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 "삼성 X파일 면죄"…이상호 “황당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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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17일 05: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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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의 ‘삼성 X파일’의 인터넷 공개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 관련 파기환송심 공판이 내달 열리는 가운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비상식적이며 법리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상호 MBC 기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획토론회 ‘노회찬은 무죄다!’(주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법학연구회)에서 “(‘삼성X파일’ 판결은)논리는 조악했고, 심지어 명백한 사실까지 부정하고 있다”며 “대법원의 황당 시리즈는 지난 5월 노회찬 상임고문에 대한 통비법 재판에서도 재연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13일 대법원은 노회찬 상임고문에 대해 ‘삼성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라고 판단했지만, 해당 파일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행위는 통비법 위반으로 유죄’라고 판결해, 내달 21일 열리는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이상호 MBC 기자.(사진=최훈길 기자) 

    이에 대해 이상호 기자는 지난 3월 UC버클리 로스쿨에 초청 강연을 온 이홍훈 대법관이 ‘삼성 X파일’ 유죄 판결을 내린 배경에 대해 질문한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이 대법관은 “미국 대법원의 경우 민주주의와 법치발전을 중시하기 때문에 언론자유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인데, 한국 사회는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추구가 약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삼성X파일 판결을)언론자유보다 재벌 등 기득권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치, 이념 논리가 좌우한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는 양심선언 또는 내부고발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는 “삼성에 줄대기 바쁜 정치인과 달리 노회찬 고문은 삼성 X파일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며 “부자와 서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경제정책 배후에 삼성을 정점으로 하는 재벌의 이해가 있음을 알고 정치인이라면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상임고문은 “(삼성 X파일 재판은)보수 진보 이전에 민주주의 문제이고 한국 민주주의 현실을 잘 알려주는 지표”라며 “거대 권력은 불법을 저질러도 힘으로 면죄로 받고 시시비비를 제기한 쪽은 힘이 없다는 이유로 거꾸로 재판 받아야 하는 사법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 사태의 엄중함을 지적했다.

    노회찬 고문은 “이 재판은 X파일 3개 테이프 공개로 논란이 됐는데 이외의 X파일 280여 개는 서울중앙지법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채 보관되고 있다”며 “사실상 17대 의원 전원이 참여한 ‘테이프 공개’ 법안이 결국 폐기됐고 특검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제기자만 재판 받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사진=최훈길) 

    노회찬 고문은 또 △“대법원조차도 보도자료를 만들자마자 즉각 인터넷에 올려서 언론-개인에게 공시하는 현실” △“20~30년 전과 달리 국회의원의 상임위 발언이 언론보다 먼저 실시간 생중계로 국회 방송체계로 전달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법원이 언론 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대법원 판결의 비상식적인 법리 적용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재정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는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판결문을 접해본 동료 변호사들의 반응은 분노가 아니라 ‘피식’ 웃음이었다”며 고시 공부 1년만에도 생긴다는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실종된 몇몇 문장에서는 파안대소도 겸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판결문에서) ‘도청자료안의 대화 내용은 공개시로부터 8년 전의 일로서 비상한 공적관심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나,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는 자가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하는 방법으로 어려움이 없었을 것인데 굳이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였느냐’라는 대목에서 웃음이 삐져나갔다”라고 설명했다.

    김용원 법무법인 한별 대표 변호사는 “형법은 비밀을 침해하한 자를 처벌하고 있을 뿐, 비밀을 유포하는 행위를 따로 처벌하지 않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은 비밀공개행위까지 처벌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가 입법론적으로 과연 타당한지 많은 의문이 있고, 대법원이 비밀공개행위를 확대해석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관해 매우 심각한 위협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변호사는 “대법원은 통신비밀 보호에는 아주 철저했고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 적용 여지를 둬)명예훼손죄의 성립은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했다”며 “세계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대법원이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다시 공개하는 행위,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반헌법적 해석론”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명예훼손죄 처벌 규정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향유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고,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서 기능해야 할 정부 정책에 대한 활발한 비판의 공론을 말살시키고 있다”며 명예훼손죄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는 △“국회의원이 직무 관련 비밀을 공개하는 것은 면책 특권으로 허용하면서 같은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는 허용하고 인터넷은 불허한 비논리”△“이미 공개돼 비밀로서 보호 자격을 상실한 내용을 보호하고자 하는 문제” △“사례 구별 없이 일체 공개를 금지해 국가공권력에 의한 과잉 침해를 허용하게 한 통비법 위헌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97년 9월9일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학수 비서실장은 호텔 일식집에서 대선 자금 및 검찰 ‘떡값’을 의논했고, 이를 국가안전기획부 도청조직인 미림팀 요원들이 비밀리에 녹음했다. 이 녹취록은 미림팀장을 통해 한 재미교포에게 전달됐고, 이상호 MBC 기자는 이를 입수해 2005년 7월22일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녹음 테이프와 녹취록의 입수 경위 등을 보도했다. 이후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상호 기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입수해 2005년 9월에 녹취 일체를 보도했으며, 노회찬 의원도 2005년 8월18일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녹취록을 올린 뒤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은 2005년 12월14일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을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2007년 5월21일에 노회찬 의원을 명예훼손,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올해 대법원은 이들 세 당사자에 대해 통비법 위반으로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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