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빨치산 척결" vs “철인 85호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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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30일 08: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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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버스를 타고 횃불깽판을 벌이는 신종 좌익 빨치산을 척결하자!”
    “부산에는 생선회. 한전에는 해고철회. 철인 85호를 지키자!”

    30일 오후 5시 부산역 앞. 3차 ‘희망의 버스’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각기 다른 플래카드를 들고 이들은 목청을 높였고, 수십여 명의 시민들이 대조적인 이 광경을 지켜봤다. 한진중공업 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연대하러 ‘희망버스’가 오는 날, 부산 곳곳에선 대조적인 풍경이 복잡한 부산 민심을 보여줬다.

    종북좌익척결단, 대한민국지킴이연대, 반국가척결국민연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부산지부는 이날 오후 부산역 앞에서 기자회견(사진 아래)을 열고 ‘절망-폭력 버스’가 부산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불순세력들은 한진중공업 불법폭력 반정부 투쟁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휴대용 마이크를 들고 “종북 좌익 세력이 야간 폭력을 일으킬 것”이라며 “배후에 김정일의 조종 세력이 있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사진=미디어오늘 /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에서는 인하대, 인천대, 경인교대 학생들의 모임인 ‘청년광장’의 대학생들이 ‘그녀의 크레인을 희망버스로 지켜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는 등 희망버스를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기홍(28·인하대)씨는 “지난 19일부터 대학생 35명이 한진중공업 해고자들과 숙식을 함께 하고 홍보 활동을 해왔다”며 “희망버스를 비난하는 기자회견도 알고 보면 한진중공업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대조적인 부산 풍경처럼, 3차 희망버스도 2차처럼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3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날 성명에서 “한진중공업 앞에서 행진을 하지 않을 것이며, 영도 안에서 버스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85 크레인이 보이지만 버스 출입이 없는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제안했다”면서 “협의 과정에서도 경찰은 이것이 가장 좋은 안임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경찰은 이 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30일 아침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기획단 관계자는 “부산 경찰서보다 높은 윗선에서 뭔가 지시가 내려온 것 같다”면서 “오늘 문화제 이후 밤에 거리행진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원로, 심상정·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은 이날 오후 6시 부산역 앞에서 경찰에 평화집회를 보장하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낮부터 부산대교, 영도대교에서 차량 검문을 시작했고 한진중공업 앞에는 살수차, 차벽 차량이 배치된 상황이다. 또, 시내 곳곳과 한진중공업 85 크레인 앞에는 일렬로 수십여 대의 경찰 버스가 배치돼 있고, 수백여 명의 경찰이 곳곳에 대기 중이다. 한진중공업 앞 대다수 점포들에는 이날부터 8월초까지 ‘여름 휴가’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어 현재 사실상 경찰 병력만이 한진중공업 부근에 있는 상태다.

       
      ▲한진중공업 앞 경찰 버스.(사진=미디어오늘 /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진중공업 앞에서 50년 이상 살아온 주민 문아무개(60대)씨는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이고, 쓰레기까지 아무데나 버려 짜증이 너무 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데모하러 오는 사람들이 밉지만 조남호가 뉘우쳐야 한다”며 “진숙이도 그렇고, 우리처럼 가지지 못한 자가 결국은 싸움에서 질 수 있다. 그럼에도 가진 자인 조남호가 좋은 방향으로 물러서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 싸움이 안 풀린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앞 경찰 모습.(사진=미디어오늘 /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이날 오후 6시부터 부산역에서는 문화제가 시작됐다. 또, 6시 반부터 한진중공업 앞에서는 예배(예수살기), 법회(실천불교승가회), 미사(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가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오후 6시부터 영도로 가는 교통을 통제하고 있으며, 7시부터는 버스가 한진중공업 부근에서 정차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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