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 윗물은 상납, 아랫물은 테러
        2011년 07월 26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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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대 일류기업이라 자칭하는 현대중공업의 내부 사정은 꽤나 심각해보입니다. 이미 예전부터 한국의 유명 기업들은 비슷한 내용의 다소 부도덕적인 내부 사정으로 일반 대중들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가족 문제가 연관된 현대중공업의 경우엔 그 정도가 심각하다 못해 한심합니다.

    2011년 6월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임직원 14명이 협력업체 관계자 80여명으로부터 관행적으로 금품을 받아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하며, 그 중에는 현대중공업 임원급 인사 대여섯 명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대중공업 문제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필자 

    하청복직투쟁에 연대한 저희 아버지(김석진)와 많은 동지들을 테러한 것도 모자라 하청업체로부터 ‘정기적인’ 금품상납과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은, 요즘 TV 광고에서 기업의 위상과 ‘성실성, 긍정성’ 따위를 논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현대중공업의 ‘윗물’이 벌이는 금품상납과 ‘아랫물’이 저지른 테러행위는 번지르르한 TV광고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상납과 테러야말로 현대중공업의 진짜 실태를 보여주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비정상적 모습에 회의

    2009년 1월 17일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하청복직투쟁에 연대한 저희 아버지와 진보신당 당원들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한 사실과 그러한 행위를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이후 법원에서 현대중공업의 테러를 불법행위로 판결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한민국의 경찰의 모습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그들은 우리 가족을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했고 더불어 현재 우리사회는 여전히 권력, 힘, 자본을 소유한 ‘실질적 지배자’들의 구미에 맞게 돌아가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저는 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걸 올바르지 못하다고 꼬집고 이치에 맞게 바로 잡는 것이 정상이지, 은폐하고 도리어 없었던 일로 여기는 것이 ‘정상처럼’ 보이는 이 사회의 질서는 도저히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현실은 많은 이들이 모른 척하거나 이미 이러한 질서에 익숙해지거나 둔감해져 문제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 그로부터 오는 부당함은 많게든 적게든 모든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엔 테러 이후 우리 가족의 경험을 통해 그런 부당함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구체적 삶에 고통으로 전가되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현대중공업의 심야테러의 후유증으로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병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약값에 벌금고지서까지 가계 타격

    일주일에 한두 번 월차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드시는 약만 해도 종류가 너무 많아 쳐다만 봐도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또한 죄지은 사람도 아닌데 계속해서 날아오는 벌금고지서는 저희 부모님의 마음을 멍들게 만들었습니다. 거기다 한 번에 몇백만 원, 몇십만 원씩 고지되는 벌금은 서민인 저희 가계에 큰 타격을 주기도해 저희 어머니의 속을 썩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 현대중공업의 테러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음은 물론 저와 우리 사회의 미래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아름답지 못한 세상과 살기 힘든 세상임을 이미 아버지의 삶을 통해 지켜봤고 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면서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우리 사회를 이끄는 많은 이들을 믿지 못하고 불신부터 하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사회는 긍정의 힘을 신뢰하라고 하지만 저는 마음 편하게 긍정의 힘을 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대기업 임원은 금품 상납과 접대를, 그들이 고용한 경비대는 테러 방화를, 최대주주는 차기 대통령 후보를 노리는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서 불의에 맞서기보다는 대기업에 눈치를 보며 노동자 민중들이 낸 세금만 축내고 있습니다.

    민중 위에 경찰이 군림하고 경찰 위에 대기업이 군림하는 현실은 현대중공업 사건만이 아닌 대우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최근 한진중공업 투쟁을 지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 투쟁에 많은 지원 바랍니다

    더불어 우리 사회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거대자본의 횡포와 국가권력의 부당함에 맞서 저항하는 노동자도 많이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은 노동자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당장의 이해관계에 급급하거나 위와 같은 부도덕한 현실이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면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차오르게 합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씀 중, “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조 하지말 것을”이라는 통탄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의 횡포에 1700만 노동자가 쩔쩔매는 모습은 우리 노동자 민중 모두의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더 단결된 조직력으로, 진정성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모순들을 노동자 민중 스스로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소수의 거대자본이 휘두르는 횡포에 당하기만 할 겁니까. 거대자본에 노동자 개인, 소수의 몇 사람만 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87년 노동자대투쟁이 보여주었듯 노동자 모두가 모이면 거대자본이 조금이나마 흔들릴 것입니다. 특히 이번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를 보면서 이 같은 단결의 희망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의 현실은 투쟁 없이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투쟁만이 야만에 짓눌려있는 노동자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화에 정규직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을 기대하면서 저희 아버지투쟁에 많은 연대와 지지를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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