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전망과 대중 요구를 말하라장기 세계불황, 반MB연대 요구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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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18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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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진보신당 당원사업단에서는 통합파와 독자파 동지들을 따로 모셔서 토론회를 했습니다. 저는 두 토론회에 모두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제가 주장하려 했던 것과 토론회를 통해 정리된 생각들을 토대로 통합파/독자파 동지들에게 다시 질문을 하겠습니다.

제가 드리는 질문에 저는 독자파/통합파 동지들이 대답을 좀 잘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정리할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그 동안 논의되는 과정에서 혹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너무 심하게 논의했거나 중요한 문제인데 소홀히 다뤘던 건 없는지 살펴보면서 새로운 진보정당건설 논의를 좀 더 수준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생각이 명확히 이해되고, 쟁점이 무엇인지 추려지면 그 다음에 9월 4일 당대회에 올라올 안건에 대한 입장을 정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독자파니까 반대, 통합파니까 찬성이 아니라 그 동안 우리가 벌였던 논쟁에 대한 차분한 정리를 통해 당 대회 안건을 보다 새롭고 정돈된 시각으로 다뤄보자는 것입니다.

[질문1] 2012년을 바라보는 관점.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일기예보 안 보고 소풍 애기하는 꼴

독자파와 통합파는 2012년의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통합파는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그걸 앞두고 벌어지는 제도정치세력 간의 재편을 중심으로 2012년을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는 여기에 더해 진보정치 지지 기반이 분열하거나 해체되고 있고 오히려 자유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우리가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주요한 정세적 요소로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독자파는 87년 이후 지금까지 굳어진 한국 진보좌파운동 전반의 한계와 오류를 지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이를 극복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박정희 정권 이래 성장 신화가 계속되면서 계급의식의 성숙, 대안사회의 열망을 막고 있고 외환위기 이후 불안정 노동자가 대거 만들어지면서 성장 신화를 넘기 힘든 또 하나의 장벽이 생겼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우리의 토론이 일기예보도 안 본 상태에서 소풍을 같이 갈 것인지 따로 갈 것인지를 놓고 싸우는 것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자파가 주목하는 시기는 길고 통합파가 분석하는 시기는 짧습니다. 현재의 정세가 87년 체제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또한 2012년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잔소리입니다. 그런데 독자파는 2012년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없습니다.

토론회 때 장석준, 김선아 동지께서 자본주의 경제 위기에 대해 거론하셨지만 당 진로와 관련하여 글로 정리되어 제출된 것을 본 적은 없습니다. 또 통합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있고 이 것이 한국 정치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셨는데 그 이외의 다른 분석이 많지 않습니다.

경제위기는 계속된다

예를 들어 2012년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건 이런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1970년대 이후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도 위기는 계속될 것이 거의 확실한데 지금은 1929년 대공황 때처럼 정부가 돈을 마구 푸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 풀 돈도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10년 안에 1929년보다 훨씬 심한 대공황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을 어느 나라보다 심하게 받는 한국은 다가오는 대공황의 최대 피해국 중 한 곳이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한국은 그야말로 계급투쟁의 격전장이 될 것입니다.

대공황 시기 노동자 민중에게 그 피해를 전가하고, 전쟁 등의 대량학살 및 파괴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재건을 꾀하려는 세력과 노동자 민중의 기본적 생존권을 지키고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의 극복까지도 꾀하려는 거대한 사회운동세력 및 정치운동세력의 대격돌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 시기에 들어서 있습니다. 2012년은 그 와중에 민주노총 등 대중운동과 정치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노선과 이념의 재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정치권의 전반적 ‘좌클릭 경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좌파의 몰락으로 결론지어질 것인가, 혹은 좌파의 약진으로 남을 것인가는 우리가 하기 나름일 것입니다.

여기에 통합파가 주목하는 것처럼 진보정당 운동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됩니다. 또한 이 시기에 87년 체제의 한계였던 기업별 노조 중심의 노동자 운동, 그리고 이에 의존한 진보정당 운동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중요합니다.

세계경제 상황 염두에 두고 계획세워야

그래서 묻겠습니다. 독자파와 통합파는 ‘2012년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 운동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금융세계화 시대에 세계경제 상황을 보지 않고 계획을 세운다면 1997년 꼴이 날 겁니다.

외환 위기 당시 우리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본격화되고 영국/미국을 거쳐 1980년대 중남미, 1990년대 영국, 독일 등 유럽, 1990년대 후반기에 동아시아 등을 휩쓸었는데 우리는 그 1980년대 후반부에 사회구성체 논쟁을 했고, 1990년대 중반기엔 이런 논쟁에서 한발 떨어져 있었으며, 그 상태로 외환위기를 맞았었습니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정리해고제, 근로자 파견제 도입에 찬성해줬습니다. 공기업 민영화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처음에 헷갈렸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식 재벌개혁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했었습니다.

세계적 상황을 읽지 못하는 운동은 단 5년 앞도 바라보지 못합니다. 이건 국제정치 정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이 정권교체를 하는 내년.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는 것 말고, 2012년에 87년 체제의 연장에 있다는 말 말고,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세 분석을 통합파와 독자파에게 요구합니다.

[질문2] ‘대중의 요구’가 무엇이라고 판단하십니까.

독자파/통합파 동지들은 ‘대중의 요구’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통합파 동지들은 통합이 대중들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어떤 통합파 동지들은 통합의 ‘여론’이 높다는 얘기도 하십니다. 이런 저런 여론조사를 많이 참고하는 것은 꼭 통합파가 아니더라도 정당활동가들의 습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우선 과거에 운동권은 자기들이 진리를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이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대중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업계획이 늘 예를 들면 “OOO정권의 반민중성을 폭로한다.” 같은 식이었습니다. 이런 걸 계몽주의적 방식이라고 하는데 대중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과거 운동권의 계몽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대중의 요구’가 뜻하는 것

그런데 현실에서 ‘대중의 요구’라면서 나타나는 주장은 진짜 대중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건 분명한 대중의 요구입니다. 그런데 어떤 대중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경제 성장을 바라고, 또 어떤 대중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복지를 바랍니다.

대중의 요구는 있는 그대로 표현되지 않고 좌파적으로 혹은 우파적으로 굴절되어 나타납니다. 결국 대중의 진짜 요구가 어떤 주장이나 표현으로 드러나는지는 정치세력이나 운동세력, 그리고 이들의 주장 간의 각축의 결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중과 운동세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이건 보수정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생각이 더 오른쪽으로 변하기도 하고 왼쪽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무상의료가 예전에는 급진적 주장이었지만 지금은 상식적인 주장인 것처럼 말이죠.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운동세력 자신도 변화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계몽주의를 극복하고 대중의 요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은 현실에서 드러난 대중의 요구를 무작정 따라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한 건 현실 정치세력으로서는 당연한 자세입니다.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이게 모든 판단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됩니다. 특히 영향력이 약한 진보정당은 더욱 그렇습니다. 보수정당은 이미 전국적으로 대중적 토대를 갖추고 있고, 현재까지도 지역색을 근거로 한 확실한 지지기반이 있으며, 방송 등 대중매체에 대한 영향력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생각의 틀’과 정치행위

이런 정당들은 이미 대중들과 소통할 창구를 갖추고 있습니다. SNS 같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과거의 구조를 뒤집었다고 확정지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고, SNS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좌파만의 대안적 통로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보수정당들은 여론 형성에 개입할 통로가 있고, 이미 개입하고 있으며,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그 여론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 능력이 있는 정당들인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보수정당들이 여론조사 등으로 표현되는 대중들의 요구에 주목하는 건 이치에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처지하고는 좀 다릅니다. 개입의 통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의 요구를 따른다는 것은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보수정당들의 영향력에 우리가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뜻에서 저는 통합파가 얘기하는 ‘대중들의 요구’의 근거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정돈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독자파는 ‘대중들의 요구’ 같은 얘기를 잘 하지는 않지만 녹색신좌파 동지들이 제안하신 문서에는 ‘반자본주의 정당, 녹색정당, 불안정 노동자 정당이라는 얼굴로 대중을 만나고 지지를 구하자.’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연히 대중을 만나고 지지를 구해야 합니다.

‘여론의 지형’, ‘여론의 흐름’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시기에 여론을 장악하는 특정한 논리와 사고, 분위기 같은 ‘생각의 틀’이 있습니다. 이 생각의 틀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여론을 변화시킵니다. 때로는 이를 정치권이 제공하기도 하고, 운동세력이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떤 개인이 제공하기도 하고, 또는 우면산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가 제공하기도 합니다.

우리 얘기만 하는 것의 의미

이런 특정한 ‘생각의 틀’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굉장히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각에, 기업과 개인의 행동에, 투표 같은 정치행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성장’은 한 50년 넘게 우리를 지배한 생각의 틀입니다. 성장 논리는 늘 대한민국 여론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이건 ‘녹색신좌파’ 문서에도 나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틀이 한 번 견고하게 자리 잡으면 그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모든 개인과 세력과 집단이 이 틀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움직입니다. 운동 혹은 정치는 어쩌면 이 생각의 틀을 어떻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것이냐를 놓고 매일매일 투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어떤 시기에 이 생각의 틀에 영향을 미칠 능력이 없거나 계획이 없으면 그 정치세력은 최소한 그 기간만큼은 가치 없는 집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반MB’나 ‘야권연대/통합’은 대단히 견고한 생각의 틀입니다. 동시에 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일종의 ‘대중의 요구’입니다. 여론은 이것을 중심으로 이미 나눠져 있습니다. 박근혜를 반MB의 대표주자로 내세우는 정치활동은 반MB에 대한 보수세력의 현명한 대응입니다. 야권은 야권대로 각종 형태의 통합을 얘기합니다. 역시 반MB에 대한 적응입니다. 우리는 한 때 ‘반MB 대안 연대’를 얘기했었습니다.

이렇게 한 때를 지배하는 생각의 틀을 무시하고 단순히 우리 운동의 과제만을 얘기하는 것은 최소한 이 생각의 틀이 유지되는 시기 동안에는 의미 있는 현실 개입을 일정 부분은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특히 선거는 제도정치세력의 힘 관계가 바뀌는 시기입니다. 선거를 통해 형성된 국가권력, 의회권력, 지방권력은 그 후 몇 년 동안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동원할 수 있는 사람, 돈, 사회적 관계, 기타 각종 자원이 한 사회에 존재하는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막강합니다. ‘선거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말은 여러 의미에서 매우 타당하지만, 선거가 지니는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계급적 정치활동과 ‘국민’의 생각

   
  ▲필자

결국 반MB, 야권연대/통합 같은 현실적 여론으로부터 벗어나 있겠다는 것은 이 생각의 틀이 유지되는 시기 동안 의미 있는 현실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면서 동시에 그렇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원동원력을 포기하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이 결렬될 경우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라는 말을 되뇌일 대중들, 그리고 이들이 진보진영에 보낼 실망감, 만약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했을 때 진보신당은 정치권에서 뿐만 아니라 국민들 뇌리에서도 왕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계급적 정치활동을 강조하는 저로서는 전혀 탐탁치 않은 분석이지만 분명히 현실적인 얘기이며, 그 영향 역시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묻겠습니다. 독자파 동지들은 지금 시기 대중의 요구를 어떤 근거로, 무엇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까? 아니 최소한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진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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