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문 강에서도 삽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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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10일 10: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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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 우리가 저와 같아서 /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 일이 끝나 저물어 /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 나는 돌아갈 뿐이다 /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 샛강바닥 썩은 물에 / 달이 뜨는구나 / 우리가 저와 같아서 /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1978)

       
      ▲4대강 준설 모습. 

    필자가 <강, 원래> 프로젝트 옴니버스 영상 중에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정희성 시인의 저 시가 떠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제목이 같기도 하거니와, 마치 이 시에서 영감을 얻고 영화를 만든 것처럼, 영화의 내용이 절묘하게도 이 시의 이미지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반대 영상을 만들고자 할 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방향은 다양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의 감독들은 4대강 개발 공사 현장 건설 노동자들의 삶에 카메라를 갖다 대었다.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왜 하는지, 사람들이 이것을 왜 반대하는지, 이로 인해 생태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개념 같은 것은 별로 없다. 그저 겨울철에도 일거리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열심히 강바닥의 모래를 퍼다 나를 뿐이다.

    그래서 하루 12시간, 준설토를 한 번 퍼담아 나를 때마다 얼마씩 주는 일명 ‘탕 뛰기’를 하는데, 한 번이라도 더 뛰려고 과속을 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2011년 3월 현재까지 4대강 공사 현장에서 12명의 건설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4대강 사업으로 먹고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MB 정부의 4대강 죽이기에 동참한 협력자들? 동조자들? 우리는 이 사회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얼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재개발 철거 현장에 들이닥치는 용역들, 각종 시위 현장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동원되는 전의경들. 자신 또한 민중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민중’인 그들. ‘그들’이라는 범주 속에 쉽게 넣기 힘든 또 다른 우리들.

    그래서 이 영화의 감독들은 그들의 고단한 삶을 따뜻한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선 안에서 건설 노동자들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아무런 개념 없이, 생각도 없이 모래를 퍼다 나르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오히려 생의 빛나는 한 순간을 반짝이는 감수성으로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그곳에 아직은 새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격인 한 노동자가 이렇게 말한다. “아침에 해 뜰 때 새들이 논으로 날아가요. 그 때 참 멋있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 굉음과 흙먼지를 일으키는 중장비 사이로 어김없이 장밋빛 아침 해가 떠오르고 그 아침 햇살 속으로 새떼가 우우, 날아오른다.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그 순간을 기다렸던 노동자는 설렘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외친다. “와아…. 왔다! 난다, 난다!”

    자기들은 4대강 사업의 의미니 개념이니 하는 것은 모르고 그저 이 일이 돈으로밖에 안보인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정작 그 삭막한 돈벌이의 현장 한복판에서 그는 누구보다 가슴 뛰는 삶의 순수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파내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서 퍼냈던 강바닥 준설토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 여정의 결과는 <사람의 마음을 파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후속 편처럼, 이 작품에서는 준설토가 쌓이는 농경지와 그 주변 마을 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4대강 사업 항목에서 정부가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일명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그런데 그 실상이라는 것이 참 하품 나올 수준이다. 얼핏 용어만 듣고 보면, 마치 21세기 신 농법이라도 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강바닥에서 긁어낸 준설토를 논에 쌓아 흙을 돋우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라고 하는 것.

       
      ▲웅포지구 농경지 리모델링 지역. 

    문제는, 논에 가져다 돋워놓은 준설토가 도움은커녕, 오히려 농사에 방해만 될 뿐이라는 데 있다. 이 흙이 대부분 모래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논이 물을 품을 수가 없는 것. 물이 없으니 벼가 자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 더구나 어떤 흙에서는 소금기마저 있어서 아예 농사를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는, 준설토를 퍼나르는 덤프 트럭으로 인해 마을의 몇몇 집들은 금이 가고, 농작물들은 분진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환경분쟁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다.

    그러자 날아온 답변인즉슨, 사실 조사를 할테니 피해 상황을 서면으로 제출하되 ‘엑셀’로 작성해서 내라는 것이다. 평생 땅이나 일구고 살아온 농민들이며, 엑셀이라면 자동차 엑셀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컴퓨터 ‘엑셀’ 프로그램으로 피해 상황을 써내라고 하니, 민원을 받겠다는 의지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사람의 마음을 파내다>는 4대강 사업이 우리 삶 전반에 끼치는 폐해 중에 이런 것도 있다는 사실을 다소 거칠고 소박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는 피해보상을 받은 주민들과 받지 못한 주민들 사이의 시샘과 갈등도 있고, 헐값으로 농경지를 수용 당해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해진 농민들의 고단한 삶도 있다.

    마을 근처 금강 하구에서는 오늘도 준설 작업이 한창이다. 열심히 삽질을 해대는 중장비 너머로 저물어가는 장밋빛 석양을 오래도록 응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며 내건 마스터 플랜은 이런 것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 34만 명, 지역경제 활성화, 생산유발 효과 40조 원. 그야말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실업률을 대폭 낮추는 장밋빛 미래다. 하지만 정작 이 사업으로 혜택을 보는 이들은 따로 있다. 바로 대형 건설사들이다. 강바닥 준설 작업으로 이들 건설사들이 챙긴 부당 이득은 7000억 원 가량이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4대강 개발인가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정부가 4대강만 개발하면 금방이라도 국가 경제가 살아나고 실업자가 없는 환상적인 세상이 이루어질 것처럼 선전하는 동안 정작 팍팍한 우리 삶을 위로하고 견디게 하는 장밋빛은 공사현장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며 그 햇살 사이로 날아오르는 새들이다.

    <江, 원래> 공동체 상영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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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원래’는 4대강의 실체를 알고 싶은 어른은 물론,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강 원래’는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음 까페(http://cafe.daum.net/free4river)의 ‘공동체 상영신청란’에 연락처와 함께 글을 남겨 주세요. 상영료는 받지 않지만, 적극적인 후원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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