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라면 민중요구 따라 통합해야"
        2011년 08월 12일 06: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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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다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부터 진보정치를 위해 살아온 백발의 투사가 정권과 우익단체에 연이어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권으로부터는 군사독재 이후 19년 만에 소환장을 발부받았고 최근 우익단체들에 의해 백색테러를 당했다.

    백 소장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배후에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백색테러에 대해서는 “해방 이후 벌어진 극단적 행태가 생각나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나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청와대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 “정권과 한진재벌의 동맹으로 빚어진 것”이라며 “전 세계 양심세력이 힘을 합쳐 김진숙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진보대통합에 대해 “이 땅의 민중들의 요구대로 진보정치 세력이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정치세력”이라며 “내가 알고 있는 진보정치세력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이다”라고 말했다.

    백 소장과의 댓거리는 12일 오후 3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백 소장은 ‘인터뷰’가 아닌 우리말 ‘댓거리’란 표현을 사용해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백 소장과의 댓거리 전문

                                                     * * *

    – 선생님께서는 진보정당 역사와 함께 한국사를 온전히 거쳐오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셨지만 최근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에 의해 도심 한복판에서 테러위협까지 당하셨다. 이것이 마치 해방공간기에 폭력 우익세력들의 행위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건강은 어떠신가? 당시 어떤 기분이 드셨나?

    = 건강은 좋지 않다. 말할 수 없이 봉변을 당했다. 나는 대한문에 도착해 걸어갔을 뿐이다.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백기완이다!” 소리가 들리더니 우익단체들이, 주변에 경찰이 많이 있었는데도 나를 둘러싸고 욕설을 하고 폭력 위협을 가했다. 이들의 뻔뻔스러운 행위를 보며 과연 이명박의 허락 없이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겠나 싶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사진=정상근 기자)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노동자들이 위협을 직감하고 나를 감싸 안았다. 그러던 중 노동자들이 “저기 선생님의 택시를 잡아놨으니 택시를 잡고 가자”고 해서 택시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또 다시 “백기완이가 저기 간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들이 떼거지로 달라붙었다.

    노동자들이 겨우 택시 문을 열어서 내가 들어가 앉았는데, 그들이 택시가 가지 못하게 앞바퀴 앞에 눕고 택시의 앞뒤로 기어 올라왔다. 몽둥이와 우산을 휘두르며 “백기완을 때려 죽여라”하며 문을 잡아당겼다. 이를 노동자들이 막아내도 결국은 힘이 달려 문이 열렸고 무엇인가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그 상처가 아직 있다.

    그렇게 한 20분 동안 폭력적인 난동이 진행이 되고 나서, 어떻게 거길 빠져나왔다. 그 택시 안에서 나는 이것은 살인미수다. 두 번째, 이것은 납치 미수다. 그리고 민주질서에 대한 노골적인 파괴라고 말했다. 현역 경찰관 몇백 명 앞에서, 자유분방하고 자신만만하게 폭력을 폭행을 자행할 수 있는 사람은 뭐냐? 이명박에게 특명을 받은 세력이다.

    그럼 이명박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과성명을 내야 한다. 백기완에게도 사과해야 하고 폭행을 감행한 난동분자들을 체포해야 한다.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여러 단체에서도 성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은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것은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다. 이명박은 대통령으로서 당장 내게 사과하라, 아니면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명박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한 일은 우리들이 피눈물로 일궈온 민주주의를, 평화통일의 역사를 반역의 역사로 돌리는 것이다. 그것이 드러나니 민중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스스로 위기에 빠졌다. 그럼 위기에 빠진 독재자가 하는 일은 무엇이냐? 파렴치한 살인 만행 행위이다. 이번에 그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일찍이 해방 직후 친일파 민족반역 세력을 앞세웠던 극단적 우파 세력들이 이 땅의 모든 시민들이 존경했던 몽양 여운형 선생을 잔인하게 참살하고, 백범 김구선생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때의, 이승만의 잘못된 행태가 떠올라 소름이 끼쳤다.

    – 이번에 테러위협도 한진중공업 문제로 단식중인 희망단식단을 찾아가셨다가 봉변을 당하신 것이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남호 회장이 귀국했음에도 정리해고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사태가 왜 일어났다고 보시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 나는 희망의 버스를 1차, 2차, 3차 모두 다 탔다. 처음에는 그랬다. 우리 김진숙 동지가 높은 하늘에 매달려 앉아 있으니, 삶의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김진숙 동지로서는 흙 한 점이 얼마나 그립겠나? 그래서 흙 한 점을 가져갔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 가져 갔다. 그런데 첫 번째는 경찰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없어졌다. 두 번째는 비가 와서 흩어졌다. 세 번째도 경찰에 짓밟혔다.

    흙 한 줌도 김진숙 동지의 발밑에 뿌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이런 갸륵한 마음을 들고 나가면 김진숙을 살릴 줄 알았다. 그런데 영도다리도 못 건너게 하는 경찰병력이 7천이고 영도 안에도 경찰이 3천이 넘었다. 영도는 작다. 거기에 경찰 1만 명이 골목마다 들어서 그야말로 우리를 포로수용소에 가둔 것처럼 만들었다.

    그것을 보고 느꼈다. 그동안은 한진중공업이 이명박 정권과 한진중공업의 야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한 야합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한진중공업 조남호는 동업 관계라고 느꼈다. 그렇다면 김진숙이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그들은 김진숙을 죽음에 이르게 하려고 1만 명을 동원해 우릴 포로수용소에 가둬놓고 폭력을 자행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생각이다. 이 땅에 사는 소박한 양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양심이 우리 김진숙 동지를 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다른 것을 보태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흙 한 점 보태는 갸륵한 정성을 보이면 아무리 이명박 정권과 한진중공업 악덕재벌 조남호가 동업 관계라고 해도, 그래서 김진숙을 죽이고자 해도 우리의 양심으로 살릴 수 있지 않겠나?

    – 우익단체들에게도 도심 한복판에서 백색테러를 당했지만 정권으로부터는 군사정권 이후 처음 소환장도 받으셨다. 소환장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 달라

    = 날더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를 소환하는 소환장을 보냈다. 소환장을 받아보는 것이 햇수로 치면 19년만이다. 목숨 걸고 싸워 퇴치한 군사독재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다. 역사가 다시 거꾸로 간다는 생각과 함께 그 주역이 바로 이명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이 내가 김진숙을 도우려 하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감옥에 넣으려 한다. 나는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내가 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사진으로 증거를 수집해놨다고 한다. 그럼 날 감옥에 넣어라. 그날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제 형사 둘이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사무실로 오라 했는데 아직 안왔다.

    – 2008년 민주노동당이 갈라진 이후 3년 만에 진보진영이 다시 통합을 하겠다며 마주앉아 있다. 이런 저런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어느 선에 막혀 진척되진 않고 있는 상황이고 어제(11일) 협상도 사실상 잠정적인 결렬이 된 상황이다. 선생님께서는 진보대통합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가?

    = 지금 이 땅의 진보세력은 정치적인 어느 모임, 또 다른 모임, 또 어떤 모임, 이것이 진보세력의 전부가 아니다. 분단 억압체제 그 가운데, 이명박 정부에게 집중적인 피해를 받는 모든 민중이 진보세력이다. 그 민중의 요구는 다 힘을 합쳐서 이명박 정권의 정권 연장 음모를 분쇄하자는 것이다.

    그럼 이 땅 진보세력의 일부분인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의 정치집단들은 민중의 요구에 따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어제 얘기가 잘 안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진짜 진보세력이라면 민중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모여 통합의 결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만약 이렇게 믿고 있는 민중세력의 아픔을 져버리고 소승적인 이해에 따라 통합이 안 된다고 한다면 역사가 용납을 안 할 것이다. 오늘의 피해를 받고 있는 민중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용납을 안 할 것이다.

    – 진보대통합이 지지부진한 핵심 요인이 국민참여당이다. 국민참여당이 참여정부 핵심세력들로 구성되었으나 최근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선생님 께서는 유시민 대표 등 국민참여당 세력의 진보대통합 합류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 나는 그 정치세력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이다. 진보세력임을 표면에 걸고 진보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려는 젊은이들이 진보의 전부인 줄 알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선 진보세력에 한마디 하겠다. 진보는 앞장서는 것이다. 역사를 앞으로 끌고나가면서 오늘을 발전시켜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다른 말로 독점자본주의이다. 독점자본주의의 정치적 표현이 제국주의다. 그 세력과 정면 대결해서 참된 역사의 진보를 이끄는 것이 진보세력이다.

    그렇다면, 진보를 앞세우는 젊은이들은 그동안의 역사가 가르쳐 주는 것이 있으니 이를 잘 생각해서 어떻게 해야 역사의 진보를 가장 앞에서 이끄는 세력이 될 수 있는지를 깨우치고 늘 자성하기를 바란다.

    두 번째 이명박 정권에게 피해를 받고 있는 정치세력들에게 말하고 싶다. 야당이라 그래도 좋고, 재야세력이라고 말해도 좋고 민중세력이라고 해도 좋다. 지금 현 단계에서 이 땅의 가장 큰 고민은 이명박 정권을 연장하고자 하는 국내외 안팎의 음모를 청산하고 짓부수는 것이다.

    그것이 이명박 정권에게 피해를 받고 있는 민중세력에게 다가온 당면 과제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권에 피해 받는, 이를테면 야당, 재야 민중세력들은, 진보진영뿐 아니라 다 하나가 되어 이명박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 민중의 힘으로 이명박 정권을 결론지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하게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양심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눈을 들어 한반도를 보면 한반도는 200년 동안 서구의 제국주의 세력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자그마치 200년 동안, 더군다나 100년 전에는 일본제국주의를 겪었고 이어 분단을 강요하는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터무니없이 허리가 부러졌다.

    우리 민족끼리는 적이 아님에도 적인 것처럼 70년 동안 서로 으르렁 거렸다. 그리고 몇백만 명이 죽었다. 그것이 바로 한반도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분단 억압을 물리치고 그 억압으로부터 피해 받는 민중이 한반도 역사를 이끌고 전 세계 역사를 올바로 이끄는데 도움이 되도록 전세계 양심은 한반도에 대해 정말로 뜨거운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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