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진보신당, 각자도생?
        2011년 07월 27일 01: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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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임시 당대회에서 당의 분열을 우려해 ‘미봉의 합의안’을 통과시킨 뒤, 진보신당 내부의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하다. 특별결의안의 취지가 독자파와 통합파가 이후 각자의 방향과 진로를 통해 당원들을 설득하고 당의 진로 논쟁을 본격화하려던 것임에 비춰볼 때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다양한 형태의 통합론만 있다

    물론 이 같은 고요함이 실제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당 대회 이후 통합 대 독자의 대립 전선이 보다 구체적인 선택지들을 놓고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어 불꽃 논쟁의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 내에서는 ‘독자파’ 대 ‘통합파’라는 그 동안의 구분법에서 이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을 반영하는 프레임 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의 핵심 고위 당직자는 "이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독자파 대 통합파라는 구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실상 독자파는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아주 미미하며, 다양한 형태의 통합론들만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수임기구 워크숍 모습. 

    현재 진보신당에는 녹색당 창당을 주장하는 ‘녹색신좌파’, 노동자 계급정당을 강조하는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 추진위원회(새노추), 대중적 진보정당론을 내세우며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통합을 중요시 하는 ‘진보대통합파’,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주장하며 민주당과 통합을 주장하는 야권 단일정당파가 뒤섞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8월 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만간 이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녹색당 창당을 주장하는 진영은 ‘진보신당 신녹색좌파 활동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21일 진보신당 당 게시판을 통해 “진보신당을 녹색신좌파 정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제안문에는 김윤기, 김종철, 김준수, 목영대, 이장규, 장석준, 최백순 등 진보신당 내 주요 활동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녹색신좌파 선언

    이들은 ‘제안문’을 통해 “‘진보의 재구성’은 87년 이후 정착된 한국 좌파의 한 세대의 패러다임과 단절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지금 추진되는 방식의 ‘진보대통합당’은 ‘87년 체제 좌파’의 회고적 결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자본주의 정당의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하고, 불안정 노동자와 녹색의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의 세력 기반은 무엇보다 우선 독자적 진보정당파이며 여기에는 진보신당 독자파, 사회당, 현재 당적을 갖고 있지 않되 우호적인 당 외의 동지들이 포함된다”며 “다음으로 반자본주의 경향의 노동운동과 급진적인 풀뿌리 시민운동과 녹색운동 세력, 민주노총 주류를 상대화하는 노동 조직화, 기존 시민운동을 상대화하는 운동 정치 조직화를 도모하는 모든 세력”을 결집 대상으로 꼽았다.

    이어 “내용적으로는 녹색사회주의적 지향과 이를 구현할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녹색 좌파의 사회적 깃발, 혹은 그 깃발의 정치세력화를 인정받는 것이 과제”라며 “이제까지 진보정당 운동이 ‘보수-민주(자유주의)-진보’의 3정립을 목표로 했다면, 우리는 대략 ‘보수-체제유지 개혁-반자본 급진’의 3정립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7~8월 ‘녹색신좌파당’ 지향을 적극 선전하며 이에 동의하는 당 내 정치인(총선 예비 후보 등), 활동가, 당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했으며 당 바깥에서 녹색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흐름 등과 긴밀히 소통, 교류, 연대해 조직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8월 말 임시 당대회에서 “현재의 잘못된 통합 논의를 마감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또 노동자 계급정당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진보신당과 사회당 당원들이 함께 포진하고 있는 새노추는 활발한 활동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조직화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도 녹색파와 함께 사회당을 통합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사회당의 한 관계자는 "새노추에는 금민 전 대표 등 일부 사회당 당원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녹색좌파당을 주장하는 분들과는 공식-비공식적인 접촉은 없다"며 "8월 정도에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합 안건, 당 대회 통과 어렵지만 가능"

    반면 조승수 대표와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 등이 포함된 진보통합파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8월 임시 당대회 대비를 하고 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 전 대표가 각 지역별 대의원들과 당원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자신의 입장 설명하면서 토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대표도 최근 <레디앙> 인터뷰에서 “8월 임시당대회 결과를 낙관”하면서 “당원들을 꾸준히 만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진보대통합파 진영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독자파 성격이 강했던 당원들도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조금씩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판이 나는 8월 임시 당대회에서 진보대통합과 관련된 안건이 통과되는 것은 여전히 어렵겠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석회의의 합의 내용이 실제로 당 대회에 올라가는 안건의 내용이 되는 만큼, 대의원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 합의안 도출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당원 접촉을 통한 이를 설명하고 동의 기반을 넓힘으로써 합의안의 당 대회 통과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있는 중이다.   

    박용진 진보신당 전 부대표 등 야권 단일정당을 주장하는 측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민주당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부대표는 21일 <오마이뉴스>기고를 통해 “민주노동당 (수임기구가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 문제를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일단락 된 이후 논의한다)의 결론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부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참여당과 통합의 문을 열겠다면, 민주당과의 통합의 문도 열어야 하는 것이 맞고 진보신당도 참여당과 함께 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을 통합의 대상으로 올려놓았다면 참여당이든 민주당이든 마음의 문을 좀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전히 내부의 이견은 크지만 8월 당대회 표 대결을 앞두고 각 진영의 긴장도는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당 내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미 각자 갈 길을 가자고 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연석회의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이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은 단계”라며 “8월 중순 경에 가야 치열한 논쟁이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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