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거덜나는데 ‘무상복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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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09일 08: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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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자 주요 일간지들의 관심사는 예상대로 한결같았다. 아침 신문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증시 폭락 사태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다루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조치 이후 아시아증시는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였고 곧 유럽과 미국으로 번졌다. 8일 코스피지수가 3.8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일본·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도 2~4%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대다수 신문은 ‘검은 월요일’, ‘개미 몰락’, ‘서울 쇼크’ 등 현 사태의 충격과 암울함을 그대로 반영하는 용어들을 1면 머리에 올렸다. 조선일보만이 전 세계적 충격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그래도 안전한 건 미국”이라는 각국의 분위기를 조명해 대조를 이루었을 따름이다.

역시 가장 우려되는 건 외환유동성 위기다.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이나 예외는 없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정부는 일단 늘어난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근거로 불안감 확산을 경계하고 있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상 외환유동성 위기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9일자 1면 

동아는 “특히 환변동에 대한 시장 불안 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릴 경우 이를 버텨낼 맷집에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서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외화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져 일시적으로 외환 수급 불균형(미스매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과민반응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기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리는 미증유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만큼 섣부른 낙관보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은 이것이 “지나친 걱정이 절대 아니”라면서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30%를 넘고 은행들의 단기 외채비중도 6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의 대비책도 부실하다. 모두 정부가 해외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파제 쌓기를 소홀히 한 결과”라고 정부 쪽에 책임을 묻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정부와 금융시장의 대응력은 국가부도 위기를 두 차례나 겪고나서도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겨레 역시 사설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은 국내 실물경제와는 분리된 가운데 세계 금융자본의 자체 논리에 휘둘리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과도한 자본 유출입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8월 9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 <공포에 질린 ‘검은 월요일’>
국민 <세계증시, 惡!>
동아 <4000억달러 외채, 한국경제 숨은 뇌관>
서울 <‘개미’ 몰락…서울 폭락>
세계 <글로벌 증시 ‘블랙 먼데이’>
조선 <8·8 쇼크의 역설…그래도 미 국채 샀다>
중앙 <서울 쇼크>
한겨레 <‘검은 월요일’ 증시 비명>
한국 <‘검은 월요일’ 증시 넋을 잃다>

   
  ▲경향신문 9일자 사설

진보·보수 모두 황우여 대표 ‘무상보육 제안’ 비판

이번 세계 금융위기와 관련한 9일자 언론 보도에서 특히 눈길을 끈 건 ‘복지비 지출’을 둘러싼 시각차이다. 예의 포퓰리즘을 둘러싼 진보-보수 간 논쟁이 더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가 가장 공세적이었다. 최근 ‘0~4세 무상보육’을 제안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은 이날 <세계가 ‘빚’ 난리인데 또 공짜 정책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가는 이미 계획된 지출도 점검하는 등 재정에 대한 총체적인 단속에 나서야 하는데, 황 대표는 자신의 취임 100일이라며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0~4세 무상보육’을 제안했다”며 “복지예산은 한번 정해지면 매년 지출되어야 하는 ‘영원한 지출’이다. 더군다나 전 세계에 ‘빚 태풍’이 불고 있는 때에는 더욱 더 주의 깊게 다뤄져야 한다”고 황 대표의 처신을 비판했다.

동아 역시 <황우여 원내대표의 포퓰리즘 시리즈 우려스럽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올해도 미국발 재정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무작정 무상복지를 옹호해서야 되겠느냐”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의 우려를 전하며 황 대표를 꼬집었고, 조선도 금융위기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으나 사설을 통해 “나라 곳간도 생각하고 무상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중앙일보 9일자 사설 

관점은 다르지만 진보 언론 쪽에서도 황 대표를 비판하는 사설이 나왔다. 경향은 “한나라당이 진정 복지담론을 이끌려면 헷갈리는 내부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며 “여당 인사들도 우려하듯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무상보육을 얘기하는 것은 복지에 대한 무개념·무철학을 드러내는 것일뿐”이라고 지적했다.

9일자 경향에는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복지비 지출,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보수언론 쪽 논리에 대한 반론이 담긴 칼럼도 한편 실렸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가 쓴 <금융시장의 격랑, 예견된 것이었다>는 제목의 칼럼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 “회복하는 듯하던 세계경제가 왜 다시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란 질문을 던진 장 교수는 “우선,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지금 주류적인 견해는 재정적자가 민간수요를 억누르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경제의 문제는 과다한 부채 때문에 민간부문이 소비지출, 그리고 특히 투자지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그 원인을 짚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후퇴하게 된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이 초인적으로 재정지출을 삭감해도 경기 회복이 안되는 것이 그 한 예이고, 또 작년 5월 집권한 영국의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가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 계획을 발표, 시행하면서부터 지난 1년 동안 영국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좋은 예”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것도, 금융위기 초기에 미국 정부가 실행한 경기부양책이 끝난 것에 기인한 점이 크다”고 했다.

   
  ▲경향신문 9일자 장하준 교수 칼럼

장 교수는 앞서 보수언론이 강조한, “많은 나라의 정부들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올리기보다는 복지비를 비롯한 지출 삭감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정책 방향이 경제 회복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장 교수는 “재정적자의 주원인이 금융위기로 인한 세수 감소라면, 그 가장 큰 책임은 결국 금융투기에 몰두한 금융기관들에 돌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그 해결책으로 복지비를 대규모 삭감하는 정책을 펴게 되면, 당장은 국민들이 받아들일지 몰라도, 결국은 갈등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며 “그리스는 이미 사회갈등이 심각한 상황에 달했다. 갈등이 심해지면, 더 이상의 지출 삭감이 불가능해지고, 무엇보다도 사회가 불안해져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세수가 더 줄어들어 적자를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교수가 제안하는 세계 금융위기의 근본적 해법은 ‘금융규제 개혁’이다. 장 교수는 “세계경제는 지난 2008년 위기를 창출한 바로 그 금융시스템에 그대로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다. 금융권에 만연한, 상만 있고 벌은 없는 보상체계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아, 아직도 금융권에는 남의 돈 가지고 장사하다가 잘 안되면 (미리 약속 받은 고액의 퇴직금을 받고)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면서 “강력한 금융개혁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재 재정위기를 요행히 넘긴다고 해도, 위기 상황이 계속 터질 것이고 세계경제의 앞날은 어둡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손학규 제치고 야권 대선후보 1위

세계 금융위기 외에 9일자 주요 언론이 많은 관심을 보인 사안은, 최근 속칭 ‘뜨는’ 인물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문 이사장이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남녀 3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문 이사장은 9.8%를 얻어 민주당 손학규 대표(9.4%)를 0.4% 포인트 차로 앞섰다. 지난주(8.2%)보다 1.6% 포인트 오른 수치였고 전체 대선 후보 중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2위였다.

   
  ▲서울신문 9일자 6면

이러한 사실은 중앙과 동아, 서울 등이 보도했다. 서울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문 이사장이 정치적 행보를 활발히 하면서 친노 진영의 지지를 흡수한 반면, 손 대표는 진보와 중도 진영 모두에서 확실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손 대표 측은 최근 지지율 답보상태를 어느 정도 예견했으며, 오히려 문 이사장의 선전이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손 대표의 4·27 재·보선 승리 이후 올라간 지지율은 두 달 안에 꺼질 것으로 봤다. 내년 4월 총선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의 지지율이 15% 수준까지 오르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는 민주당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의 언급도 전했다.

<SNS로 보는 대한민국-대선주자 10명 거론된 트위터 글 21만여건 분석> 기획을 마련한 동아 기사에도 문재인 이사장이 등장했다. 동아는 이 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트위터에서도 정기적으로 이슈를 양산하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본인이 트위터를 하진 않지만 정치권의 대표적인 트위터 사용자인 이재오 특임장관보다 더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는 박 전 대표는 트윗 공간에서도 ‘여왕’이었다. “하루 평균 650여건의 트윗에서 거론됐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6월 3일) △삼화저축은행과 관련한 동생 박지만 씨의 해명에 대한 발언(6월 7일)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 의사 피력(7월 19일) 등 자신이 직접 이슈를 만들며 SNS를 뜨겁게 달궜다”고 한다.

문재인 이사장은 “본인이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대부분 유권자의 관심에 의해 트윗에서 거론된 경우”였다. 특히 향후 정치행보와 관련된 사안에서 자주 이름이 올랐는데, “6월 16일에는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과 관련해 1350여 건의 트윗에서 거론됐고, 7월 15일에는 특전사 복무 시절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800여 차례 거론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아일보 9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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