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수치심과 아이의 자존감
    2011년 08월 06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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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인생 전체가 잘못된 것처럼 괴롭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늘 불안하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일을 미루고 또 미룬다. 화장이나 옷차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어디를 가든 남들 시선에 신경 쓰느라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나에게 세상은 “자존감이 부족해서 그래, 너 자신을 사랑해봐.”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왜 남들처럼 자존감 있는 사람으로 자라지 못한 걸까?

『거인과 카멜레온』(제일 미들턴-모즈 지음, 유우정 옮김, 이매진, 10000원)의 저자는 이런 ‘자존감 없는’ 어른들의 문제를 수치심이라는 감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수년간 심리 상담을 해오며 마주한 사람들이 겪는 많은 심리적 문제가 어린 시절부터 수치심에 시달려오면서 생겨난다는 것을 깨닫고, 선뜻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들여다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수치심의 정체

『거인과 카멜레온』은 수치심에 관한 짤막한 우화 한 편으로 문을 연다.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비판을 받으면 무척 화를 내는 거인 자이언트, 그리고 자이언트의 아내이자 늘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주눅 든 카멜레온의 이야기다.

이 두 명의 비틀린 부모 아래서 태어난 딸 퍼펙트는 언제나 완벽해야만 한다는 부모의 기대를 충실하게 따르며 자라지만 실패를 하게 되자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퍼펙트는 ‘인간’을 만나고, 인간의 도움을 받아 비로소 ‘거인’이 아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독선적인 자이언트와 언제나 남들의 눈치를 보는 카멜레온은 겉으로는 정반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 내면은 같은 문제를 품고 있다. 둘 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존감 없는 어른으로 자란 것이다.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누구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감정인 수치심은 자이언트 또는 카멜레온의 얼굴을 하고 우리 마음을 감추는 가면이 된다.

심리 상담사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에게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를 토로한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이런 ‘수치심의 가면’을 쓴 어른들의 몇 가지 특징을 차근차근 뜯어본다.

저자는 우리를 괴롭히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형성되는 원인으로 우리가 나고 자란 가정을 지목한다. 자이언트와 카멜레온, 그리고 퍼펙트의 우화가 보여주듯 부모의 수치심은 아이에게 대물림되기 쉽다.

일관성 없이 애정과 분노를 쏟아내는 가정, 아이가 혼자 힘으로 서지 못하도록 과잉보호하는 가정, 이웃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언제나 완벽할 것을 강요하는 가정 등 수치심을 유발하는 가정의 몇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이런 가정은 모두 수치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어른이 된 부모가 어떻게 아이에게도 수치심을 심어주는지 보여준다.

                                                  * * *

저자 : 제인 미들턴 모즈 (Jane Middleton-Moz)

25년 넘게 상담, 교육, 구제 사업 등을 활발하게 해왔다. 알코올 중독자 자녀 협회(NACOA)의 이사로 일했으며 많은 비영리 단체와 지원 기관의 운영을 맡기도 했다. 임상 심리학 석사이며, 알코올 중독자들의 가정, 아이들의 트라우마, 가정에서 일어나는 성적·육체적 학대에 관한 연구와 관련 활동으로 인정받아왔다.

역자 : 유우정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심리, 사회, 과학 분야의 글을 우리말로 옮기고 소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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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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