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교, 足까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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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26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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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x새끼야! 니가 싸움을 그렇게 잘해? 옥상으로 따라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명대사 중 하나다. 권상우의 저 떨리도록 처절한 절규에, 초강력 뚜러뻥을 목구멍에 꼽고, 있는 힘껏 잡아당긴 듯 ‘펑-!’ 하고 가슴이 후련해지던 사내들이, 아마 나뿐만은 아니었을 게다.

학교 짱과 그 졸개들과의 한판 승부 뒤에, 선도부 선생을 향해 갖고 있던 쌍절곤을 집어던지며 날린 또 다른 명대사는, 아아 도저히 감격에 겨워, 어두컴컴한 극장 한 자리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앉아있기조차 힘든 것이었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

청주의 엽기적 사건과 맞는 아이

며칠 전, 청주에서 그야말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70대 여성의 시신을 고교생 A군이 칼로 찌르고 성폭행한 것. 영화에서도 보기 드문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학생은 경찰조사에서 “1학년 때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학교 동급생들에게 폭행을 당해왔으며, 담당 교사에게 도움을 청해도 일시적이었다”고 진술했다 한다.

지난 3월에도 청주의 한 고교에 다니는 C군(18)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이런 세상에 살기 싫다”는 글을 자신의 손바닥에 써 놓고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체를 훼손하는 괴물이 되고,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지고… 지금 대한민국에선 교내 폭력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옥도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A군 사건이 내게 유달리 각별하게 다가왔던 건, 학교폭력에 울고 또 울던 내 고통스런 과거 때문이다. 아니, 그때 내가 폭력과 왕따에 지쳐 나 자신을 파괴하겠다고 말보로 레드 같은 독한 담배를 입에 물고, 슬레이어(slayer) 같은 독한 헤비메탈 밴드의 음악을 귀에 꼽고, 따라 부르던 노래의 영어가사가 정확하게 시체 강간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내용도 모르고 그저 따라 불렀다. 나중에 가사 내용을 알게 되고 음반을 버렸다.) 마치 그런 끔찍한 음악을 흥얼거리던 17살의 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그곳에 홀로 남아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1등도 싸움도 못하는 아이들

나는 중학교 때까지 그저 얌전하게 공부만 좀 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을 못하고, 그렇게 나는 싸움이라는, 또 다른 분야(?)에서 자기를 증명하던 녀석들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남녀공학이 아닌 남고에 진학하고, 고1 초반 아이들이 눈에 힘주고 기세 싸움을 하며 분위기는 무르익고, 아무리 해도 1등을 못하는 공부는 개나 줘버리고 싶고, 해서 나는 싸움을 잘 하고 싶었다.

원래 어느 학교나 그렇듯, 싸움 순위는 학급 초반 아이들이 알아서 매겨준다. 이때 높은 프리미엄을 차지하기 위해선 적당한 허세와 과시가 필요하다. 조금 큰 키와 제법 괜찮은 운동신경을 자랑하던 나는 이 정치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대충 높은 순위에 무임승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진짜 실력에 의문부호를 품고 있던 나와 비슷한 순위의 녀석에게, 나는 곧 검증을 요구받았고,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치러진 검증 무대에서 그야말로 먼지 나게 얻어터졌다.

그 사건 뒤, 나와 친하던 친구들은 나랑 어울리는 게 자신에게 불리하단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 나를 멀리했고, 나는 그렇게 왕따가 되었다. 이번에 시신훼손을 일으킨 A군처럼 만날 맞고만 다닌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학교 가는 게 죽을 것처럼 싫었다.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았고, 나를 두들겨 팬 녀석은 실제로 나를 괴롭혔다.

결국 그 친구를 따르던 아이와의 맞싸움에서 이기고, 나를 이긴 녀석과의 (우연을 가장한, 사실은 철저히 계획된) 리벤지 매치(?)에서 승리한 다음에야, 아니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리고 그렇게 내 손이 부러질 때까지 그 녀석을 때리고 난 다음에야, 나는 정신적으로 ‘조금은 덜 문제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복수에 성공하기까지 1년 정도의 친구들의 은근한 따돌림과 녀석의 노골적인 괴롭힘은 지금도 내가 사는 월세방의 묵은 곰팡이처럼 내 삶에 납작하게 눌러 붙어있다.

처절한 복수 이후 난 정신적으로 정상에 가까워졌다

청주의 A군은 말했다.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일시적일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집에서 학교만큼은 그만두지 못하게 해서 자퇴하지 못했다.” 이 얘기는 내 지난 스토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었다. 내가 일련의 복수전에 성공했을 때, 내 상황을 다 알고 있던 담임이란 사람이 뱉은 말은 “이제 속은 좀 시원하겠네!”였다.

끊임없이 담임에게 괴로움을 호소하고, 내 지난 잘못을 시인하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그는 그저 “서울에 있는 대학 들어가고 싶으면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학교만은 졸업해야 한다며 자퇴를 극구 만류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등의 강박 증상들을 하소연하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힘든 건 열심히 공부를 안 해서 생긴 병”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 속에서 내가 나 자신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이제 진짜 폭력배가 되어 놈들을 패버리는 것 말고는 없었다. 물론 정말 그 꿈을 이룬(?) 뒤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 같은 영광은커녕 서글픈 쓰림 같은 것만 닥쳐왔다. 친구들은, 이제 나를 무섭거나 성가셔서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학생과 학교 그리고 두 개의 리그

대한민국의 남학생들은 학교에 진학한 후 두 개의 리그에 던져진다. 바로, 공부리그와 싸움리그. 첫째가 성적이라는 잣대로 줄을 세우고 격을 가르는 가장 근원적인 폭력이라면, 둘째는 첫째에서 추방된 자들이 몰려가서 자발적으로 만든 첫째의 파생/복제 폭력이다. 해서, 둘 다 학교에 의해 자행되는 구조화된 폭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일러스트레이션 / 장보연

구조화된 폭력에 시달리는 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에 대항하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1등을 하지 못해 눈물조차 말라갈 때쯤, 10위권으로 떨어진 성적표를 북북 찢어버리던 부모님을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마주하는 일이 반복될 때쯤, 나는 그 구조화된 폭력에 대항하는 대신 괴상하게도 다른 유사 폭력의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곳에서 또 한 번 실패를 되씹을 때, 더 이상 지고만 살 수는 없다며, 숨죽였던 수컷이 젖 먹던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지를 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폭력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공부 못하면 부모에게도 사랑 못 받는 현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못하면 선생, 부모는 물론 친구들에게조차 사랑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배운다. 교실 맨 뒤쪽의 게시판에 나부끼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친구들과 나눠보며 스스로 자존감을 버리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다수의 학생들이 이 리그에서 자기존재를 도저히 증명할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한편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며 굴종이라는 현실의 윤리를 배운다. 싸움 잘하는 아이들에게 맞지 않기 위해 자존심 따위 개나 줘버리고 살랑살랑 입꼬리 올리며 그들과 친해지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다수의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을 부러 좀 괴롭혀야 한단 걸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저 두 개의 리그에서 모두 버려진다. 왕따가 되고 지잡대생이 되고 백수가 되고. 다시, 맞아서 얼굴에 멍이 들고, 용돈을 뺏기고, 쥐꼬리만 한 월급을 체불당하고. 그 속에서 나 같은 많은 이들이 기껏해야 조금 더 높은 자리를, 그렇게 조금 더 나쁜 자신을 탐한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고 멋들어지게 대항하거나 “대한민국 학교, 족구나 하라 그래!”라고 익살스럽게 조롱하지도 못하고, 대한민국 학교와 사회에서 그저 제 한 목숨 보존하기 위해 아우성치며 그렇게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고 또 누군가를 옥상으로 떠밀고. 그렇게 다시 스펙과 일과 재테크밖에 모르는 괴물로 변해가고 또 자기도 옥상으로 떠밀리며. 다시, 개처럼 짖고 개처럼 터지고 개처럼 일하고 개처럼 끌려가며 그렇게.

진보야, 어떻게 하면 우리가 저것과 하나가 되는 대신 맞서 싸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굴욕과 복종과, 그리하여 결국 보수화를 가르치고 습득하는 저곳의 현실을 뒤바꿀 수 있는지, 이 못난 내게 부디 알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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