건’을 의결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중심의 우경화 흐름을 막아내고, 진보신당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며, 진보신당이라는 조직 중심을 지켜야 할 것”이라면서 조직 중심 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시기는 반자본주의 기치 높게 들어야

    노선 중심 혁신과 관련 장 전 실장은 반자본주의 정당과 녹색 그리고 불안정 노동을 중심에 둔 녹색 전환과 노동사회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창당 시기부터 자본주의 체제 극복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나, 2000년대라는 정세 속에서 복지를 중심으로 내걸었다”며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진보정당은 이 같은 국면에 조응해 자본주의 극복을 전면에 내세우는 ‘반자본주의 정당’ 노선을 선명하게 해야 하며, 이를 통해 민노당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좌파들의 소통과 연대 통합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선아는 현재 진보정치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2012년의 정치 일정 때문인데, 단순한 정치 일정을 넘어 세계적 수준의 경제 위기와 이와 연동된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점도 주목하고, 이 같은 시기에 필요한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종북과 패권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당 내부의 관료주의라며 새로운 진보정당은 당원들의 주체성을 살려서 자율과 자치 중심의 새로운 대중 정당운동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두 명의 발제자를 상대로 한 토론자들의 반대 토론과 발제자의 재반박이 흥미롭고, 진지하게 오고 갔다.

    "부속합의문이 녹색파 노선보다 더 세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강상구는 “녹색신좌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선명한 노선’이란 것은 사실상 20대 정책과제로 구성된 연석회의 부속합의서1의 내용에 이미 다 들어있는 것”이라며 “금융사회화 등 일부 내용들은 녹색신좌파 쪽 노선에는 없지만 부속합의서1에는 포함돼 있다.”며 녹색파가 주장하는 노선의 ‘선명성’의 허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장 전 실장은 “부속합의서1에 나오는 언급된 조항은 진보신당 정책위에서 입안한 것으로 사실은 내가 책임지고 쓴 내용이다. 문서상으로만 보면 차이가 없지만, 그것보다 어떤 걸 핵심 과제로 선택할 거냐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강상구는 “우선순위를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이라면 연석회의의 부속합의서1이 반자본주의를 내세우는 녹색신좌파 노선보다 더 세다.”며 “장 전 실장 말대로 자신이 작성하고 그것을 연석회의에서 관철시켰다면, 당을 통합해서 계속 밀고나가는 게 맞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강상구는 “통합한다고 녹색신좌파 노선이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실장은 “부속합의서1이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20개 정책과제의 현실적, 정치적 중요성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강상구는 이와 함께 발제문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과거 독자파가 당 대회 이전에 종북이나 세습 문제 등을 크게 논란으로 삼았던 모습에 비춰보면 (이번 발제문에는 그 이슈들이)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 같은데, 이는 당시 논쟁이 좀 무리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실장은 “그 문제들은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지만, 너무 지겨워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강상구 대 장석준, 치열한 논전

    이어 또 다른 토론자인 이봉화는 장 전 실장이 신구좌파를 나누고 신좌파가 반자본주의 진영인 사회당 등과 녹색 세력, 풀뿌리 세력들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나는 지역운동뿐 아니라, 생협과 도시농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게다가 여성주의자”라며 “발제문에 따르면 나야말로 구좌파가 아니라 신좌파의 종결자”라고 ‘선언’했다. 이는 장 전 실장의 인위적 신구좌파 구분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그는 “활동 시기로 보면 나나 장 전 실장 역시 구좌파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신구좌파라는 구분은 성찰보다는 청산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구좌파를 NL로 등치시키는 것은 성찰을 회피한 자족적 평가이며, 한 발자국도 진전을 이룰 수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실장은 “신구좌파로 갈라치듯 나눈 것은 대립 지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는 사람을 신구로 나누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신좌파는 “죄인이 구원받아 거듭나듯 구좌파가 거듭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봉화는 또 녹색신좌파가 민주노총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며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장 전 실장이 얼마 전 과거까지만 해도 녹색을 주장한 적도 없었으며, 민주노총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더 강한 ‘민주노총당’을 주장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봉화는 이어 녹색신좌파가 조직의 외연을 확대하는 대상으로 꼽은 당 밖의 ‘녹색지대의 연대 대상들’과 관련해 “발제자가 생각하고 염두에 두고 있는 녹색 세력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며 “한나라당으로부터 좌파는 물론 NL 쪽도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신좌파 구상의 비현실성을 지적한 발언으로 보인다.

    녹색신좌파 정당과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는데 발제자들은 “민주노총을 버린다는 표현은 없다.”며 배제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진보정당이 ‘노동운동 혁신의 동반자, 협력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녹색신좌파, 엘리트-운동권 정당될 거 같다"

    또 다른 토론자 정경섭은 “실제로 주민이나 홍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으로부터 정당 통합의 요구가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며 “녹색신좌파 측의 움직임은 실제로는 이런 움직임과는 떨어져 있는 엘리트 정당, 운동권 정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경섭은 또 “발제자가 반자본주의, 재벌 해체 등 선명하게 가야 된다고 했으나, 우리가 그동안 성찰해온 것은 그런 선명한 구호나 깃발, 이론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며 “그런 깃발을 이미 사회당이 들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의 당세를 가지고 이런 구호들이 얼마나 대중성을 얻으면서 실천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이런 노선만 가지고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도 있고, 훈련도 하고, 군량미도 있어야 되는데 이런 문제는 완전히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섭은 현실 정치에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힘을 키워나가는 ‘성장 전략’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실장은 “녹색신좌파의 주장이 담론 중심의 이론가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민중의 집도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아니었으며, 이론가들의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나서서 주장한 민중의 집이 지금 토론자로 나선 정경섭이라는 열렬한 실천가를 만나서 성공을 하게 된 것”이라며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념 과잉’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진보정치에 이념 경쟁이 없으면 그 정당은 질병 상태에 있는 것”이라며 “새로운 현실을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 진보이기 때문에 이념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꿈꾸는 자들 앞에 계산기 들고 나타난 사람들

    마지막 토론자 우한기는 “나는 통합도 독자도 아니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괜찮다는 생각”이라며 양쪽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 견해를 발표했다.

    우한기는 “나는 통합파에 대해서 불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통합파의 가장 큰 오류는 꿈을 꾸는 자리에 계산기를 들고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꿈을 꾸고 있는 젊은 활동가들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통합 문제를 ‘갑자기’ 들고 나오는 거 같아서, 자신들이 (정치적으로)생존하려고 우리 같은 사람을 몰고 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녹색신좌파 쪽에서 제시하는 노선에 공감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이 노선을 어떻게 현실에서 관철시키는 길인가 하는 지점에서 갈라진다.”고 말했다. 우한기는 “NL 주류는 프레임을 전환시키는 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진보라면 발을 뺄 수 없는 ‘노동’에서 그들은 발을 빼고 국민 속으로 노동을 집어넣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종북’의 실체가 있는지 잘 봐야 하며, 독자파에서 자꾸 종북을 이야기하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며 “간첩단 사건 같은 데에 엮이는 사람들은 (NL 진영의)‘변방’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과 노선의 내용 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녹색신좌파의) 발제문에는 웃기는 표현이 많다.”며 “구좌파라고 딱지 붙이고 욕하면서 오래 동안 (같은 노선으로)함께 해온 가까운 사람들과 찢어지고, 좌파인지도 불분명하고, (녹색신좌파당을 함께 할지에 대해)별 생각도 없는 사람들에게 녹색이니까 같이 하자며 그쪽으로 달려가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통합 논의 주시하는 젊은 연구자들 많다"

    그는 "진보신당이 통합안을 부결시키면 극좌 분열주의가 될 것이며, 진보의 명함은 다른 쪽에서 가져가면서 동시에 국민들의 박수도 가져간다"며 "우리에게는 남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왜 그 좋은 정책과 비전을, 실행이 불가능한 쪽으로 들고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유학 가서 배워온 것, 자신들이 공부한 것을 현실 속에서 가시화하고 싶어 한다.”며 “이들이 지금 통합 논의를 주시하고 있으며, 진보정당이 통합되면 합류 의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꿈꾸는 진보정당의 상은 다양한 가치가 무지개가 돼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는 판을 짜고, 틀을 짜주는 것”이라며 “참여당까지 포함돼서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자기 발언 기회를 챙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정당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있다며, 우리가 젊었을 때 이론으로 세례를 받았듯이 발제자 장석준 전 실장 같은 이론가들이 통합된 정당에서 그 일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토론회 발제는 정종권, 최은희가 맡았고, 토론자로는 강상구, 장태수, 김현우, 구형구가 참여했으며, 이틀 동안의 토론회 사회는 레디앙 이광호 편집국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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