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의 집으로 패권주의 제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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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26일 06: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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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은 6.26 당 대회 이후 수임기관을 구성하고, 몇 차례의 회의 및 워크숍을 통해 ‘부속합의문2’에 대한 입장을 마련했습니다. 부속합의문2는 패권주의 극복 등 민주적 당 운영 방안을 다루고 있고 이 의제가 통합의 진짜 핵심 쟁점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진보의 재구성 과제 전혀 없어

    부속합의문2는 △당 지도부 및 각급 당부별 공동 집행부 구성 △대의기관 구성 △총선과 대선 후보 선출 △당론 결정 등의 문제에서 새진보정당 내 각 세력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들로 그 내용이 채워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속합의문2는 대체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싸우지 않기 위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부속합의문2가 이런 방향으로 마련되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 이런 정도로 과연 패권주의가 극복되고 민주적 당 운영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두 가지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패권주의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운동의 전망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정파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 다수가 당원으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새로운 진보정당 안에서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답이 없다는 점입니다.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과정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부속합의문2에 위 2가지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 제안, 그것도 추상적인 전망이 아니라 이미 합의된 5.31합의문과 부속합의문1에서 담지 못한 구체적인 조직 활동 전망을 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부속합의문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추가 사항

    5. 새로운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등이 함께 지역 노동정치활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다수 대중의 당 참여를 이뤄냄으로써 패권주의의 궁극적 극복을 위해 노력한다.

    5-1. 민주노총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10만 명의 신규 당원을 조직하고, 여기서 나오는 당비는 전액 ‘민중의 집’과 같은 지역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의 조직 및 생활 거점을 건설하는 기금으로 사용한다.

    5-2. 새로운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은 함께 ‘지역노동정치 혁신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매년 민중의 집 00개 건설"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마련하고 집행한다.

    5-3. 새로운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은 지역 차원에서 새진보정당의 각급 당부 및 민주노총 산별·연맹·지역본부 등의 책임 있는 협력 아래 ‘지역노동정치 OO지역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동으로 ‘민중의 집’ 등을 건설하고 운영한다.

    6. 새로운 진보정당은 다양한 당 활동과 지역공동체 활동에 당원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정파가 아니라 당원이 실질적인 당의 주인이 되도록 하기 위해 ‘당원 참여 활성화 사업단’을 상설 기구로 둔다.

    6-1. 당원 참여 활성화 사업단은 당원이 참여할 수 있는 당 활동과 지역 활동을 온라인-오프라인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당내에 유통시킨다. 이를 위해 당원 참여 활성화 사업단을 중앙당-광역시도당에 걸쳐 구성한다.

    6-2. 당내 정파의 건전한 경쟁과 진지한 논쟁을 위해 정파등록제 등 정파 양성화 방안을 도입하고, 각 정파의 정치적 입장의 취합 및 당내 소통을 당원 참여 활성화 사업단이 담당한다.

    6-3. 당의 주요 간부 및 대의원이 정파간 이해관계를 넘어 당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당 활동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당원 참여 활성화 사업단이 상시적 지원 체계를 갖춘다. 지원 체계 안에는 간부 및 대의원에 대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정치 전망과 대중 기반

    진보신당은 2009년 당대회에서 채택한 ‘진보정치 10년 성찰과 전망’에서 패권주의가 민주노동당이 그 내부의 정치적 차이를 통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치 전망, 그것을 지지하는 광범위한 대중 기반을 가지지 못한 점이 근본적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명확히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보정치 10년 성찰과 전망’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민주노총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더 돌려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다수 노동대중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진보적 대중들이 노동자이자,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학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과제를 정리했었습니다. 지역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사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노동자 정치운동의 새로운 전형을 밑으로부터 창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키겠다는 약속이 있어야만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흐름이 진보의 재구성을 바라는 당원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제의 핵심은 비정규직 주민노동자의 노조사무실이자 생활연대의 공간으로서의 ‘민중의 집’ 등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노동자 조직화 거점, ‘민중의 집’ 만들어야

    지역에서 주민으로 생활하면서 동시에 노동자인, 하지만 그 동안 노동운동이 전혀 챙기지 못한 분들이 아주 많이 계십니다. 어떤 노동자들이 있는지 대강만 뽑아 보아도, 공공부문에는 청소 노동자, 정화조 노동자, 방문간호사, 공중화장실 관리 노동자, 주차 관리 노동자, 도서관 운영 노동자, 보육 노동자, 복지도우미 노동자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 당 내외에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요양보호사, 간병인,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라 불리는 분들입니다. 건물청소 노동자, 학교급식조리 노동자, 기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식당 노동자, 마트 근무 유통 노동자, 주택가 소규모 공장 노동자, 식당배달 노동자, 실업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폐지수집 노동자 같은 분들도 모두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노동자들이고 심지어 유급선거사무원, 인구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 등도 사실은 돈이 없어서 짧은 기간 동안 ‘알바’를 뛰는 노동자이자 주민인 분들입니다.

    어쨌든 이 분들의 특징은 고용보장이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직장에 대한 애착이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지 직장에 끝까지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장별(기업별)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동네에 살면서 이 직업에서 저 직업으로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어 봐야 힘도 없습니다. 게다가 직장에서 이른바 ‘기업 복지’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아무리 투쟁을 해도 높은 수준의 임금이나 처우를 기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같은 법․제도 자체가 바뀌거나, 교육․의료 등 분야에서 무상의료․무상교육 같은 제도가 실시되거나 지역에서 함께 생활협동을 하는 등의 방식만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정치운동의 직접적 이해관계자가 될 가능성이 기업복지가 좋은 정규직 노동조합원에 비해 높습니다. 또한, 지역 생활연대의 가능성도 높습니다.

    민주노총 약속 이행되면 민중의 집 1년에 200개 가능

    비정규직 조직화 자체가 기업과 업종을 넘어서 지역 중심 구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지역별 조직화는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개별적 이해관계를 넘어 계급적 단결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이런 계급적 단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로 일하는 곳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조금 다르더라도 생활 속에서 알고 지내고, 친하게 되고, 신뢰가 쌓이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각종의 (비정규직)노동자로 존재하는 지역주민들이 서로 자주 만나고,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런 게 돼야 그 다음에 계급적 단결이 모색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해관계를 초월한 단결은 우익 세력들이 참 잘합니다. 대표적인 구호가 ‘우리가 남이가’ 같은 것이죠.

    어쨌든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결합한 각종의 활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거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역에 상주하는 진보정당 활동가들과 지역에 있지만 사업장 밖으로 나오지 않는 기존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동네에서 손을 잡아야 합니다. 민중의 집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민중의 집 건설과 운영은 진보정당 활동가들과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처음부터 같이 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의지가 있다면 앞의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김영훈 위원장께서는 10만 당원, 100억 세액 공제를 여러 차례 공언하셨습니다. 10만 당원이 입당하면 당비가 연 100억이 됩니다. 이 돈이면 민중의 집을 만들 때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1년 간 운영비를 약 5천 만 원 정도로 봤을 때 민중의 집 20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5년이면 민중의 집 1,00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1년 동안 열심히 활동해서 회비 내는 회원들을 늘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1년 후에는 ‘자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런 계산이 가능합니다.

    진보 재구성의 핵심 살려내야

    또한 5-3항 ‘지역노동정치 OO지역 혁신위원회’ 구성 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제가 구로 위원장이니까 구로의 예를 들어 보면, 민주노총이 조성한 지역 거점 기금을 가지고 구로지역에 있는 보건의료노조 고대구로병원 노동자, 사회보험 노조 소속의 건강보험공단 노동자, 지하철 노동자, 철도 노동자 등이 진보정당과 함께 ‘민중의 집 건설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재정도 운영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역의 비정규직 주민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과정은 동시에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사업장을 넘어 지역으로 나오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자연발생적 투쟁에 지원하는 식의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나 비정규직이 유사한 형태로 대규모로 모여 있는 공단이나 사업장을 조직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한 별개의 직업을 가졌고 한 지역에 살지만 현재까지 조직화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주민노동자들에 대한 의미 있는 접근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부속합의문2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는 것은 현재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진행됨으로 인해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사실은 진보정당 단순통합에 머무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같은 대중단체에게도 담당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10만 당원, 100억 세액공제를 해주겠다고 선언하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촉구하는 추진위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진보의 재구성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보정당운동의 대공장 의존성만 더 커집니다.

    진보의 재구성 과정에서 노동운동이 스스로의 한계를 냉철하게 짚어보고 진보정당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종북’과 ‘패권주의’ 논쟁으로 가려진 진보의 재구성의 핵심을 진보정당통합 논의 과정에서 살려내고 당원들과 노동자들이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당원의 당 사업 활성화 방안 마련돼야

    아울러 6항은 당원들이 당 사업과 지역 정치 활동에 최대한 참여하는 것이 정파의 패권주의를 막는 또 다른 유력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적어 봤습니다.

    그 동안 당은 ‘조직실’을 운영해 왔지만 조직실은 할 일이 산더미 같아서 당원의 당 사업 및 지역 참여에 집중해서 고민하고 계획하고 사업을 집행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직실과 별도로 당원 참여 활성화사업단을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필자

    그리고 각 정파는 사업계획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 등을 당원 참여 활성화 사업단에 제출하여 사업단에서 이를 취합하고 당원에게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파등록제는 최근 민주당까지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 정파 양성화와 관련하여 이미 논의됐던 이야기입니다.

    이런 제도를 당원 참여 활성화 사업단이 전반적으로 관할하는 것이 당원이 중심이 되는 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진보의 재구성이 그 속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될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기존 정당을 통합하는 식으로 만들어지는 정당은 우리 시대의 과제를 책임지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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