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철통 수비', 희망버스 영도 진입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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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31일 01: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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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밤 12시 현재 3차 ‘희망버스’ 시위대가 부산 영도구 봉래로터리 앞 경찰 저지선 밖에서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저지선 뒤쪽에서는 경찰이 시민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길을 막고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향하는 길목에 배치된 경찰들은 조선소 앞을 통과하려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영도구 주민으로 확인된 사람들만 통과시키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거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민 문 모씨(41)는 “우리가 안에 들어가서 불법집회를 한다는 근거가 있느냐”면서 “근거도 없이 이렇게 길을 막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경찰은 “신분증이 확인된 주민만 지나갈 수 있다”면서 신분증이 없는 시민들을 향해 어디를 가는지, 주소가 어떻게 되는지 꼬치꼬치 따져물었다.

    영도구에 산다는 한 시민은 “버스도 없어서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신분증을 또 달라고 하느냐”며 “이유를 대라. 이유를 대면 신분증을 보여 주겠다”고 항의했다. 이에 경찰이 답을 하지 못하자, 이 시민은 경찰 병력을 뚫고 진입하려다 거듭 제지를 당했다. 또다른 시민은 "무슨 근거로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느냐. 명백한 위험이 있어야 제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고 오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친구집에 놀러간다는 정 모씨(27)도 “황당하다. 내가 왜 신분증을 보여줘가며 길을 지나가야 하느냐”면서 “경찰이 무슨 근거로 길을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마실 나왔는데 무슨 신분증이 있겠냐"면서 "법(적 근거)을 대라"고 격렬히 항의했다. 이에 경찰은 "집에 계신 가족분께 잠깐 나와달라고 부탁하면 되지 않느냐"며 길을 가로막았다.

    다른 한 시민은 “대한민국이 어느 나라 땅이냐. 경찰이 어느 나라 경찰이냐”면서 “신분증을 보여줄 근거가 없다”고 시민들에게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민은 “경찰은 부끄러운 줄 알라”면서 “대한민국의 권력이 어디로부터 나오냐”고 물었다.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앞에서 경찰이 ‘영도구 주민이 아니면 못 지나간다’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사진=미디어오늘 / 허완 기자)

    이에 경찰 관계자는 “지난 번에 여기에서 불법집회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계속해서 길을 가로막았다.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경찰은 밤 12시경 이 주변에 방패를 든 경찰 병력을 증강했다. 경찰은 "집회신고가 되지 않았다"면서 "영도 주민이 아니면서 왜 자꾸 들어가려고 하느냐. 특별한 용무가 없는 것 아니냐"고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는 시민의 통행을 가로 막았다. 항의가 계속되자 경찰 관계자는 "옳고 그름은 나중에 따지자"면서 "행정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다. (법적으로) 된다, 안 된다는 법원에서 따져라. 설명은 다 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라는 한 모씨(75)는 “길도 막고 다니지도 못하게 하니까 불편하다”면서 “우리도 불편한 건 사실인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 모씨(59)도 “오히려 경찰이 길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너무 심하게 하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경찰의 ‘검문’에 항의하며 경찰과 대치하던 10여 명의 시민들은 새벽 1시 현재 여전히 경찰에 항의하고 있고, 경찰은 신분증을 확인해가며 영도구 주민들만 통과시키고 있다.

    한편 부산 영도구 봉래로터리 경찰 저지선 앞에선 3차 ‘희망의 버스’ 시위대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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