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항모, 제주해군기지 필요성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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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18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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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가 8월 10일 해상 시운전에 나서면서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다수 국내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중국위협론’을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 “동북아 안보 구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우리 혼자의 힘으로 맞서기는 어렵다”며,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일깨운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신문은 “안보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며 “제주도에 설치될 예정인 해군기지는 서해를 넘어 태평양으로 힘을 뻗칠 중국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16일자 사설에서도 “중국 내에서는 지난주 시험 항해에 나선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를 영토분쟁 해결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제주 해군기지는 중국과 일본의 우리 영토 침탈 기도를 봉쇄하기 위해서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 역시 11일자 사설에서 “북한과 중국 군사력에 우리가 홀로 방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 유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 역시 “제주 인근을 오가며 한반도를 포위할 중국 잠수함과 핵항모 항해를 억제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좌파 단체들의 안보관이 새삼 의심스럽다”며 중국의 항모 보유를 ‘색깔론’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박호섭 해군대학 교수는 8월 16일자 <조선일보>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항모 보유 등 해군력 증강에 대비한 “최적의 수단은 핵추진 잠수함과 초음속 미사일 등을 조기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랴크호 모습. 

    “중국의 항모 보유를 두려워할 일인가”

    중국의 항모 보유는 분명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군사 전략의 투명성 부족도 중국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부채질한다. 그러나 그 의미와 파장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과잉대응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곧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중국의 항모 보유를 이유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거나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붙이려는 움직임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중국의 항모 보유를 그토록 두려워해야 할 일인가? 미국의 해군 전문가들이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은 이에 대한 좋은 참고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해군분석센터의 아브라함 덴마크 선임연구원(Abraham M. Denmark), 미국 해전대학의 앤드류 에릭슨(Andrew S. Erickson) 교수, 그리고 안보 평론가인 가브리엘 콜린스(Gabriel Collins)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항모 보유를 “아직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로버트 윌라드(Robert Willard) 사령관은 지난 4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첫 항모 보유를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아시아 동맹·우방국들의 반응을 고려할 때, 나는 이들 국가의 인식의 변화가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항모 보유 자체 못지않게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인식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능력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의 군사전문가들과 태평양 사령관이 중국의 첫 항모 출현을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항공모함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함재기 탑재 및 출격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랴크호는 5만9천톤급 규모로 10만톤에 달하는 미국 항모에 비해 크기가 작고, 특히 이착륙장이 스키 점프 형태로 되어 있어 중대형 함재기를 탑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린 폴리시>는 캐터펄트(항공모함의 비행기 사출장치)를 사용하는 미국 항모가 원거리 작전이 가능한 것과는 달리, 바라크호는 “연안 방어를 확대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1척의 항공모함으로는 상시적인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고, 숙련된 함재기 조종사 및 항모 선원, 그리고 고도의 경험과 숙련도가 필요한 작전 운용술이 부족한 것 역시 중국 항모 전력의 한계로 지적했다. 아울러 항모 전단에 필요한 조기경보기 역시 항모 이착륙 기술 부족 및 바라크호의 작은 크기와 스키 점프 식의 활주로를 고려할 때, 항모 전단에 합류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한계는 중국 내 전문가들도 잘 알고 있는데, 이들은 중국이 유의미한 전투력을 갖춘 항모 전단을 꾸리는 데에는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첫 항모 보유는 “실질적 의미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태국과 인도 등 9개국이 항모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 가운데 중국만 유일하게 항모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의 항모 클럽 가입은 자국 국민 및 국제사회에 중국의 부상을 알리는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국내의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중국의 항모 보유로 아시아-태평양의 군사력 균형이 와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미국의 해군 전문가들은 “아-태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도 못하고, 미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보혁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세력이 중국의 항모 보유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어도에 중국 항모 출동?

    중국의 항모 보유와 관련해 가장 자극적인 여론 몰이는 중국이 이어도에 항모를 투입해 무력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의 궈젠웨 대령이 11일 해방군보의 웹사이트에 “항모 ‘바랴크’를 영토분쟁 등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듯 보인다.

    이에 따라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해 중국 해군의 “이어도 침탈” 시도를 사전에 예방·봉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책임자인 해군 전력기획 참모부장 구옥희 소장이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어도에서 석유가 터졌다고 생각해보라. 중국·일본이 가만 있겠나. 그런데 제주도에 기지를 둔 우리 기동 전단이 항상 이어도를 초계하고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라고 얘기한 것은 이러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자세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항모 보유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서 이어도 보호를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첫 항모는 시험 운항 및 교육 훈련의 목적이 크고, 전력화까지는 10년 안팎이 걸린다. 또한 항모 보유의 핵심적인 목적은 남중국해의 난사군도와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분쟁에 대비하고, 양안 사태 발생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억제하려는 데에 있다. 중국 항모가 이어도를 겨냥하고 있다거나 한국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에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과잉해석과 과잉대응이 초래할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해군과 많은 안보 전문가들, 그리고 언론들은 제주해군기지에 기동 전단을 배치해 이어도 초계 활동을 벌이는 것이 중국의 위협에 대처할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우리 측에서 먼저 미합의된 수역에 해군을 투입해 초계 활동에 나선다면, 중국이 군사적으로 맞대응에 나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볼 때,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나 영해 문제가 될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외교부는 “한-중 양국은 이어도가 영토분쟁 지역이 아니라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 미획정으로 한-중 간에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영토 분쟁’이나 ‘영해 분쟁’으로 부르면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객관적인 현실에도, 합리적인 해법 모색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군을 앞세우기보단 3단계 대응책 마련해야

    이어도 문제의 근원은 이 암초가 한-중 양국이 주장하는 EEZ 안에 있다는 데에 있다. 또한 이어도 인근 해저에 상당량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자원 쟁탈전의 성격도 갖고 있다. 유엔 해양법에 따르면, 각 국가는 연안 바깥 200해리까지 EEZ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어도는 제주 마라도에서 약 80해리, 중국의 퉁다오에서 약 133해리 떨어져 있다. 이처럼 양측이 주장하는 EEZ가 겹치는 경우에 유엔 해양법은 협상을 통해 EEZ 경계선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도가 중국의 대륙붕에 걸쳐 있다는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국제법에서는 수심 200미터까지인 대륙붕에 대해서도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근거로 자국의 대륙붕이 이어도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복잡한 사정을 반영하듯, 양국 정부는 1990년대 이후 EEZ 설정 협상을 벌여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이다.

    결국 이어도를 둘러싼 갈등 해결책은 능동적인 협상을 통해 EEZ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해볼 만한 타협책으로는 중국으로부터 한국의 EEZ에 이어도가 포함되는 것을 동의받는 대신에, 한-중 양국, 혹은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조사·이용하는 방안에 합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양국이 EEZ에 합의하지 않는 한 어떤 나라도 이어도 인근 해저 자원을 손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어도 확보와 원유 공동 개발 합의’를 골자로 한 EEZ 설정은 양국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어도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뿌리부터 깨낼 수 있으며, 막대한 해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정상회담 차원에서 이 문제를 중국에 제기하고 정상간의 합의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의 합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유사시를 대비한 계획도 필요하다. 그러나 해군이 평시에 초계 활동을 벌이거나 유사시 초기 국면에서 해군이 먼저 나서는 것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계적이면서도 치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유사 상황 대비는 ‘외교적 대응→해경의 대응→해군의 대응’ 순서로 상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이 일방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외교적 항의에 나서고 이것이 통하지 않을 경우 해경의 출동하고, 중국이 이에 대해 군사적 대응의 움직임을 보인다면, 해군의 역할이 필요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제주해군기지 건설보다는 화순항에 건설 예정지인 해경전용부두를 해군의 기항지로도 이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방안은 해경 및 해군의 재정 투자 및 임무의 ‘중복 문제’를 해소해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유사시 해경과 해군의 원활할 협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분쟁 발생시 해군의 대기 및 상황 발생시 신속한 투입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동맹강화론’과 ‘군비경쟁 불사론’의 함정

    중국의 첫 항모 보유로 상징되는 군사적 팽창은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비롯한 군비증강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것이다. 중국 견제·봉쇄용 한미동맹 강화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를 자초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총액으로는 중국의 50%, 일본의 70%를, GDP 대비로는 중국의 2배, 일본의 3배를 군사비로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비증강을 가속화하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함께 안보딜레마의 격화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

    하여 오늘날 필요로 하는 대한민국의 지혜는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미동맹을 유연하게 관리하고, 국가재정과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안보딜레마를 격화시키지 않도록 군사비를 관리하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분쟁 가능성의 최소화와 협력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이 동북아의 군축 구상을 추진할 수 있는 외교적 능력 배양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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