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2011년 08월 08일 0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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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과 일부 시민진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대통합’에 대한 요구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통합 특위를 통해 연일 대통합론을 외치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통합추진 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다. 진보정당들이 민주당과의 통합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고, 국민참여당도 진보대통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적 요청"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당 내 야권통합 특위를 설치하고 이인영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7일 특위 첫 회의에서 “야권통합은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적 요청”이라며 “국민의 목소리와 국민의 바람에 충실하고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통합에 임해야 한다”고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야권통합론은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해서도 나오기도 했지만 당내 분위기가 이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에서는 지도부에서 야권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고 이인영 통합특위 위원장은 ‘정파등록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내 당’ 제도를 인정하자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 지방선거 당시 야권 단일화를 이끌었던 이른바 시민단체들이 야권통합을 압박하는 모임을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해찬 시민주권 대표는 8일자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통합추진모임은) 8월 중순 제안자 모임을 열고 9월 초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며 “‘100만 민란’ 서명자 15만명을 기반으로 9월부터 국민운동기구를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모임이 전국 각 지역단위에서 발족할 수 있도록 독려도 하고, 지방 강연도 다닐 것”이라며 “이 기구를 중심으로 민주당과도 대화하고 진보정당과도 대화해서 통합의 접점을 찾아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통합시기에 대해 “(총선)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통합이 이뤄지는 건 예비후보 등록인 12월 11일 전까지”라고 밝혔다.

    진보정당들은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통합이 아닌 연대의 대상”이라고 못박았고,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참여당과 진보정당에 대한 여론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통합을 주장하고 나서는 이유에 대해 진보진영은 대체로 현재 진행중인 진보대통합 움직임에 대한 견제적 성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대통합이 되면 민주당이 그만큼 총대선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며 “야권연대 논의의 주도권도 민주당이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철한 진보신당 정책실장도 “통합담론이 야권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당위성을 가진 연합이나 연대만을 가지고 정국을 이끌어 나갈 힘이 부족할 것”이라며 “사실상 진보개혁을 모두 아우르는 대통합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이를 주장하는 것은 진보대통합과 참여당에 대한 여론적 압박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사회진영의 대통합 요구에 대해 박 실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촛불 국면을 통해 일정 저항력을 보여준 시민사회 진영이지만 이후 곤혹스러운 상황을 많이 겪었다”며 “촛불집회 조사국면에서의 정권의 강한 압박과 개혁적 시민단체의 존립까지 압박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경각심이 이같은 요구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은 국민참여당과는 달리 민주당과의 대통합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반대한다. 진보정당 측에서는 지난 몇차례 야권연대 경험에서 민주당의 행태에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고문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통합을 안 하고 선거연대를 성사할 방안이 없다는데 데이트가 불편하니 결혼하자는 얘기”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어 “단일화가 어렵다면 누가 이를 반대하는지, 정권교체를 위해 큰 야당으로서 양보할 의사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우선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야권통합, 호남에서는 야권연대에 대한 불만도 속출하는 상황에서 기득권 포기는 어려워 보인다.

    야권 통합 대상에서 진보신당은 제외?

    박철한 실장은 “중앙 차원의 야권연대 협상에서 대부분 민주당의 몽니로 좌초된 경험이 있다”며 “이인영 최고위원이 말하듯 정파등록제나 공동의 정책을 얘기할 수는 있으나 한미FTA 등의 국면에서 민주당은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따라서 진보정당들은 불신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백승헌 희망과 대안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재보선 이후 한-EU FTA 처리 과정이나 KBS 수신료 논의 과정에서도 다른 야당에게 의구심을 주기 충분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현역 의원들이 소극적인데 누가 (민주당의 진정성을)믿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민주당과 시민사회진영의 대통합 논의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진보신당의 배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과의 통합에 선을 긋자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인영 최고위원 등이 이정희 대표에 대해 아쉬움을 표출했으나 진보신당의 발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해찬 시민주권 대표도 8일 <한겨레>인터뷰에서 “내가 자유로우니까 민주노동당과 대화가 되고, 국민참여당도 대화가 되고, 민주당과도 대화하고, 시민사회도 대화가 된다”고 말하면서 진보신당은 배제했다. 우연적 요소일 수는 있겠지만, 시민사회뿐 아니라 민주당의 일련의 분위기상 진보신당의 배제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인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단순한 누락이라기보다는, 이들이 생각하는 야권통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발언이 아니겠나”라며 “반MB를 중심으로, 당장의 정권교체를 위해 자유주의 및 민족주의 정당과의 연합까지가 이들이 생각하는 이른바 야권통합의 범위”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신당과 같은 좌파정당은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경향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어 왔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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