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자 결정을 현대 고위 간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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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27일 03: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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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소송 언제 결론 날지 모르는데 그 전에 해고되면 생계는 어찌 꾸려 나갈 것인가”
    “결혼도 해야하고, 처자식도 가족도 봉양해야 하는데 징계해고 된 후 무슨 수로.”

    현대자동차 회사가 작성한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단계별 대응방안> 문서의 한 부분이다. 현대자동차는 ‘업체장 주관으로 당당하게 전 종업원 교육’을 하라고 지시하면서 “소송은 멀고 해고는 가깝다”는 노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법은 멀고, 주먹보다 더 무서운 해고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어린 자녀들이 있는 30대 하청노동자들, 결혼을 앞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정규직화를 포기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소송은 멀고 해고는 가깝다?

    “현대차가 머지 않아 직영 충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현대차나 직영 조합원들이 투쟁하는 조합원들과 묵묵히 일하는 비조합원 중 누구를 더 선호할 것인가?”

    지난 2월 96개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전달돼 8천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교육한 이 문서는 ‘정규직 발탁채용’이라는 미끼를 던져, 비정규직을 회유하라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2월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의 예상처럼 회사는 노사합의로 70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난 해 울산1공정 점거투쟁 모습.(사진=참세상 / 김용욱 기자) 

    현대차 울산 1공장에서 9년 동안 소형차를 만들었던 김 모 조합원은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며 1공장 점거파업을 벌인 이유로 해고됐다.

    싸움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가장인 그는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에서 채용인원의 40%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얘기에 솔깃해 투쟁을 포기하고 조합원들 몰래 입사원서를 냈다. 그러나 7천명이 몰려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그에게 돌아갈 정규직 자리는 있을 리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울산공장에서 시트를 만들었던 한 대의원은 부모님의 걱정과 가족들 때문에 투쟁을 중단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새로 태어날 아이까지 세 명의 자녀들과 아내를 부양해야 하는데, 실업급여와 금속노조 기금으로 버티는 것이 힘들었다.

    비정규직 내부를 무너뜨린 회사

    현대차 회사가 노렸던 것처럼 소송은 멀고 해고는 가까웠다. 그러나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조합비 유용 문제로 비정규직노조 지도부가 사퇴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집행부를 선출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비난과 분노, 무기력과 패배감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조합비 유용관련 특별감사를 앞두고 2차 파업 맞지 않다”
    “새로 구성될 쟁대위 또한 그렇지 않다는 보장 있는가? 여전히 그와 관련된 자들이 남아 있을 것임”
    “폭로 사실은 조합비 유용에 불과하고, 1억5천 상당의 투쟁기금 사용내역 또한 불투명함”
    “도덕적으로 떳떳지 못한자들의 선동에 끌려 2차파업→징계 해고의 우를 범하지 말 것”

    회사는 이렇게 비정규직 내부를 무너뜨렸다.

    “소송은 멀고 해고는 가깝다”는 한마디는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이 현대차에게 화장실 휴지보다 못한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10년 7월 22일 울산공장 대법원 판결, 11월 12일 아산공장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서울고등법원 판결, 올해 2월 10일 울산공장 파기환송심 고법 판결까지 잇따라 법원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는데도, 단 한 사람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다.

    현대차는 법원 판결에서 잇따라 깨지자 기업 활동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이유로 파견법이 위헌이라는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냈다. 그러나 고법에서 위헌이 아니라며 위헌소송을 기각하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헌법연구원장 내정자까지 동원해 헌법재판소에서 뒤짚으려 하고 있다.

    현대차 불법파견 최초의 판결이 내려진 지 4년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7월 22일이었지만,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최초 판결을 2007년 6월 1일이었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김준규를 비롯해 7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2년 이상 근무한 4명에 대해 ‘현대차 근로자’라고 판결했다.

    그 후 7월 10일 서울행정법원과 2008년 2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이 현대차 울산공장 최병승 조합원의 부당해고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지만,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현대차가 4년 전 불법파견 정규직화 첫 번째 법원 판결 이후 한 일은 불법파견 정규직화가 아니라, 불법파견 은폐였다. 하청업체 변경 시 승계되던 연월차, 근속연수, 퇴직금을 없애 신규채용으로 바꾸고, 원청의 작업지시서를 없애는 등 불법의 증거들을 인멸했다.

    불법파견은 정규직이라는 법원의 판결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현대차에게 증거 인멸의 방법을 알려주었을 뿐이었다. 위장도급을 인정하지 않았고, 2년 이하의 불법파견에 대해 면죄부를 준 반쪽짜리 판결도 현대차에게는 ‘쇠 귀에 경 읽기’였고,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재벌 불법파견 앞잡이 검찰과 경찰

    법원의 최초 판결은 4년 전이지만,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노동부의 판정은 자그마치 7년 전 일이다. 2004년 9월 22일 노동부는 현대차 아산공장 8개 하청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고, 10월 21일 전주공장 12개 업체, 12월 16일 울산공장 101개 업체에 대해 똑같이 결정했다.

    121개 사내하청 1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화의 꿈을 꾼 순간이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작업지시서를 감추고, 칸막이를 만들고, 하청업체 사무실에 문패를 달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업체를 폐쇄하는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7년 간 불법을 방치했다. 검찰은 대검찰청까지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불법파견 범법자들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현대차와 검찰, 경찰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 백명에 대해서는 구속, 수배, 고소, 고발, 손해배상, 가압류, 출입금지 등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을 가했다.

    검찰과 경찰은 노동자 앞에서는 ‘법대로’를 외치며 탄압을 칼날을 들이댔고, 불법의 온상인 현대차 앞에만 서면 작아지기만 했다.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25일간 진행된 1공장 점거파업으로 인해 18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수배자들은 노동조합 앞 천막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다. 지회장을 비롯해 핵심적인 지도부를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출두를 해서 조사를 받고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자고 제안됐다.

    현대차지부 고위 관계자가 전해준 이야기

    구속영장이 청구될 핵심이 누구냐는 얘기에 대해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 회사 임원, 검찰, 경찰이 만나 대상을 정한다”고 말했다. A공장 대의원에 대해 묻자, 그는 이번 주 3자 회동에서 대상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지난 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5일간의 당시, 관리자들과 용역깡패들에 의해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머리가 깨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찢어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러나 단 현대차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거꾸로 용역깡패에게 폭행당한 노동자들은 울산 동부경찰서로 넘겨져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깡패들이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납치해 경찰에 넘기면, 경찰은 노동자를 구속시키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다.

    2010년 1월 30대 그룹 회장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간담회 자리에서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고, 30대 그룹의 신규채용을 전년보다 31.2%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명박은 폐차지원금, 법인세 인하, 고환율정책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재벌들의 곳간을 가득 채웠다. 그 결과 현대차는 매출액 15%, 순이익은 무려 78% 늘어났다. 그러나 종업원은 153명, 0.27% 증가하는데 그쳤고, 기아차 역시 매출액 26%, 순이익 55%가 늘었으나 종업원은 도리어 25명이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가 벌이고 있는 행각은 대한민국 재벌의 ‘생얼’이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로 채워 불법착취를 일삼고,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기아차 모닝공장 등 야만적인 정규직 0명 공장을 양산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문을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부품단가 후려치기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조차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국회의 청문회를 동네 반상회만큼도 여기지 않는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깡패들을 이끌고 아들의 원수를 갚아주며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재벌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결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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