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떼먹은 사장, 딴 공장 차려 돈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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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08일 05: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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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 통의 우편 등기물이 왔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근로개선과라는 소인이 찍혀 있었다.여태껏 기다려온 밀린 임금이 정리되는가 하여 설레는 기분으로 봉투를 뜯어봤다. 내용물에는 체불임금 확인원이라며 법원 제출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노동부에 법원에 법무사에, 모두 헛일

    고성 지방법원에 가서 어떻게 하면 돈 받을 수 있냐하며 우편물에 들어있던 확인원을 내밀었다. "서류가 복잡하니 법무사에서 서류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법무사를 찾아갔더니 "피의자는 법인이라서 민사소송 절차를 거친다 해도 본인에게 지급될 돈이 있을지 의문"이란다.

    실정법상 법인체에 근무한 체불임금은 법인체에 해당하지 법인 대표에게 체불임금을 청구할 수없는 것이 현 민사소송법이란다. 피해자의 억울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단다. 현행법으로 돈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다.

    내가 물었다. "법인 대표가 사천 성동기공에서 성창이엔지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회사에 구상할 법적 근거는 없단 말이오?" "그 업체장은 동일인일지라도 법인 명의가 다르지 않소." 이것으로 답변은 끝이었다.

    노동의 당연한 대가인 임금을 받기 위해 세 차례 노동부 방문한 끝에 받은 체불임금 확인원 제출했더니 결국 "법적으로! 해결 받기 힘든다"는 얘기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그 법이란 것이 사용자의 임금 체불을 용인하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란 말인가?

    일주일 후 통영검찰청에서 나의 체불임금에 대하여 70만 원의 약식 벌금형을 부과했노라고 등기물을 친절히 보내왔다. 기가 차다. 생각해 보라. 70만 원 벌금 받고 말지 그 누가 584만 원 체불임금 해결 하겠는가?

    일 생각보다 돈 받을 걱정이 앞서

    인근 조선소 하청업체 90%가 적자란다. 그런데도 원청에서는 너희 업체 아니어도 업체 운영 할 분들 줄서 있단다. 2~3개월 후 종업원 임금 챙겨 주지도 못하면서 다른 곳에서 업체를 차리고, 일 하는 노동자들은 일 생각보다는 돈 받는 걱정이 앞선다. 비정규직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조선노동자 99% 정도는 이 같은 사례를 접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줄 잘 서서 용케 돈 잘 받는다고, 업체 탄탄하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1년마다 사업자 바꿔가며 세금 탈루하여 근근히 버텨오는 하청 업체이고 보면,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생산성향상, 가족같은 직장이라는 구호는 쑥떡 가지고 강아지 달래는 먼나라 소설같은 얘기일 뿐이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공정사회란 무엇일까?노동자들의 노동의 대가라도 정당하게 받아가는 사회. 주 40시간 노동, 주 5일 근무 같은 추상적인 단어는 아니라도 노동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똥파리’들에게 준엄한 법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사회,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여 혼돈되지 않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위기는 기회다"라는 협박성 문구로 일터를 불안케 만들 것이 아니라, G20 선진국 사회답게 이땅 생산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며 살아가는 많은 노동자들의 한숨 소리가 더 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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