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민주 노동자 사랑,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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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21일 09: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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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문제도 서민의 눈높이에서 풀어나가겠다.”
    “비정규직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사회의 첫 출발부터 불안에 떨게 하는 고통을 준다.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남용되고 정규직과의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정면으로 맞부딪쳐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 정면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이 ‘과격하고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주인공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한나라당이다. 차례대로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의 얘기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비정규직 많이 고용하는 기업 불이익 처분을 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며 △비정규직 4대 보험 적용 등을 검토해 8월 중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사상 최악에 다다르고, 재벌들이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획기적인 정책이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노동자당’이 되려는 모양이다.

    한나라당, 민주당의 노동자 사랑?

    그러나 노동자들은 알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공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비정규직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고 있는데, 새차 지원금, 법인세 감면, 고환율정책으로 수조 원의 세금을 재벌들의 곳간에 쏟아 붇고, 대규모 정리해고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단시간 노동자를 양산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국가고용전략 2020이다. 지난 해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고 판결했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불법파견을 10년 째 방치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외면했다.

    민주당은 일찍부터 ‘노동자당’ 행세를 해왔다. 민주당은 2015년까지 비정규직을 30%로 축소하고,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인상하며,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도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60%까지는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견법에 도급과 명확한 구분을 명시하고,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인영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차기 선거에서 비정규직을 핵심적인 이슈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임신과 출산, 계절적 필요 등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상시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채용하도록 하자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가장 강력한 바람이었다. 발표한 공약만 보면, 민주당은 ‘노동자당’이다.

       
      ▲비정규직 희망버스를 타고 순회투쟁 중인 노동자들. 울산 현대차 앞.(사진=강정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이야기

    7월 20일 아침 10시, 전북도청 앞.
    ‘비정규직 희망버스’를 타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출발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전북도지사를 만나기 위해 도청을 방문했다. 그러나 도청은 텅 비어 있었다. 노동자들을 피해 모두들 어디론가 사라졌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휑한 건물을 향해 분노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2008년 현대중공업은 군산에 조선소를 짓겠다며, 지방정부와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해 5월 7일 이명박 대통령까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착공식’에 참석했고, 군산 지역 주민들과 청년들은 울산과 같은 공업도시의 정규직 일자리를 꿈꿨다.

    현대중공업은 180만㎡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완공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130만t급 건조 독과 1650t급 골리앗 크레인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춘 ‘세계 최대 조선소’라며, 신규 일자리만 1만1000여개가 생기고 협력사 직원까지 합한 연간 인건비가 5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군산은 꿈에 그리던 도시가 되었을까? 지난 6월 전북도의회 김성주 의원은 제 281회 임시회 도정질문을 통해 “기업유치 실적에 비해 일자리 실상은 저임금이나 비정규직이 태반”이라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경우 최근 4년간 549명을 채용했지만 정규직은 48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1만1000개 일자리? 정규직 48명 비정규직 2,700명

    김성주 의원은 “전북과 군산지역의 정규직 노동자는 29%로 전국 평균 44%보다 턱없이 낮았다”며 “열심히 일해도 소득은 늘지 않는 구조인만큼, 기존 일자리 창출 전략을 기업 유치 위주에서 일할 권리를 중시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전면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1만1000개의 일자리와 연간 인건비 5천억원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08년 경제위기로 2009년 3척, 2010년 9척밖에 수주를 하지 못했지만, 올해 이미 선박 14척을 수주했고, 20척을 너끈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32만t급 대형 유조선을 수주하는 하는 등 대형 선박 수주에 성공해 가동률이 6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배를 만드는 정규직 노동자는 관리자들뿐이고, 25개 사내하청 2,700명의 하청노동자가 연봉 2,500만원을 받으며 뜨거운 화염 속에서 배를 만들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20척을 수주할 경우 65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지만, 3800명은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청으로 채워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국내 최대의 ‘정규직 0명 공장’이 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 한나라당, 민주당의 사기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이명박 정권과 현대중공업, 정몽준 회장은 군산시민, 전북도민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처럼 연봉 7~8천만 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월급과 안정된 일자리를 꿈꾸던 노동자들은 현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폭우와 폭염을 견디며 등짝이 허옇게 소금꽃을 피우며 노예와 같은 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 짤릴 지 몰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하고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부여당뿐만이 아니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전라북도와 군산시도 현대중공업의 사기에 놀아났고, 비인간적인 공장을 외면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북도지사와 군산시장은 현대중공업과 MOU를 체결해 세금으로 온갖 특혜와 혜택을 부여했으나, 군산조선소는 ‘노예조선소’가 되고 말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방문한 노동자들은 말했다. “전북도지사와 군산시장, 민주당에게 요구합니다. 대국민 사기로 ‘비정규직 조선소’ 현대중공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지원을 당장 중단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현대중공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만약 민주당이 현대중공업의 불법, 탈법적 운영, 비인간적인 채용을 묵인한다면 ‘세계 최대의 비정규직 조선소’의 공범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입니다.”

    ‘노동자당’을 자처하고 있는 민주당은 절망의 공장, 노예조선소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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