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집값과 전쟁 승리할까?
By
    2011년 07월 20일 12:00 오후

Print Friendly

1. "공산당원이 어떻게 집을 3채씩이나 갖고 있나?"

올 초 권영길 원내대표 등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북경을 방문하여 중국의 사회과학원과 교류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사담을 통해 우연히 이곳 모 교수가 집을 3채씩이나 가지고 있고, 더군다나 공산당원이라는 말에, 민노당 방문자중 한 분이 위 제목과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만약 한국이라면 이런 사람은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꾼’에 해당되기 때문에, 한국의 진보진영에서 활동하는 분으로서 당연히 이런 의문을 표시할 만하다. 더구나 이곳은 사회주의 한다고 하는 곳이 아닌가?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이는 중국의 주택시장의 역사와 특성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온 지적인 것 같다. 잘 알다시피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과 함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을 시작하였는데, 주택 부문에서 시장경제가 도입되게 된 것은 2000년 이후로 길어야 10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엔 국가나 사업단위에서 무상으로 집을 공급해주는 제도였다. 그러다 보니 비록 무상이긴 하지만 주택공급은 항상 수요에 못 미쳤고, 주택의 질도 형편없었다. 주택시장이 형성된 이후부터 이런 사정이 많이 개선되었다.

때문에 정부는 한 동안 이러한 주택시장을 육성하는 것을 제일의 정책목표로 삼아 왔는데, 이 때문에 중국은 그간 규제보다는 주택 구입을 장려하고, 집을 보유하는데도 한국과는 달리 제한을 두지 않았다. 사람들이 집 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직장 단위의 주택기금이나 은행모기지 대출을 발전시켜서 자기돈 20%만 있으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중국 사람들의 주택 사정이 실제 많이 나아졌다. 1978년 도시인의 일인당 평균 주거면적이 6.7ⅿ²에 불과했는데, 2007년엔 31.6ⅿ²로 거의 5배나 확대 되었다. 요즘 중국 도시중산층의 거주환경을 보면, 이제는 한국의 중산층과 별반 차이가 없을 만큼 새롭고 현대화된 좋은 시설의 주거환경에서 지내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2. 향후 5년간의 ‘3600만 채’ 서민주택공급사업

물론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발생했다. 집값 폭등이 그것이다. 필자가 유학 초기였던 2004년 까지만 해도 북경의 평균 집값은 평방미터당 4천위안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만위안을 넘어섰다. 6~7년 만에 5배나 오른 것이다.

이런 집값 폭등 현상은 북경과 상해뿐만 아니라 이미 내륙 중소도시를 포함한 중국 전역의 현상이 되었다. 이 같은 단기간 폭등한 집값 때문에 새로 도시 진입을 꿈꾸는 농민공처럼 아직 자기 집을 장만하지 못한 사람들은 뛰는 집값을 보면서 걱정이 늘어만 간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층들의 불만이 크다. 이들 중에는 안식할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 없어 수년간 사귀어온 여자 친구와의 결혼을 몇 년씩 미뤄두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쯤 되다 보니 중국 정부도 주택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요즘에는 주택시장의 급격한 양적 성장보다는, 규범화와 건전한 발전에 보다 큰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점차 정책기조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는 아예 주택문제를 서민생활과 관련한 중차대한 ‘정치적’ 차원의 문제로 그 성격을 격상시키면서, 집값안정과 서민 주택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금년부터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기간 동안의 대규모 서민주택 공급정책이다.

어느 나라든 부동산정책은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부동산정책은 우선 사람들의 기본적인 주거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또 중요한 국민경제의 성장 동력인 부동산 건설경기와도 직결되어 있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서로 다른 이해대립이 얽혀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지난 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 경제성장과 함께 집값 폭등 문제가 사회적 현상으로 출현한 이래, 역대 정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갖가지 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이미 40여 년이 흐른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 이르러서도 부동산 문제는 아직 제대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도 주택가격의 이상 급등이 시작된 이래 2006년부터 해서 이를 잡기 위한 정책을 계속해서 내어 놓았는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아무리 강력한 중국 정부라지만 주택문제에서 만큼은 그간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간의 몇 차례 시행착오 덕택인지, 필자는 지난 해를 계기로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큰 정책방향이 마침내 세워진 감을 느낄 수 있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인데, 첫째는 서민주택의 대량 공급이다. 작년에 약 500만 채가 착공되었고, 금년부터 시작해서 향후 5년간에 걸쳐 총 3,600만 채를 추가 공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계획 1차년도인 금년도 목표는 ‘1,000만 채’ 착공이다.

만약 정부계획이 순조롭게 모두 이루어진다면, 향후 전체 주택시장에서 서민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가 될 것이며, 이는 중국의 주택가격 안정과 서민들의 주택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둘째는 ‘방산세(房産稅)’의 도입이다. 이는 다른 몇몇 국가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택보유세’와 같은 것으로, 이 세금의 도입 목적은 단기적으로는 투기적인 주택 보유와 지나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세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미 금년 들어 중국 4대 특별시 중 두 개인 충칭과 상해에서 ‘방산세’ 실시를 발표하고 시범적인 실시에 들어갔다. 아직까진 시행범위도 협소하고 세율도 낮아서 그 효과가 명확하진 않지만, 앞으로 시행 범위의 점진적 확대와 함께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3. "어느 쪽이 오래 버티나"― 현재 힘겨루기 중인 중국 부동산시장

자, 그럼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이 진짜 실현될 수 있는지 여부다. 앞으로 5년 내 ‘3,600만 채’, 금년 중 ‘1,000만 채’다. 그것도 과거와 같은 지령식의 계획경제가 아니라 오늘날 ‘시장경제’ 하에서 말이다.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는 우리나라 ‘보금자리주택’ 정책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정부는 무주택 서민을 위하여 2009년에서 2018년까지 10년 동안 중소형 분양주택 70만 가구와 임대주택 80만 가구 등 총 150만 가구를 공공부문을 통해 공급한다는 나름의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제 2018년 가서 얼마만큼 달성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우리 나라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그리고 해당 건설업계에선 민간 분양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며 소극적이다.

여기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집값 하락과 환경 훼손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실제 혜택 당사자인 무주택 서민들마저 당첨 가능성이 낮고 자신들이 부담하기엔 높은 분양가 때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장애물이 앞에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5년간에 그 20배가 넘는 ‘3,600만 채’를 공급하려 하고 있다. 물론 국토 면적과 인구 규모, 그리고 도시화율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발표한 서민주택 공급 규모만 가지고 이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같은 시장경제하에서 중국정부가 부딪치게 될 압력과 반발 역시도 적지 않을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 그 많은 집을 짓기 위한 토지는 어떻게 마련하며, 자금은 어떻게 동원할 것인가? (참고로 금년도 1,000만 채 공급을 위한 소요자금만도 1조3000억 위엔=한국 돈 약 220조원이나 된다)

서민주택 지어보았자 3~4% 이윤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소극적인 건설사들을 어떻게 채근해서 그들의 적극성을 살려낼 것인가? 정말 어려운 일에 국유기업이 앞장서는 중국적 특성이 아니라면 힘든 일일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간 ‘토지재정’이라고 해서 집값 폭등에 편승한 토지매매 과정의 재정수익에 크게 의존해온 지방정부의 소극적 태도나 보이지 않는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고 해결해 갈 것인가 등등….(참고로 중국은 모든 토지가 국가나 집단소유이기 때문에 일단 정부 손을 거쳐 그 ‘사용권’이 시장에 공급된다)

이러한 사회적 난제를 어떻게 푸는지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접목시키고 있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해하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자 지름길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이번 부동산정책에는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에, 투기업자나 계속해서 집값 상승을 바라는 집단들은 쉽사리 정부정책에 ‘굴복’하지 않으려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지난 해 정부 발표가 나오고 나서도 지금까지 중국 집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 역시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무원 산하에 관련 ‘전문소조’를 설치하여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부총리인 리커치앙이 직접 이를 관장하고 있다.

각급 지방정부에게 층층이 목표액을 할당하는 한편, 목표 달성에 미달할 경우 당정관리들의 고과점수에 반영하는 등 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요즘은 CCTV 아침뉴스 시간대에 특집코너를 두고 매일 2~3분씩이나마 각 지방과 도시마다의 서민주택 착공 현황과 진척도를 돌아가면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준다. 이쯤 되면 지방관리들이 받게 될 여론의 압력이 상상이 간다.

승부는 아마도 머지않아 윤곽을 드러나게 될 것이다. 분기점은 작년에 이미 착공에 들어간 서민주택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게 될 올 하반기가 될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정부가 끊임없이 꿈틀거리려는 집값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억누르고, 계획대로 서민주택을 하나씩 둘씩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하여 ‘집값안정’ 심리를 확실히 사람들에게 불어넣어 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런데 정부가 건축업자들에게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인 자금 압박을 하면서, 분양가를 낮추기 시작하는 기업들이 이미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 신문들도 7월 들어 집값 안정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적인 보도들을 내고 있는데, 이는 승부의 저울추가 조금씩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페이스북 댓글